'빈(空) 것을 판다'는 뜻의 공매도,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을 빌려 먼저 판 뒤, 실제로 가격이 떨어졌을 때 갚아 그 차익을 노리는 투자 방식이다. 일반 주식 매매와 달리 하락에 점치는 것이다. 기업 부실 등 부정적인 정보가 주식 가격에 빠르게 반영돼 거품 형성을 방지할 수 있지만, 시장이 불안할 경우 지속적인 주가 하락과 경기 침체를 불러올 수 있다.
현재 가지고 있지 않은 주식을 빌려 하락에 점친다는 특징 때문에 국내에선 개인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공매도에 대한 반대 의견이 지속해서 제기돼 왔다. 자신이 투자한 종목의 가격이 공매도 세력의 투자와 해당 기업의 부실 정보 공개 등으로 하락하는 사례를 경험하며 외국인 및 기관 투자자의 강력한 힘 앞에 무력함을 여실히 느꼈다는 것이다.
공매도는 전 세계 다수의 국가에서 허용하고 있는 주식 투자 방식이다. 다만 경제 위기나 침체기에 주식 시장의 하락을 막기 위해 일시적으로 금지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의 경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유럽 재정위기, 그리고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공매도를 금지했다. 2020년 3월에 전면 금지된 것이 계속 연장되어 2021년 5월 3일까지 적용됐고, 그 이후에는 부분적으로 재개된다.
5월부터 개선되는 공매도 정책의 핵심은 코스피200, 코스닥150 편입 종목에 제한된다는 점, 개인 투자자도 'K 대주 시스템'을 통해 한국증권금융의 주식을 빌려 공매도를 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초보 투자자에 한해 교육이 의무화되고 3000만원의 투자 한도가 생긴다는 점이다. 또 개인 투자자들과 정치권에서 문제 삼아온 무차입 공매도 처벌을 1년 이상 최대 30년 징역형으로 강화한다.
제도 개선을 통해 개인 투자자도 공매도에 참여하기 한결 수월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지만, 논쟁이 끝난 것은 아니다. 거금을 대출받은 후 나누어 롱(일반주식)과 쇼트(공매도)에 함께 투자해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롱쇼트 등의 전략을 사용할 수 있는 펀드사에 비해 개인은 자금력도 정보력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공매도를 둘러싼 논란의 핵심에는 이 제도가 개인 투자자에게 불평등한지에 대한 논쟁, 공매도가 시장에 공포심을 조장해 주가를 하락시킬 수 있는지에 대한 이견, 그리고 주식 시장을 보다 효율적으로 작동하게 하는 순기능을 가졌는지에 대한 쟁점이 있다.
똑똑! 뉴스에서 주식 열풍을 둘러싼 논의와 공매도 논쟁을 다룬 적 있어요!
논리
공매도 비판론자들은 주식 시장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말한다. 특히 개인 투자자들이 기관이나 외국인보다 정보력과 자금력 모두 심각하게 열세라고 주장한다. 한국에서 자금 규모가 1%에 불과한 개인 투자자는 '화력'이 부족하다. 나머지 99%가 외국인 및 기관 투자자다. 공매도 규모가 상대적으로 높은 해외의 경우에도 투자 시장 내의 불평등은 단골 주제다.
게다가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들은 미공개된 정보를 더 용이하게 이용할 수 있다. 원칙적으로 모든 기업은 정부가 정한 범위 내의 정보를 올바르게 공시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기관과 개인의 정보력이 같을 수는 없다.
많은 개인 투자자들은 공매도 시장이 외국 투자자들의 놀이터라고 인식하고 있어 신뢰가 낮다. 오랫동안 믿고 투자한 종목이 외국 공매도 세력의 진입 때문에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한다는 믿음 탓에 공매도 시장이 공정하다는 인식 자체가 미비한 것이다.
사례
자료
한국일보
서울경제TV
논리
공매도는 오를 것에 점치는 롱(Long) 투자방식보다 더 많은 위험을 가진 투자다. 롱의 경우, 주가가 떨어질 수 있는 영역은 한정되어 있고 오를 수 있는 범위는 무한대이기 때문에 손실 가능성보다 수익 가능성의 폭이 더 넓다.
주가가 만원이라면, 전부 잃어도 손실은 만원이지만, 이론적으로는 무한대로 오를 수 있다. 반대로 쇼트 공매도의 경우 주식이 떨어져야만 돈을 벌 수 있는데, 수익은 떨어질 수 있는 범위 내에 한정된다. 예상과 달리 주가가 오르게 되면, 잃을 수 있는 금액은 무한대다.
공매도가 개인 투자자에게 불리하다는 주장은 불법인 무차입 공매도나 미공개 정보 이용 사례에 국한해서 설득력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제도 개선을 통해 무차입 공매도를 미리 차단하고 처벌을 강화할 수 있다. 또한 기관 투자자가 미공개정보를 이용했는지 수사를 통해 시장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
또, 공매도는 시장에 균형을 맞춰주는 역할을 할 수 있는 투자방식이다. 롱과 쇼트에 쇼트에 균형 있게 투자함으로써 개인 및 기관 투자자가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는' 과오를 범하지 않도록 해준다.
사례
자료
아시아경제
[시론] 공매도 논쟁의 전제가 돼야 할 다섯 가지 '사실'
동아일보
논리
공매도가 시장이 불안정한 시기에 공포심을 더 불어넣어 주가가 하락할 수 있다는 주장이 있다. 이 논리는 팬데믹을 비롯한 과거 경제 침체나 금융 위기에 공매도를 일시 금지한 근거다.
경제 침체가 아니더라도 공매도는 주가를 하락시킨다. 논리적으로 공매도 세력이 수익을 내려면 주가가 떨어져야만 하고, 기존 투자자들은 막대한 손해를 보게 된다. 개인 투자자들은 시장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되고, 무력감을 느끼게 된다.
사례
자료
아주경제
논리
시장이 침체나 위기 상황일 때 공매도가 주가를 하락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 때문에 많은 국가에서 한시적으로 금지하는 방안을 채택해 왔다. 이렇게 해서 위기 상황에선 투자 심리를 안정시키고 시장 정상화를 꾀하면 된다.
그러나 금지조치가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판단한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은 코로나19 상황에서도 공매도 금지를 시행하지 않았다. 사실 공매도로 인해 주가가 내려간다는 의혹에 대한 실증적 근거는 없다. 코로나19로 공매도를 금지한 국가와 같은 기간 금지하지 않은 국가의 주가 상승률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예시
자료
한국일보
한국 거래소 외
논리
주식의 적절한 가격을 책정하고 시장의 거품을 빼기 위해서 공매도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 먼저, 법과 제도가 적절히 작동하고 있는 시장이라면, 국가가 아닌 공매도 세력이 기업 부실을 증명해 막대한 이익을 누리게 할 필요가 없다. 공매도 없이도 얼마든지 자정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 반면 시장에 비효율성이 있고 제도가 올바르게 작동하지 않는다면, 공매도 세력 자체가 불법행위나 비공개 정보 사용, 여론몰이 등으로 오히려 적절한 주가를 떨어뜨릴 가능성도 있다.
자료
서울경제TV
논리
공매도의 핵심적인 역할은 과대평가된 주식의 거품을 미리 빼 시장의 안정성에 기여하는 것이다.
공매도 펀드들은 기업이 불리한 정보를 숨기고 높은 주가를 유지하고자 하는 경우에 '저격수'로 기능한다. 정보력과 분석력을 동원해 기업의 부실이나 거짓 정보를 잡아내고, 공매도를 걸어 보상을 받는다는 논리다. 그 결과를 '가격 발견'이라고 하는데, 이는 과대평가된 주식의 적정 가치를 발견해 시장의 거품을 빼는 것이다.
사례
자료
한국일보
논리
작년 3월부터 한국 주식시장에서 공매도가 금지됐지만, 초기에 자금 이탈이 있었다가 7월부터 12월까지는 외국 자본이 오히려 유입됐다. 공매도가 없다고 해도 오를 가능성이 있는 투자 종목의 매력이 갑자기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해외 사례나 글로벌 스탠다드에 대한 주장이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국내에서 공매도가 악용돼왔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
논리
전 세계적으로 공매도가 금지된 국가는 손에 꼽을 정도인 데다가 개인 투자자만을 위한 금지가 시장 포퓰리즘으로 평가받아 한국거래소가 외면당할 수도 있다. 롱쇼트 전략을 쓰는 해외 대규모 펀드들이 공매도가 금지된 한국 시장을 기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외국인 투자자가 한국의 주식시장을 이탈하면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제한될 것이고, 동시에 개인 투자자 및 국민이 기댈 수 있는 투자 수단이 약화된다는 결과를 낳게 된다.
자료
아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