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특정 순간에 실수를 반복하거나 내 의도와는 다른 행동을 하고 돌아서 후회해본 경험 없으신가요? 오늘 아침 내린 다이어트 결정은 분명 이성적이고 결연했는데 퇴근하고 돌아와 '내일부터'를 외치며 배달앱을 켜는 마음은 무엇일까요? 우린 매사 의식에 따라 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사실 삶의 대부분을 움직이는 건 생각하기도 전에 작동하는 무의식, 즉 본능이라는데요. 뇌의 본능이 어떻게 우리 행동을 장악하는지, 왜 실수나 어리석은 선택이 반복되는지 알아볼까요? 이번 똑똑한 서재에서 함께 읽어볼 책은 레베카 하이스의 <본능의 과학>입니다.
오늘날 일상에서 본능이 어떻게 작용하고 본능을 어떻게 장악하면 좋은지 알고 싶은 이.
저자 레베카 하이스는 진화생물학자이자 스트레스 관리 전문가다. TEDx를 포함한 여러 플랫폼에서 다양한 강연을 한다. 명확한 자기 인식을 통해 두려움 없는 성장을 돕는 애플리케이션 'lcueity'를 만든 CEO기도 하다. <본능의 과학>은 '본능'이라는 영역을 어떻게 하면 오늘날 실생활에 맞게 제어할 수 있는지 진화생물학의 관점에서 풀어낸다. 역량 있는 스피커답게 사례와 자료, 예시 등을 친근한 문체로 엮어 대중에 호소하는 힘이 있다.
우리는 뇌의 판단에 따라 움직인다. 그러나 오늘날 뇌가 내리는 판단의 99%는 무의식, 즉 본능의 영역에서 이뤄진다. 실시간으로 처리하고 전달할 데이터가 어마무시하게 많기 때문이다. 경영심리학 교수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와 엔지니어 로버트 럭키에 따르면, '의식'이 1초에 120비트의 데이터를 처리할 수 있다고 추정한다. 그러나 뇌는 1초에 약 60비트의 정보를 처리한다. 두 사람이랑 대화만 해도 뇌의 의식엔 가용 메모리가 없다. 일상에서 끊임없이 마주하는 대부분의 일은 본능에 '위임'된다.
본능 역시 뇌의 작용이다. 뇌는 우수하다. 문제는 '진화'하진 않았다는 점이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 뇌는 아직 석기 시대에 머물러 있다. 이젠 필요 없는 짓을 하게 만들거나 오히려 해로운 행동을 부추기기도 한다. 지침의 메커니즘은 우수한데 현대에 맞게 패치나 업데이트가 안 된 꼴이다. '본능적으로' 어리석은 선택을 하고 만다.
본능의 오작동을 제어해 일상에서 이롭게 활용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안내는 단계적이다. 먼저 본능이 우리의 일상을 어떻게 장악하고 있는지 인지한다. 파악과 '낯설게 보기'다. 그런 뒤 어떤 점이 어떻게 현대 환경과 맞지 않는지 살펴보고, 어떻게 하면 현대 환경에 맞게 조정해 긍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 제시한다.
총 일곱 가지 본능을 소실점으로 삼는다. 가장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생존 본능을 포함해 오늘날 개인은 물론 집단생활에서도 중요한 본능들을 다룬다. 질문화한 주제와 함께 적어보면 다음과 같다.
해당 본능에 대해 인지하기 어려웠던 문제의식을 사례를 통해 제기한다. 전통 환경과 현대 환경에서 해당 본능이 가져오는 상이한 결과를 비교하고, 오늘날 의미를 환기한다. 적용 가능한 실천법을 알려준다.
본능 자체는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니다. 좋거나 나쁠 수 있는 건 특정 상황에서 본능이 가져온 '결과'다. 과거 수백만년 동안, 그리고 오늘날 여전히 많은 경우 본능은 위험으로부터 우릴 보호한다. 그러나 오랜 시간 동안 우릴 둘러싼 환경은 무수히 많은 변화를 겪었다. 같은 본능의 발휘라도 나쁜 결과를 낳는 경우가 많아진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본능의 이중성을 인지하는 데서 변화가 시작된다고 강조한다.
변화무쌍한 환경에 살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테지만 우리의 행동을 관장하는 본능은 구식 프로그램이다. '업데이트' 가능성도 묘연하다. 게다가 리벳 실험에 따르면 행동의 우선순위는 무의식을 먼저 따른다. 의식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그다음 선택이다. 그러므로 애써 개입하지 않으면 본능에 따라 흘러가는 삶을 살기 쉽다. 그것이 상황과 맞지 않는 지침이어도 말이다. 본능에 대한 개입은 삶의 키를 가져오는 행위다. 주체적으로 의식 있는 삶을 살도록 할 뿐 아니라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던 무의식적 행동을 바로 보게 한다.
본능은 패턴이다. 본능을 의심하고 제어한다는 건 일상에서 발생하는 정형화된 감정→생각→행동을 다시 보는 일이다. 본능이 보내는 신호와 추천 행동을 비판적으로 검증하는 것이다. 첫 장을 여는 '생존 본능' 파트에서 본능을 비판적으로 검증하고 장악해야 할 필요성에 강하게 환기한다.
오늘날 너무도 만연해 어색한 표현이지만, 스트레스는 생존 위협에 대한 반응이다. 스트레스는 생존 위협 상황에서 이에 대처하는 아드레날린이 분비된 후 피해를 복구하는 코르티솔(Cortisol)이 분비되며 발생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생존 본능이 발동한다. 과거에도 그랬다. 상황이 달라졌다는 게 문제다.
책에선 우리가 사용하는 뇌의 버전을 생각해 석기 시대와 비교한다. 당시 스트레스가 발생하는 상황이란 치명적인 경우다. 맹수가 나타나거나, 굶주리거나, 재해에 노출됐을 때다. 스트레스를 구원하기 위해 생존 본능은 행동을 단순화시킨다. 대표적으로 '싸움-도피-경직' 반응(fight-or-flight-or-freeze response)이다. 싸우거나 달아나거나 숨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은 가히 스트레스 사회다. 상사의 잔소리로 목숨을 잃진 않겠지만 본능은 생존 위협으로 간주한다. 생존 본능이 발동하고, 똑같이 '싸움-도피-경직' 반응이 일어난다. 사고와 행동이 위축된다. 그리곤 돌아서서 15초면 후회할 실수가 탄생한다. 게다가 아이러니하게도 상사의 잔소리가 스트레스인 한 이는 본능적으로 반복된다.
<본능의 과학>은 총 7장에 걸쳐 "낡아빠진 본능"을 제어할 조언과 통찰을 제시한다. 가장 기본이 되는 생존 본능 외 다양성, 자기기만, 성, 소속감(↔경쟁), 두려움(about 타인), 정보 수집에 대한 본능 역시 포인트는 유사하다. 과거에는 도움되는 본능이었으나 오늘날엔 꼭 그렇지 않거나 심지어 나쁜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이다.
위협이 다양하지 않고 강렬했던 과거 스트레스가 불러오는 생존 본능은 말 그대로 생존에 도움됐다. 선택지 자체가 부족했기에 다양성 추구는 보험이자 축복이었다. 정보 수집 역시 마찬가지다. 적절한 자기기만은 무력한 자신에 적절한 자존과 자신감을 불어넣어준다.
그러나 이젠 상황이 다르다. 고착화된 성 본능은 행동의 당위와 정체성에 대한 규명을 어긋나게 한다. 타인을 경계할 필요는 있지만 본능에 따라 지나치게 두려워 하는 일은 오늘날 많은 기회를 축소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