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낙태법 개정안 입법 예고

임신 14주까지 낙태 허용, 찬반이 엇갈린다

👀 한눈에 보기

10월 7일 대한민국 정부는 낙태죄 처벌 조항은 유지하지만, 임신 14주까지는 여성의 낙태를 허용하는 내용의 형법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 했다.

  • 15~24주인 여성이 사회적 또는 경제적 이유로 심각한 곤경에 처하거나 처할 우려가 있으면 낙태가 가능하다. (기존에는 강간에 의한 임신, 임산부의 건강 위험의 경우에만 가능했다)
  • 사회적·경제적 사유로 임신을 중단할 경우, 상담과 24시간의 숙려기간을 거쳐야 한다.
  • 24주를 지난 낙태는 여전히 처벌 대상이다.
  •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침해한다는 우려가 있던 ‘배우자 동의’ 요건은 삭제됐다.
  • 만 16세 이상의 여성이 법정대리인의 동의 없이 상담 사실 확인서만으로 낙태가 가능하다.

낙태는 여성의 자기 결정권과 태아의 생명권 사이의 가치충돌을 일으킨다. 낙태를 둘러싼 양쪽의 입장을 살펴보고 개정안이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지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자.

에디터의 노트

왜 중요한가? 🔥

낙태의 합법 여부는 여성의 자기 결정권에 큰 영향을 미친다. 여성은 생물학적인 특징으로 원치 않는 임신을 하는 경우가 있다. 임신은 여성의 육체적 그리고 정신적인 변화를 가져올 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적 지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임신은 여성의 삶에 다방면으로 큰 영향을 준다. 공부하는 여성의 경우, 임신 혹은 육아로 인해 공부에 집중을 못 하여 본인이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수도 있다. 직장에서도 임신한 여성이 출산에 의한 경력 단절의 가능성이 있기에 중요한 업무에서 배제 시키기도 한다. 여전히 대부분의 가정에서 여성이 가사 노동과 육아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그 뿐만 아니라, 원치 않는 임신의 가능성은 여성의 온전한 성 결정권을 방해한다. 따라서, 이번 개정안은 대한민국 여성에게 부분적이라도 더 많은 자유를 주는 결정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은 낙태의 전면적 허용이 아니라 부분적 허용이다. 24주가 지난 경우엔 낙태가 여전히 불법이기에, 임신 사실을 늦게 알아챈 여성 혹은 상대적으로 늦게 결정을 내린 여성의 경우 낙태의 기회를 놓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개정안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12주 혹은 24주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서 정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는 큰 그림에서 다루고자 한다.

큰 그림

낙태를 둘러싼 과학적 배경

먼저 개정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임신 주기에 대해서 알아볼 필요가 있다.

삼분기 (Trimester): 임신 기간을 세 개의 분기로 나누는 개념이다.. 임신 기간이 대략 9개월이기 때문에 한 분기당 대략 3개월 씩이며, 1 삼 분기는 잉태부터 임신 3개월까지, 2 삼 분기는 임신 3개월부터 6개월까지, 3 삼 분기는 6개월부터 출산까지 주로 보고 있다.

즉 개정안은 24주,  2 삼 분기 까지만 낙태를 허용한다.

배아 (Embryo)와 태아(Fetus)의 차이:

  • 배아: 수정 후 2주부터 8주까지는 임신한 개체의 명칭이다. 수정으로부터 2주까지는 접합체 (Zygote)라고 한다. 이 접합체가 세포분열을 해서 형성되는 것이 배아이다. 극단적인 낙태 반대론자들은 접합체와 배아도 인간 아기와 동격이라 여겨 이 상태의 개체를 낙태하는 것도 영아 살인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낙태 찬반론은 배아가 아니라 뒤에 나올 태아에 대한 권리로 논쟁한다.
  • 태아: 수정 후 8주부터 출산까지의 임신한 개체의 명칭이다. 수정 후 8주 (임신 후 10주)부터는 크기는 4cm 정도로 작으나 대략 인간의 형태를 하고 있다. 성별도 이때 정해지기 때문에 초음파 등을 통해선 바깥 생식기도 파악이 가능해 태아의 성별도 분간이 가능한 상태이다.

4주~6주: 대부분의 여성이 4주에서 6주 사이에 본인의 임신 사실을 알아차린다고 한다.

4주: 일부 과학자는 태아의 심장 박동이 임신 4주 이내에 감지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탐지 가능한 심장 박동”을 근거로 낙태를 금지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6주: 일부 과학자는 6주에 태아의 심장 박동을 감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루이지애나에서 6주 이후의 낙태를 금지하는 심장박동법안을 입법했다.

14주: 세계 보건 기구에 따르면 태아의 성별 혹은 자아를 알아볼 수 없는 시기라고 한다.

20주: 일부 과학자는 태아가 20주 이후부터 고통을 느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20주 후 낙태를 금지하는 “고통 가능한 태아보호법”의 근거가 되었다.

24주: 일부 과학자는 24주가 되어야 피질이 발달하는데(Cortex), 피질이 발달해야 태아가 고통을 느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다시 말하면, 24주 이후부터 고통을 느낄 수 있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이번 개정안은, 여성이 임신사실을 알아채고 심사숙고 할 기간을 가지고 태아에게 가장 적은 고통을 주는 시기까지만 낙태를 허용하는 것이다.

청사진

이슈와 임팩트
여성권 및 범죄율

임신 24주차까지 사실상 낙태 허용: 임신 15주 이후부터는 여성의 의사만으로는 낙태를 할 수 없고, 지정 기관과 상담이 의무화된다. 사회적 또는 경제적 이유라는 것은 굉장히 모호하고 주관적 개념이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상담을 통해 산모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지원이 필요하다면 지원을 제공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따라서 사실상 개정안은 24주까지의 낙태를 허용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여성의 삶을 증진시킨다:  2007년 미국에서 10년 이상 장기적으로 진행된 Turnaway Study는 21개 주에 있는 30개 낙태 클리닉의 대기실에서 1,132명의 임산부를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몇몇 임산부는 낙태 시술을 받았고 몇몇은 낙태 시술을 받지 못했다.

  • 시기가 늦어져 낙태 시술을 받지 못한 임산부 대부분은 저소득층이었다.
  • 낙태 시술을 받은 임산부에게 진행된 5년 후의 인터뷰에서, 95%가 넘는 임산부가 자신의 삶은 낙태 후에 더욱 나아졌다고 대답했다.
  • 낙태 시술을 받은 임산부는 후에 가정 폭력에 시달리는 경우가 적었는데, 이는 낙태로 인해 폭력적 배우자 혹은 연인과 연락을 끊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 낙태 시술을 받지 못한 임산부는 낙태 시술을 받은 임산부보다 쉽게 우울증과 같은 정신적 손해를 입었다.
  • 낙태 시술을 받지 못한 임산부는 낙태 시술을 받은 임산부보다 사회 보장 제도에 의지하는 경우가 많았다.
  • 낙태로 인한 합병증이 일어날 확률은 2%에 지나지 않는다. 이는 출산과 사랑니 적출 시보다 적은 수치이다.

낙태가 범죄율에 영향을 미친다?

대중 경제학 책 Freakanomics에 따르면, 낙태율이 범죄에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원하지 않는 자식을 부모들이 성심성의껏 보살펴줄 수 없기 때문에, 그들이 범죄자가 될 가능성이 커진다고 주장했다. Freakanomics는 1990년 이후 낙태의 합법화가 범죄율을 무려 45% 감소 했다고 주장했다. 낙태가 행해진 주와 그렇지 않은 주를 비교하여, 낙태가 합법화된 주의 범죄율이 훨씬 빠른 속도로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1996년 루마니아의 독재자 니콜라에 파우세스쿠는 낙태를 금지 했다. 그 결과 루마니아의 출산율은 1년 만에 여성 1명당 1.9명에서 3.7명으로 상승했다. 컬럼비아 대학 Cristian Pop-Eleches 의 연구에 따르면, 그 중 1.8명의 아이가 성인이 되어 범죄율 상승에 일조 하였다는 증거가 있다고 한다.

스탯
왜 낙태를 하려고 하는가?

낙태를 하는 이유는?

2004년, 낙태를 지지하는 연구 기관인 구트마허 연구소(Guttmacher Institute)에서 1,209명의 낙태를 한 여성에게 낙태의 이유를 물었다.

0.5%: 강간 피해자

3%: 태아 건강문제

4%: 산모 건강문제

4%: 교육 또는 커리어 문제

7%: 애기 키우기에 충분히 성숙 치 않음

8%: 미혼모가 되기 싫어서

19%: 더 많은 아이를 가지고 싶지 않아서

23%: 애기를 감당할 수 없어서(재정적으로)

25%: 애기를 키울 준비가 안되어서

낙태는 주로 언제 일어날까?

전세계적으로 2015년에 89%의 낙태가 첫 삼분기인 임신 13주 전에 일어났다고 한다. 8%는 14-20주에 그리고 1.3%가 21주 또는 이후에 일어났다. 극히 일부분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1 삼 분기와 2 삼 분기에 낙태가 진행된다.

걱정거리
이해관계자 분석
진실의 방: 팩트 체크
합법화가 낙태율에 미치는 영향

낙태를 허용하면 낙태율이 높아진다?

구트마허 연구소(Guttmacher Institute)에서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미국에서 낙태가 합법화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2014년에서 2017년까지 낙태율이 7% 감소하였다고 했다. 2017년에 862,320건의 낙태가 행해졌는데, 이 수치는 2011년에 비해 거의 20만건이 줄었고 1990년에 최고치에 비해 160만건이 줄었다고 한다. 이는 오바마 대통령 시절 통과된 건강 보험 제도로 피임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져 원치 않은 임신이 줄어든 결과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에 49,764건의 낙태가 행해졌는데 이는 2005년의 342,433보다 많이 줄어든 수치이다. 수치가 줄어든 이유는 피임 장치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진 것으로 추정된다(콘돔, 피임약 또는 사후피임약등). 남자들의 콘돔 사용량은 2011년 37.5%에서 2018년 74.2%로 늘어났고, 사후피임약의 사용도 2011년 7.4%에서 2018년 18.9%로 늘어났다. 낙태를 한 여성의 46.9%는 미혼모였다.

낙태를 줄이는 것은 낙태의 불법화보다 피임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

임신 주수에 따른 허용?

임신 주수는 초음파나 마지막 생리 시작일을 기준으로 추산한다. 따라서 생리주기가 불규칙하거나 산모와 태아의 영양 상태에 따라 오차가 발생할 수 있다. 앞서 법무부 양성평등정책위원회는 임신 주수에 따라 낙태 허용 여부를 결정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냈다.

사람마다 신체적 조건과 상황이 다르고, 정확한 임신 주수를 인지하거나 확인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일정한 임신 주수를 정해놓고 처벌 여부를 달리하는 건 형사처벌 기준의 명확성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당시 위원회는 "많은 선진국에서 임신 주수를 구분하는 것은 처벌하기 위한 기준이 아니라 주수에 따른 적절한 사회 서비스를 하기 위한 기준"이라고 설명했다.

말말말
일기예보
타임머신: 과거 사례
먼나라 이웃나라: 해외 사례
국가 별 낙태법 살펴보기

영국연방: 영국, 스코틀랜드 그리고 웨일스는 Abortion Act 1967 법안으로 23주 6일까지 임신 기간에 대한 낙태를 허용했다. 임신을 계속 유지한다면 치명적인 태아의 이상 또는 여성의 삶에 중대한 위험이 있다면 낙태에 대한 제한이 없다.

일본: 일본에서는 낙태가 형법으로 불법이지만, 여러 가지 광범위한 예외를 두었다. 건강상의 이유, 경제 또는 사회적인 이유로 낙태가 가능함. 2016년에 168,015건의 낙태가 일어난다.

폴란드: 폴란드에서는 산모의 건강에 위협이 되거나, 태아에게 이상이 있거나 또는 강간 또는 근친상간으로 인한 임신일 경우에 낙태 허용한다. 2016년 산모의 건강에 위협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든 낙태를 불법으로 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려고 했으나 실패했다.

북아일랜드: 북아일랜드는 영국연방 국가 중 유일하게 낙태가 불법이다. 낙태할 경우 최고형은 무기징역. 낙태를 원하는 대부분의 여성은 영국, 웨일스나 스코틀랜드로 가서 낙태한다.

안도라: 산모의 건강이 위협될 경우를 제외한 모든 경우에 낙태 금지한다. 낙태한 산모는 최대 2년 6개월의 감옥형을 받을 수 있다. 산모의 동의를 얻고 낙태를 실행한 의사는 4년에서 최대 6년의 감옥형에 처해서 질 수 있다.

브라질: 강간 또는 근친상간으로 인한 임신 또는 산모의 건강에 큰 위협을 끼칠 수 있는 임신에만 낙태를 허용한다.

러시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의 낙태가 일어나는 나라. 러시아 정부는 임신 22주까지 낙태를 허용한다.

엘살바도르, 바티칸, 산마리노, 필리핀, 하이티, 마다가스카라 등은 어떠한 형태의 낙태도 허용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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