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끈한 ‘군고구마’ 장수를 찾습니다

사람 온기 전하는 추억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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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노트

겨울이 되면 생각나는 따뜻한 군고구마. 그런데 예전보다 만나기 힘들어진 건 기분 탓일까. 아니 사실이었다. 드럼통 군불에 달콤한 향을 뿜으며 익어가던 군고구마는 쉬이 만나보기 힘든 ‘희귀종’이 됐다. 추운 손을 데우고 마음까지 달구던 군고구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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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참 괜찮았지

군고구마 장수의 기원은 수십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전쟁 이후 1960년대 마땅한 간식이 없던 시절부터 2000년대까지만 해도 겨울철 번화가에서는 군고구마 장수를 쉽게 만날 수 있었다.

아르바이트나 노점 아이템으로 참 괜찮았다. 재료인 고구마 가격이 그리 비싸지 않았고, 자리만 잘 잡으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어른들에게는 추억, 젊은이들에게는 달콤한 맛이 주머니를 열게 만들었다. 잘 팔려나가니 학생들 입장에서는 ‘장사’를 경험하는 좋은 수단이 됐다. 프로(?)들 사이에서는 큰 자본을 들이지 않고도 쉽게 돈을 벌 수 있다고 입소문이 났다. 겨울방학을 맞은 대학생은 군고구마통을 사러 황학동을 기웃거렸고, 여름에는 과일주스를 팔던 노점상들도 찬 바람이 불면 아이템을 ‘피벗’했다. 그만큼 괜찮은 장사라는 이야기였다.

붕어빵과 더불어 최고의 겨울 길거리 간식이었던 군고구마. 그런데 몇 년 전부터 만나보기가 힘들어졌다. 붕살어빵보다도 더 찾기 어려운 느낌이다. 혹여나 눈에 띄면 마치 보물을 발견한 듯 반가울 정도가 됐다.

지금은...

당근마켓 겨울 간식 지도로 대표적 번화가인 홍대 앞과 신촌 지역을 살펴봤다. 붕어빵을 파는 곳은 30개에 달하지만 군고구마는 5곳에 그친다. 유동인구가 많은 강남도 상황은 비슷하다. 군고구마를 판다고 나온 곳도 일부는 편의점이다. ‘올드스쿨’ 군고구마를 찾기는 하늘의 별 따기.

힘들게 홍대 앞에서 산 군고구마는 6개 1만원. 하나에 2000원꼴이다. 직장인에게 크게 부담되진 않지만 저렴한 간식이라고도 하기 어렵다. 가수 임영웅씨도 트로트 스타가 되기 전 군고구마 장사를 했단다. 3개를 5000원에 팔았다는 그는 TV 프로그램에 나와 “비싸다고 안 사시더라”며 고충을 토로했다. 열심히 팔아도 도통 마진이 남지 않았다는 것.

빡빡해진 노점 단속도 군고구마를 사라지게 했다. 학생들도 야외에서 힘들게 용돈을 벌기보다 알바 포털 등을 통해 취업에 도움이 되는 알바 자리를 구하기 시작했다. 다양한 노점 조리 기구의 개발로 타코야끼나 닭꼬치, 델리만쥬 등 다른 먹거리가 군고구마의 자리를 채웠다.

체크 포인트

‘원가 상승+기술 발전+대체제 등장’이 열기를 식혔다. 달콤한 맛은 여전히 인기지만 주위를 둘러싼 여건이 군고구마 장수를 보기 어렵게 했다.

밤고구마의 10kg 상품 도매가격은 2010년 2만4400원. 10년 뒤 2020년에는 4만2000원대로 뛰었다. 70%가량 오른 셈이다. 냉해나 태풍을 비롯한 기후 변화로 생산량이 줄어든 영향이다. 그마진율을 똑같이 잡았으면 반대로 지금 1500원에 파는 군고구마를 500원 정도에 먹을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그러니 훨씬 더 많이 손이 갈 수밖에.

군고구마는 마치 권총 리볼버같이 생긴 드럼통이 상징이다. 장작을 때거나 LPG 가스로 고구마를 굽는다. 하지만 LPG 가격도 오르고, 요즘 같은 회색 도시에서 땔감을 구하는 것도 일이다. 특히 장작은 연기 때문에 주변 민원을 받기 일쑤다. 보는 재미가 있었던 군고구마의 차밍 포인트가 사라졌다. 여러모로 쉽지 않은 환경이다.

가정에는 에어 프라이어가 보급됐다. 맘카페에서는 ‘에프’라고 불릴 정도로 익숙해진 기구다. 프라이팬이 탈 걱정도 없고 고구마를 넣기만 하면 자동으로 조리해준다. 붕어빵이나 타코야끼, 계란빵 같은 길거리 음식에 비해 집에서 해 먹기가 어렵지 않다.

대체재의 등장도 드럼통을 식혔다. 고구마 호빵, 고구마 피자 등 맛은 살리되 집에서도 간단히 먹을 수 있는 간편식이 많다. 편의점의 경우 본사가 고구마를 대량 공수해 각 점포에 보내는 방식이라, 원가 문제에서도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추억은 방울방울

그래도 추억은 아름답다. 24시간 불이 켜진 편의점이라도 그 ‘아날로그’ 느낌은 쉬이 채워지지 않는다. 이미 구워진 채 데우기만 하는 시스템도 오리지널의 맛을 따라가지 못한다. 종이봉투 속에서 밤색 외투와 노란 속살을 뽐내는 군고구마. 손에 전해지는 온기만큼은 다른 대체재가 채우지 못한다.

노점상 정보를 알려주는 ‘가슴속 3천원’ 애플리케이션으로 다시 검색했다. 적어도 3000원 정도는 들고 다녀야 길거리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우스개에서 착안한 앱이다. 가까운 곳의 먹거리 노점을 찾아준다. 지도에 파는 곳이 떴다! 어렸을 적 친구를 만난 것처럼 반갑다. 이 기쁨 누가 채우랴. 오늘은 가슴을 좀 데워볼 수 있을까나.

다음은 IT 시장의 풍운아였던 OO을 둘러보러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