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리의 비혼출산이 우리에게 남긴 과제

각종 논란과 정책 변화로 정상가족 이데올로기 무너지나

👀 한눈에 보기

  • 일본에서 정자를 기증받아 '비혼출산'한 사유리가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이 확정되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방송이 비정상적이지 않은 가정을 장려한다'는 반대 게시글이 올라왔다.
  • 사유리에 대한 비판은 '정상가족'의 형태가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사회적 계기가 됐다.
  • 비혼출산에 대한 사회적인 지지가 퍼지고 있으나 한국에선 정책 구조상 비혼출산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 제도가 지나치게 경직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등장하자, 정부는 본격적인 논의와 함께 법률 개정을 추진 중이다.

에디터의 노트

당차고 엉뚱한 4차원 연예인 사유리. 지난해 11월부터였나요? 그녀가 배우자 없이 푸른 눈의 아이를 가졌다는 소식이 들려오면서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연이은 화제를 낳았습니다. 비혼출산과 정상가족에 대한 찬반 논쟁이 이어지다가 이제는 정부까지 가담한 구체적인 사회 변화까지. 그렇다면 논란의 중심이 무엇인지, 이를 토대로 약 반년간의 여정이 어떻게 흘러왔는지 함께 살펴볼까요?

왜 중요한가? 🔥

변화의 시기, 그 중심에서: 과거에는 아빠, 엄마, 자녀로 구성된 전통 핵가족 형태가 가족의 원형이라는 인식이 당연했다. 현재 우리는 생활의 기본인 가족 형태 개념이 변하는 과도기를 겪고 있다. 특히 비혼출산을 통해 이뤄진 사유리의 가정은 전통 가족 형태와 정면 충돌되기에 문제가 됐다. 올해 합계출산율이 1.1명이자 1인 또는 2인 가구가 60% 이상인 지금,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는 새로운 가족 개념이 동반돼야 한다는 논의가 제기되고 있다.

변화로 이어졌다고?😮: 현재 비혼출산은 전 세계의 화두다. 프랑스 등 다른 나라에서는 비혼모에 관한 쟁점이 먼저 공론화돼 관련 법안이 정비되고 있는데 반해, 한국은 그 움직임이 미비했다. 사유리로 촉발된 논의는 현행 법률 개정까지 이어졌다.

큰 그림

청사진

사유리가 우리에게 남긴 물음표

한국에 사는 사유리는 왜 일본에 갔나✈

왜 일본에 갔을까: 출산 사실을 공개한 사유리는 "한국에서는 모든 게 불법이었다. 결혼하는 사람만 시험관(시술)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정말 불법이야?😦: 한국에서 비혼 여성이 정자를 기증받아 아이를 낳는 행위를 금지하거나 처벌하는 법 조항은 없으므로 엄밀히 말하면 불법은 아니다. 하지만 대한산부인과학회 '보조생식술 윤리지침'은 '정자 공여 시술은 원칙적으로 법률적 혼인 관계에 있는 부부만을 대상으로 시행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의료기관에서 쉽사리 진행하기가 어렵다.

실제 비혼출산 현황은 어떤데?: OECD에서 발표한 회원국 대상 2014년 기준 비혼출산 자료를 보면 한국은 1.9%로, OECD 평균인 40.3%에 비해 확연히 낮은 수치를 보인다. 2018년에는 2.2%로 근소하게 올랐다. 지지부진한 추세에 비해 비혼을 하나의 대안으로 여기는 사람은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 조사에서 "결혼 안 하고 자녀 가질 수 있다"고 응답한 사람은 8년 전 다섯 명 중 한 명꼴이었던 것에서, 지난해에는 세 명 중 한 명이 동의할 정도로 늘었다.

비혼모를 결핍으로 보는 시선👁‍🗨: 우리 민법은 아버지 성을 우선으로 따르는 부성 우선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또 출생 신고서에서는 태어난 아동을 '혼인 중의 출생자' 또는 '혼인 외의 출생자' 두 가지로만 구분한다. 이는 혼인 여부를 출생의 기준으로 삼아 차별적으로 표현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사유리가 쏘아 올린 공

정상가족❔ 비정상가족❓: 사유리는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아들과의 일상을 공개하기로 했다. 그러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비혼모 출산 부추기는 공중파 방영을 즉시 중단해달라'는 반대 글이 올라왔다. 올바른 가족관을 제시하고 정상적인 출산을 장려해야 하는 방송에서 '비혼모'를 등장시키는 게 비정상적이라는 의견이다. 이는 사유리가 선택한 형태가 과연 '비정상가족'인지에 대한 의문을 낳는 계기가 됐다.

뜨거운 찬반 논란🔥

이슈와 임팩트
질문들을 하나씩 풀어보자면...

사회 인식 변화는?

2018년 설문조사에 따르면 '우리 사회가 미혼모를 바라보는 시선이 어떠냐'는 질문에 부정적이라는 응답이 91%에 달했다. 각종 편견, 언론과 대중문화 등 사회적으로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 않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하지만 사유리가 논란의 중심이 됐음에도 각종 진보 단체는 꾸준히 사유리를 응원하는 목소리를 냈다. 또 공영방송인 KBS가 사유리의 행보를 지지하는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는 등 사회의 움직임으로 보아 우리 사회에 존재했던 '정상가족 이데올로기'가 조금씩 옅어질 가능성이 크다.

지침 변화로 이어져

사유리와 관련된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오르자, 지난해 대한산부인과학회는 보조생식술 대상자를 '법률혼 부부'에서 '사실혼 부부'까지 확대하며 "사회적 목소리에 귀 기울 필요성을 느낀다"고 밝혔다. 비혼모를 포함한 대상 확대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 내지는 보완 입법이 이뤄질 경우 적극적으로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법률 개정 검토 중

정부는 사회적 인식 변화에 발맞춰 가족의 법적 개념을 바꾸기로 했다. 본격적인 논의를 거쳐 혼인·혈연·입양만을 가족으로 인정한 현행 법률을 바꿀 예정이다. 또 원래 출생신고 시 자녀의 성은 아버지의 성을 따르는 것이 원칙이었는데, 이제는 부모 협의로 결정하도록 법률 개정을 추진 중이다. 여성가족부는 사회 변화에 따라 모든 형태의 가족이 정책의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이다. 현행법이 정한 가족 범위에 동거·비혼출산을 포함하거나 아예 가족 정의를 삭제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스탯
국내 비혼출산, 실제 현황과 인식변화는 어떤가
한국은 OECD 평균에 비해 비혼출산율이 현저히 낮다. 이는 보수적인 윤리지침과 비혼출산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등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걱정거리
이해관계자 분석

진보 성향 시민단체: '정상가족'이라는 단어 자체가 비정상이다. 사회에서 비혼출산이 인정받도록 법률을 시대에 맞는 가족법으로 바꿔야 한다. 또 그에 걸맞은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기독교 단체: 건전한 가족관이 붕괴되고 사회 질서가 무너지고 있다. 하나님은 결혼 제도를 통해 완전한 가정을 만드셨다. 여자가 남편 없이 아이를 낳는 것은 창조 질서를 무너뜨리는 일이다. 생명의 권리는 하나님의 질서 안에서 논해져야 한다.

국민: 찬반 양쪽의 입장이 첨예하다. '누구나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구성할 권리가 있다. 가족 개념 변화가 필요한 때인데 제도적 뒷받침이 부족한 것 같아서 아쉽다'라고 말하는 측과 '한부모 가정이기 때문에 아이에게 상처를 줄 수 있지 않을까? 엄마의 이기적인 결정이다'라고 말하는 측으로 쪼개졌다.

KBS: 최근 시대가 변화하는 만큼 다양해지는 가족 형태로 사유리의 가족을 보여주고 싶다. 사유리의 육아를 보고 싶다는 누리꾼들의 요청도 쇄도했다.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시선을 보여주는 것이 방송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사유리의 출연을 취소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정부: 이제는 변화가 필요할 때다. 함께 살고 있지만 법적으로 가족이 아니라는 이유로 차별받는 경우를 없애야 하지 않을까? 여성가족부 주도로 다양한 가족 형태를 포용하는 사회적 돌봄 체계를 만들어나갈 예정이다. 비혼출산 정책 검토에 대해서는 6월까지 국민 설문조사를 실시할 거다.

진실의 방: 팩트 체크
아빠 없이 자란 아이👶🏻, 정말로 발달에 문제 있을까?

통계적으로 아빠가 없는 환경에서 성장한 아이들이 발달 측면에서 더욱 부정적인 양상을 보였다고 한다. 청소년기 흡연이나 음주를 할 가능성이 더 높고, 불안이나 우울 같은 정신 질환이나 공격적인 성격을 갖기 쉽다. 여자아이의 경우 남성의 관심에 더 목말라 한다.

일각에선 엄마의 사랑과 노력으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엄마와 아빠 양쪽 모두 아이에게 중요하고, 홀로 양육한다는 것은 더 큰 리스크를 짊어지는 것이기에 좀 더 어려울 뿐이다. 양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조건적인 사랑이다. 만약 거칠거나 비판적인 방식으로 아이를 대하는 아빠가 있다면 오히려 아이에게 더 크고 지속적인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주장이다.

말말말
일기예보
타임머신: 과거 사례
십수년 전 이미 비혼출산한 방송인 허수경

사유리와 같은 시험관아기 시술 방식으로 아이를 낳은 방송인 허수경은 이혼 후 독신인 상태에서 아기를 출산했다. 사유리가 한국에서 불법이라고 했는데 이때는 어떻게 가능했을까? 당시에는 법이 미혼 여성이 정자를 기증받는 것을 엄격히 제한하지 않았기에 문제가 없었다. 이후 배우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등 법이 강화되며 훨씬 까다로워졌다. 이후 사회적 합의가 진행되지 않아 비혼출산에 대한 제도적 뒷받침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시간이 흘러왔다.

먼나라 이웃나라: 해외 사례
미국, 프랑스도 비혼출산이 화두🔥

미국은 세 개의 주를 제외한 나머지 주에서 비혼출산을 규제하지 않고 있다. 정자은행에서는 보통 기증자의 익명이 보장되는데, 기증자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정자 쇼핑 사이트도 있다. 우월한 스펙을 가진 기증자의 정자가 더 비싸게 거래되기도 한다. 최근 '잘생긴 대졸자 정자를 팝니다'는 광고 이후 정자가 3시간 만에 완판돼 화제를 낳았다.

프랑스는 2019년 모든 여성의 출산을 보장하는 취지로 독신 여성, 레즈비언 커플에게도 같은 권리를 보장하는 법안을 내놨다. 찬반 논쟁이 일면서 아직은 진통 중이다. 찬성측은 대부분의 유럽 국가에서 비혼출산을 허용하고 있다며, 이를 금지하는 것은 차별이라고 주장한다. 반대측은 이 법안이 전통적인 가족 형태를 해체하며, 대리모 출산이나 정자 쇼핑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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