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부터 인사평가까지, 논란 이유는?

MZ세대 중심으로 기업에 부는 공정성 바람

👀 한눈에 보기

  • 우리나라 일부 대기업에서 성과급·인사평가에 대한 공정성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 성과급, 그거 어떻게 받는 건데: SK하이닉스를 시작으로 삼성전자, LG전자, 네이버에 이르기까지 사원들로부터 성과급 지급 규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적정 금액을 지급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 인사평가, 이 방식이 최선입니까: 카카오에서는 일명 '피어리뷰'로 불리는 인사 평가 속 문항이 잔혹하다고 문제가 됐다. 성과급 논란을 신속하게 잠재운 것으로 평가받았던 SK하이닉스는 '셀프디자인'으로 불리는 사내 기술사무직 인사평가 제도가 여전히 공정성의 도마에 올라 있다.

에디터의 노트

2018년 말 출간돼 요즘도 종종 거론되는 베스트셀러 <90년생이 온다>를 아시나요? 이 책이 반향을 얻은 것은 분석도 분석이지만 필연적으로 이들의 목소리와 가치관이 사회 전반에 영향력을 발휘하기 시작했기 때문일 겁니다. 공정성이나 투명함에 대한 추구는 단지 세대를 뛰어넘는 시대적 공감이기도 하고요. 이를 본격적으로 실감하게 하는 뉴스가 바로 기업 내 성과급, 인사평가 논란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책 밖에선 어떻게 풀어나가고 있는지 볼까요?

왜 중요한가? 🔥

2월 초에 있었던 SK하이닉스 성과급 문제제기의 핵심은 공정성과 투명함이다. 온라인 공간을 중심으로 파장을 일으켜 이후 타 기업에서도 성과급 논란이 일어나는 선례가 됐다.

MZ세대는 참지 않아

일부 개인의 유난스러운 행동이 아니라 현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당장의 공정성·투명성을 중요시하는 MZ세대의 특성이 기업문화에 반영되기 시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언제적 평생직장 타령이야: "공개채용이 폐지되고 경력채용이 늘어나는 등 노동시장이 변하면서 회사가 개인을 평생 책임져주는 시대는 끝났다"라는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 주장처럼 과거에 비교해 관계 유지 기간이 짧아진 회사와 직원의 관계 변화도 배경으로 지적된다. 당장 눈에 보이는 실리에 집중하게 된 것이다.

SNS는 나의 무기: SNS가 젊은 직장인들의 공론장 겸 무기 역할을 하고 있다. 익명성을 보장받으며 즉각적으로 불만이나 의견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 남아 휘발되지 않기에 여론 형성에도 용이하다.

  • 굳이 노조까지 안 필요한데?: 설문 조사를 거쳐 공청회를 열고 의견을 제출하는 등의 과정이 소요되는 전통 노동조합의 방식과 비교해 매우 신속하다. '악덕 경영주 물러나라' 같은 식의 구호도 없다. 원하는 것만 명확하게 전달한다.
  • 블라인드를 경계하라: 직장인 커뮤니티 앱 '블라인드'는 게시글에 언론사를 태그해 취재 요청까지 가능하다. 근래 성과급 및 인사평가 관련 대부분 이슈 역시 앱 블라인드에 올라온 게시물에서 촉발됐다.

큰 그림

청사진

'공정성'에 대한 계속되는 물음

산 넘어 산, SK하이닉스 '이번에는 인사평가': 사내 기술사무직 인사평가 제도인 '셀프디자인'에 대해 노조 측이 소송을 진행 예정이다.

  • 뭐가 문제야?: 셀프디자인은 SK하이닉스가 2018년부터 기술사무직에 적용하고 있는 절대평가 제도다. SK하이닉스 기술사무직은 고정 기준급에 업무 성과를 기준으로 한 '업적급' 적용률을 곱해 임금을 수령한다.
  • 금액도 금액인데: 이 적용률이 임원 재량으로 조정되기에 불합리하게 연봉이 삭감될 수 있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의 핵심이다. 제도 변경 당시 구성원의 동의를 제대로 구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네이버 & 카카오 너네 둘 얘기 좀 하자: 공교롭게도 지난달 25일 국내 빅테크의 양대산맥 네이버와 카카오의 수장이 각각 직원들을 달래기 위해 간담회를 열었다.

  • 네이버는 '성과급': 지난해 대비 영업수익이 20% 이상 증가했음에도 동일 수준의 성과급을 지급해서 문제가 됐다. 네이버는 성과보상 시스템으로 스톡옵션을 지급하는데, 회사 성장에 비교해 금액 형평성이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 카카오는 '인사평가': 문제가 된 것은 '피어리뷰'로 불리는 동료평가 문항의 잔혹성이다. "이 사람과 다시 함께 일하시겠습니까?"라는 질문에 '함께 일하고 싶지 않습니다'라는 답변이 가능해 당사자에게 정신적 스트레스를 주고 조직장의 인사평가에 반영된다는 것.
이슈와 임팩트

성과 보상 시스템 변화하나

기업문화와 근로자들의 가치관이 변화함에 따라 성과보상 시스템 및 소통 방식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기존 성과급 시스템은 물론 기업의 고유 권한으로 여겨졌던 인사평가 방식에도 근로자들의 입김을 반영하고 있다. 기준의 공정성과 과정의 투명함이 중요 가치로 떠올랐다.

고도 성장기와 제조 중심의 경제구조에서 큰 힘을 발휘한 성과 기반의 물질적 보상이 경쟁만큼 협력과 공정이 중요해진 창의와 혁신, 융복합의 시대를 맞아 변신을 요구받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하이닉스, 성과급 기준 변경: 성과급 지급에 대한 근거를 EVA에서 영업이익으로 변경해 기준을 투명히 알 수 있게 했다. 기본급 200% 수준의 혜택을 제공하는 우리사주도 지급하기로 했다.

  • EVA(Economic Value Added, 경제적 부가가치): 영업이익에서 세금과 자본비용 등을 뺀 것으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성과 측정 기준으로 도입했던 개념이다. 이와 연동된 성과급 산정 방식을 공개할 경우 자본비용을 통해 투자 규모 등을 가늠할 수 있어 영업기밀 성격이 있었다.

사내 소통 중요성 오른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삼아 사내 소통에도 전반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데 기업도 공감하고 있다. 직원들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사전에 정보를 제공하고, 평상시 소통을 나눌 창구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상명하복에서 벗어나는 기업문화 흐름 속에서 올바른 수평적 관계를 확립하는 것이 기업 경영에서 중요 요소로 자리 잡았다는 분석이다.

네이버 & 카카오 소통 적신호

네이버, 동상이몽의 컴패니언 데이? : 성과급을 떠나 네이버의 소통 방식에 대해서도 불만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25일 네이버 사내 간담회 '컴패니언 데이'에서 보여준 수뇌부의 문제의식이 미온적이며, 사측에서 유리한 방식으로 진행됐다는 의견이다.

"표현 수정할게" 카카오: 카카오는 지난달 25일 간담회 당시 사전에 질문과 질문자를 선별하는 모습을 보여 직원들의 의문을 샀다. '외부에 알리는 게 아니라 회사에 얘기해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없다면 떠나라고 충고하고 싶다'는 김범수 의장의 말은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피어리뷰에 관한 구체적 개선 방안에 대해서는 3월2일 사내 간담회에서 밝혔다. 장점은 유지하되 표현방식을 세심하게 고치겠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 문제는 MZ세대가 아니야: 단지 MZ세대를 이유로 지목하는 세대론이나 카카오, 네이버만의 문제에서 벗어나 국내 IT업계의 환부로 바라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글로벌 IT 기업과 다른 '은둔형 경영' 문화도 문제로 제기된다.

MZ세대와 소통하려는 기업의 노력

이밖에 삼성전자와 LG유플러스 등은 새로운 소통 방식을 선보여 주목받고 있다.

삼성전자 '사원 청원': MZ세대 및 직원들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위해 삼성전자는 '오감톡'이라는 사내 익명 게시판을 도입했다. 청와대 국민청원처럼 한 달 안에 5000명이 '공감' 버튼을 누르면 임원이 답변해준다.

MZ세대 말 듣는 LG유플러스: 임원이 저연차 사원에게 멘토링을 받는 '리버스 멘토링'을 실시하고 있다. 결과만 알려주던 인사 평가 통지 방식도 사유를 상세하게 설명하는 것으로 변경했다.

스탯
MZ세대 직원이 회사에 원하는 것
451개 회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8.2%가 MZ세대의 원하는 것이 과거와 다르다고 응답했다. 그중 1위를 차지한 것은 워라밸을 중시하고 이를 보장할 것을 요구한다(62.1%)는 점이었다.
걱정거리
이해관계자 분석
과도기 맞은 기업 풍속도

기업: 요즘 젊은 사원들 관리하는 게 어려운 건 사실이야. 나 때는 개인보다 조직을 우선시하는 게 당연했고 회사를 평생직장으로 여겼는데 말이야. 지금은 워라밸뿐 아니라 소통이나 보상 과정 자체에도 신경 쓸 게 많아졌어. 그래도 변화하는 시대적 흐름이니만큼 체질 개선으로 삼고 적응하려고 해. 하지만 코로나19라는 불황 속에서 현실적인 생존 문제가 중요한 곳도 많아.

사원: 당연히 이야기됐어야 할 문제들이 이제서야 수면에 올랐다고 생각해. 고용 불황에 경기도 안 좋은 상황에서 회사가 날 책임져 줄 것도 아니고. 당장 부조리한 처우나 보상을 받고 있다면 이를 개선하거나 하다못해 그 기준이라도 알아야지. 그래야 일을 열심히 하든 이직을 하든 할 거 아니겠어? 옛날과 달리 SNS라는 의견 분출 창구가 있어서 다행이야.

젊은 팀장 및 과장: 격세지감은 오히려 우리가 가장 피부로 느끼고 있어. 요즘 말로 '꼰대'라 부르는 선배 및 상사한테 일이며 근무 태도며 다 배워놨는데 새로 들어오는 젊은 친구들은 또 다르잖아? 그들의 사고방식도 이해는 가고 한편으로 멋있다고도 생각하는데 위아래로 치이는 내 입장도 고달프네.

진실의 방: 팩트 체크
와, 피어리뷰 써보셨구나! 어때요?
  • 순기능: 상호 피드백 시스템인 다면평가의 한 종류로 기존 평가에서 발견하기 힘든 성과나 태도, 업적 등을 검증한다. 원래는 학술계에서 학자를 검증할 때 단순히 논문 개수를 떠나 그 내용을 위치나 직위에 관계없이 다양한 이가 검증했던 것에서 유래했다. 평가의 다면성을 확보해 기존 평가로써 범할 수 있는 오류를 바로잡거나 이에 대항하는 데도 쓰일 수 있다.
  • 역기능: 익명성에 기대 별 이유 없이 낮은 점수를 주는 사람도 있으며, 평가에 치우쳐 '견제 수단'처럼 의식되거나 쓰일 우려도 존재한다. 이러한 이유로 처음에는 가슴 뛰며 받아보던 결과를 나중에는 제대로 읽지도 않게 된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므로 평가의 목적을 상기하고 문항 작성도 신중히 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말말말
일기예보
타임머신: 과거 사례
같은 회사, 달라진 시대

SK하이닉스는 과거 2015년 직원들에게 연봉의 50%에 달하는 거액의 성과급을 지급한 적 있다. 2014, 2015년 2년 연속 사상 최대 연간 실적을 올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보상' 뒤엔 오늘날로서 상상하기 힘든 '하이닉스 사람들'의 투지가 있었다. 임직원이 단결해 10년이 넘도록 기업의 위기를 함께 헤쳐왔기 때문.

1983년 현대전자로 시작한 하이닉스는 해외 업체 난립과 IMF 외환위기를 맞아 현대그룹으로부터 분리되고 2001년 워크아웃에 들어가는 불황이 시작된다. 그러나 자발적으로 임금을 4년 동안 동결했고, 구조조정이 아닌 사업부 매각 방식을 통해 직원 수를 1만명가량 줄였다. 남은 직원들은 순환 무급휴직제를 실시했다. 구내식당 반찬 가짓수를 줄이는가 하면 1달 이상 퇴근하지 않은 채 신기술 개발에 몰두한 연구원들도 있었다. 이런 노력으로 워크아웃에서 2005년 벗어나지만, 2008년 국제금융위기로 위기가 다시 찾아온다. 그러던 중 2012년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하이닉스를 과감히 인수하고 지원하며 업계 성공 신화를 쓰게 된다.

먼나라 이웃나라: 해외 사례
RSU와 스톡옵션

주요 글로벌 기업은 특정 기간에 거둔 목표 달성에 대해 주식을 보상으로 지급하는 성과보상체계 RSU(Restricted Stock Unit)를 활용한다. 주식을 싼 가격에 살 권리를 주는 스톡옵션도 대표적인 방식이다. 우리나라에서 논란이 된 주요 사례에서 성과급은 기업이 거둔 실적에 따라 임직원에게 일괄적으로 지급하기에 실질적으로 추가적인 임금 성격이 강하다. RSU나 스톡옵션 지급과 같은 방식을 활용할 경우 지급액이 개인별로 다르기 때문에 외부로 알려지거나 사회적 파장을 일으킬 가능성이 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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