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반려동물 사랑, 동행을 위한 과제

반려동물 300만 가구

통계청 '2020 인구주택총조사'에서 전체 2092만7000가구 중 312만9000가구가 반려동물을 키운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는 전체 중 15%에 해당하며, 여섯 집 건너 한 집꼴이다.

관련 산업 시장 규모는 약 4조원 규모로 파악된다. 2조원대던 4년 전과 비교해 급성장했다. 다양한 산업군이 늘어난 파이를 선점할 기세다. 반려견 치매약·당뇨병 치료제를 내놓은 의약품 산업, 반려견 상태를 체크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한 IT산업 등 새로운 산업군이 시장에 뛰어든다.

이색적인 상품·서비스도 등장했다. 전용 유치원, 스파 등이 있는 복합문화공간이나, 반려동물 전용 비행기 탑승권 등 반려인을 공략하려는 시도다. 악어, 여우, 타조처럼 이색적인 반려동물을 소개하는 유튜브 채널도 주목을 받는다.

• 애완동물? 반려동물?: '애완동물'로 부르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장난감이 아니라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반려자'란 인식이 퍼지며 최근 '반려동물' 명칭이 자리 잡았다.

빠르게 늘고 있는 유기

키우는 사람이 많아진 만큼 유기도 증가했다. 특히 명절 등 긴 연휴를 앞두고 증가하는 추세다. 오래 집을 비워야 할 때 어떻게 돌볼지 고민스럽기 때문이다. 올해 추석 연휴 직전인 9월13~17일 5일간 발생한 유기동물 수는 2084건이다. 직전 주인 8~12일간 발생한 1542건에 비해 35%가량 늘었다.

유행이 지나 버려지기도 한다. 최근 대세 품종인 웰시코기, 비숑 프리제는 미디어 및 SNS에서 화제가 돼 입양이 늘었다. 2010년엔 유기된 적 없다가 지난해 각각 723, 378마리로 급증했다.

• 유기는 범죄행위: 동물보호법에 따라 3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한다. 처벌 수위가 높음에도 몰래 버리는 이가 많다. 유기를 막기 위해 '동물등록제'를 실시하지만, 인력이 부족해 지방자치단체에서 적극적으로 단속하지 못했다.

돌보기 어려운 유기동물

지자체 보호시설에선 10일 안에 주인을 찾지 못하면 안락사시킨다. 이를 막고자 보호 기간이 지난 유기동물은 민간 보호소에서 데려간다. 하지만 정부 지원이 적고 인력도 부족해 제대로 관리가 어려운 상황. 입양, 기부나 봉사활동 참여를 독려해 겨우 운영하고 있다.

늘어난 학대, 아쉬운 대응

지난해 동물 학대 발생 건수가 1000건에 달했다. 경찰청·대검찰청 자료에 따르면 동물보호법을 위반해 학대로 검거된 건수는 2011년 98건에서 2020년 992건으로 10배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실형 선고는 드물다. 2010년에서 2019년간 입건된 3345명 중 실형을 선고받은 이는 10명에 불과했다. 이조차도 음주운전 등 혐의가 추가된 결과다. 지난해에도 경찰에 붙잡힌 1014명 중 구속된 피의자는 단 1명뿐이었다.

경찰은 수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말 못 하는 동물인 만큼 증거 확보가 어렵고, 동물은 민법상 개인 재산이기에 주인을 처벌하기 어렵다. 매뉴얼이 배포됐으나 동물 대상 범죄 수사가 초기 단계다 보니 전문성을 가진 이가 많지 않다.

• 동물보호법: 지난 2월 개정된 동물보호법에선 정당한 사유 없이 동물에게 신체적 고통을 입히거나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한 경우를 동물 학대로 규정한다.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이 강화됐지만, 규정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더 커질 반려동물 산업

반려동물 시장은 미래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2025년엔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고, 1인 가구 비율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흐름과 맞물려 외로움을 달래줄 반려동물 수요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뚜렷하게 주도권을 잡은 업체가 없어 선점 경쟁에 불이 붙는다. 사료나 장난감이 다양해지고 저렴해진다. 반려동물과 놀아주는 인공지능 친구, 전용 장례식장, 맞춤형 펫티켓(펫+에티켓) 클래스처럼 생소한 상품·서비스도 소비자에게 한층 다가간다. 허리 숙일 필요 없이 대소변을 치울 수 있는 화장실 등 신기한 상품도 꾸준히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소비자는 선택지가 넓어질 뿐만 아니라 더 편리하게 반려동물을 돌볼 수 있어 혜택을 본다.

두터워질 동물 보호망

보완될 법체계

제도 손질이 필요하단 목소리에 정치권도 호응하고 있다. 지난 7월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조항을 신설한 민법 개정안이 입법 예고됐다. 개정되면 동물은 사유재산이 아닌 자체적인 법적 지위를 갖게 돼 재산 압류 대상에서도 빠지고, 학대 시 민형사상 책임이 커진다.

그동안은 다른 사람으로 인해 반려동물이 죽거나 다쳐도 '물건 값'에 해당하는 동물 가격 정도만 배상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해당 조항이 정신적 위자료까지 요구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 검거 후 실형 선고가 증가할 변화도 예상된다.

동물보호법도 전면 개정 추진 중이다. 학대 행위자에게 동물 사육 금지 처분과 교육 이수 명령을 내릴 예정이다. 원래는 주인이 학대해 격리하더라도 반환 요구 시 돌려보내야 해 문제였다. 그 외 동물 실험 시 윤리위원회 감독을 강화하는 등 동물 복지가 향상된다.

유기동물 관리 체계도 촘촘해져

코로나19 이후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며 반려동물 수요가 더욱 늘어났다. 바이러스가 잠잠해져 재택근무가 줄고 외부 활동이 늘면 유기가 급증할 거란 예측이 나온다.

정부는 등록되지 않은 동물의 경우 공공시설 이용을 제한하거나, 신고 시스템을 편리하게 개선하는 등 수단을 강구해 등록률을 높일 예정이다. 입양 전 충분한 교육과 정보를 제공하고, 군 입대 등 불가피한 사유로 양육이 어려운 경우 보호시설에 양도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시행되면 유기동물 증가세가 꺾일 수 있다.

발생한 유기에 대해서도 보호망을 구축한다. 시·도 광역단위로 전문 포획반을 운영할 시 사업비 지원을 늘리는 것처럼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지자체 보호시설에서 안락사 규정을 위반하지 않도록 처벌 조항을 만드는 등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민간시설 역시 운영 기준을 마련한다. 그동안은 근거 법령이 없어 몰래 동물 판매를 겸하는 경우도 있었다. 시설 운영이 개선되고, 안전하게 보호받는 동물이 늘어 입양이 증가할 것이다.

반려인: 반려동물이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다. 동물권에 관심이 생겨 채식을 시작했다. 단점이라면 양육비 부담이 만만치 않다. 시중에 나온 반려동물 보험 상품이 몇 개 있으나 비싸서 머뭇거렸다. 아무래도 보험 활성화 등 관련 공약을 얘기하는 대선 후보에게 눈길이 간다.

반려인을 제외한 국민: 키우고 싶어도 여력이 안 돼 유튜브를 보며 대리만족한다. 근데 밖에서 목줄 풀리거나 입마개 안 한 중형견들 보면 물릴까 무섭다. 사고도 꽤 발생하던데 주인이 좀 더 경각심을 갖고 신경 써야 할 것 같다.

경찰: 동물 대상 범죄가 늘어나 애로사항이 많다. 연쇄 살인범 중 동물을 통해 살인을 훈련한 경우가 많아 더 체계적으로 수사해야 한다. 전담수사팀 창설이나 심도 있는 내부 교육으로 보완할 필요성을 느낀다.

개고기 식당이 버젓이 운영되기에 합법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불법이다. 식품위생법상 개를 식품 원료로 조리해 판매할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

하지만 단속을 하진 않는다. 개고기 취식은 우리나라 전통인 점을 고려했다. 또 식품위생법은 식품으로부터 발생하는 피해를 막고자 시행되고 있는데 개를 먹는다고 해서 위해가 생기진 않는다는 견해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개 식용 금지를 검토해야 한다며 관련 부처 논의를 당부했다. 앞으론 식용을 막는 별도 법령이 제정되거나 단속이 가해질 가능성이 크다.

반려동물 사랑은 조선 시대에도 뜨거웠다. 전해지는 왕들의 사례 중 특히 유명한 건 9대 성종과 19대 숙종이다.

성종은 원숭이, 앵무새, 백조, 공작, 노루, 사슴 등 다양한 동물을 키웠다. 그는 원숭이가 추워하자 옷을 만들어 입히자고 했고, 신하들은 백성을 먼저 입혀야 한다며 반대해 설전을 펼쳤다. 하루는 외국에서 낙타를 사 오라는 명령을 내려 백성을 돌보는 게 우선이라는 신하들과 또 부딪쳤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숙종은 '고양이 집사'였다. 길에서 황금 털의 고양이를 발견해 '금덕이'라 이름 붙이고 직접 고기를 먹이며 애지중지 키웠다고 알려진다.

전 세계에서 개를 식용으로 먹는 국가는 우리나라를 포함해 북한, 베트남, 중국 정도다. 북한에서 '단고기'로 불리는 개고기는 인기 있는 전통 음식이자 더위를 이길 보양식이다. 베트남에선 식용으로 1년에 약 500만마리의 개를 도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거리에선 개고기 케밥을 판매해 논란을 낳았다.

대표적인 개 식용 국가였던 중국은 최근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지난해 '국가 가축' 목록에서 개가 빠졌다. 정부에선 "반려동물인 개를 가축 목록에 포함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광둥성 선전시에선 금지 조례를 시행하기도 해 한국에서 개 식용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싱가포르, 대만에 이어 중국까지 가시적인 움직임을 보여 개고기 문화는 사라지는 게 세계적 추세란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