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월드' 부활 선언...성공 과제와 한계는

돌아오는 국민 SNS, 장밋빛 or 고난의 행군?

👀 한눈에 보기

우리나라 SNS의 대부격인 '싸이월드'가 부활한다. 현재 서비스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인 싸이월드는 새 주인이 운영권을 가져오며 다음 달부터 로그인이 가능해진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토종 SNS가 돌아온다는 소식에 시장이 벌써 들썩인다. 글로벌 SNS가 대세로 자리한 시장에 '원조'가 힘을 쓸 수 있을까.

에디터의 노트

왜 중요한가? 🔥

'나는 가끔 눈물을 흘린ㄷㅏ...'를 기억하는 이들에게.

'미니홈피'를 기반으로 한 싸이월드는 2000년대 중반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 우리나라를 삼켰던 SNS다. 하지만 페이스북을 필두로 한 글로벌 SNS에 왕좌를 뺏겼고, 이제는 로그인마저 되지 않는다. 계속된 경영난으로 직원 임금까지 밀렸던 싸이월드는 이번 부활 선언으로 전환기를 맞았다. 암호화폐를 활용한 결제 시스템과 가상현실을 접목한 '메타버스'라는 신개념 서비스는 이목을 끄는 포인트다.

싸이월드가 성공적으로 부활한다면 우리나라 SNS 시장에 새바람을 불러올 수 있다. 소기의 성과를 거두면 '한 번 망한 서비스는 재기하기 힘들다'는 편견을 깬 레퍼런스가 된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국민 SNS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지. 새로운 실험이 성공할 수 있을지를 살펴봐야 하는 것도 그래서다. 이제까지 밝혀진 밑그림으로 앞으로의 성공 가능성을 점쳐본다. 3040 세대에게는 추억을 되살리고 1020세대에는 색다른 경험이 될 새 싸이월드는 어떤 효과를 가져올까.

큰 그림

청사진

싸이월드가 새 주인을 만나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온다. 신설법인 싸이월드Z는 10억원 수준의 인수금액을 내고 싸이월드로부터 서비스 운영권과 사용자들의 개인정보 데이터를 넘겨받았다. 싸이월드Z는 스카이이엔엠 등 5개 법인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이다.

  • 3월 중 서비스 재개: 운영권을 넘겨받은 싸이월드Z는 빠르면 다음 달 중으로 기존 싸이월드 서비스를 재개한다. 현재는 서비스 접속이 불가능한 상태지만 기술 테스트와 베타 서비스를 돌려 3월에는 로그인과 저장된 사진보기와 다운로드가 가능해진다. 상반기에는 모바일 환경에 맞춘 '모바일3.0' 서비스가 출시된다.
  • 메타버스 개념 도입: 재개되는 싸이월드는 '메타버스' 개념을 도입한다. 메타버스는 가상·초월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우주·현실 세계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다. 올해 데뷔한 걸그룹 에스파’(aespa)는 현실의 아이돌 멤버와 가상 아바타가 공존해 현실과 사이버공간에서 각각 활동하는 독특한 콘셉트를 선보였는데 이 모델도 메타버스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
  • 결제수단으로 암호화폐 사용: 싸이월드는 현금을 '도토리'라는 일종의 사이버머니로 바꿔 결제수단으로 사용했었다. 싸이월드는 본래 '클링'이라는 암호화폐를 론칭했었지만 이를 활용하지 않고 새로운 암호화폐를 만드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싸이월드Z는 새로 발행할 암호화폐와 클링을  교환하는 방안을 고려중이다.
  • 체불임금 해결: 싸이월드는 이용자가 급감하며 수익이 악화됐다. 이에 직원들의 급여도 지급하지 못했다. 전제완 싸이월드 대표는 직원 27명의 임금과 퇴직금 4억7000만원을 체불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이 외에도 6억원가량의 임금체불로 또 다른 재판을 받고 있다. 전 대표는 인수금으로 받은 10억원으로 직원들에게 밀린 급여와 퇴직금을 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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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임팩트
추억 살린다지만, 내 흑역사는 어떡하나

싸이월드는 3040세대에게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다. 싸이월드가 부활하면 이들이 대학생이나 사회초년생이던 청춘 시절의 사진과 영상을 다시 만나볼 수 있다. 성공적으로 부활한다면 해외 서비스 중심으로 재편됐던 SNS 시장에도 돌풍이 일어날 수 있다.

  • 100억장 넘는 사진...반갑다 친구야: 싸이월드에 저장된 사진은 100억장이 넘고 동영상도 1억개 이상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싸이월드에 사진을 저장하고 친구들과 함께 보는 문화가 보편적이었다. 10년 전 친구와 썼던 다이어리, 같이 찍은 사진을 본 반가움에 '친구찾기' 운동이 번질 수도 있다.
  • 유료화 정착: 과거 싸이월드는 미니홈피 메인 화면을 꾸미거나 배경음악을 붙이기 위해 유료 결제가 필수였다. 가장 많이 접속할 걸로 보이는 3040세대의 구매력은 과거보다 성장했다. 싸이월드가 예전의 위용을 찾는다면 무료가 익숙한 국내 SNS 시장도 유료화 모델이 자리 잡는 새 전기를 맞이할 수 있다.
  • 낯설던 '메타버스' 뿌리 내려: 싸이월드가 메타버스를 활용할 것으로 알려지자 이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아직은 낯선 개념이지만 싸이월드에 대한 큰 관심만큼 해당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는 계기가 된다.
  • 기존 SNS 개선 박차: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 기존 SNS의 인기가 단기적으로 떨어질 수 있다. 싸이월드가 서비스 중단 직전까지 월 1000만명이 로그인했던 것으로 볼 때 10분의 1만 회복해도 100만이다. 경쟁은 서비스의 개선을 낳는다. 싸이월드의 약진에 긴장한 다른 SNS가 취약점을 적극 개선할 가능성이 있다.
  • 암호화폐 가치 상승: 새 운영사 싸이월드Z는 새 암호화폐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서비스가 활성화 되면 이 암호화폐의 가치가 급등할 수 있다. 또 새 암호화폐와 일정 비율로 바꿔주기로 한 클링 시세 급등도 점쳐진다. 부활 소식이 알려지자 클링 시세가 폭등한 것도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싣는다.

약점 없을까?...동전의 양면 같은 우려

기대가 크긴 하지만 우려가 만만치 않다. 위에 나열한 장밋빛 전망 외에 걱정거리가 적지 않다. 암호화폐 시스템에 우려가 있을뿐더러 모바일 환경 구축도 녹록지 않다. 싸이월드가 이번 부활에도 실패했을 때는 완전한 사망 선고에 이르게 될 전망이다.

  • 흑역사 소환: 과거 싸이월드가 인기를 끌던 시절에는 지금보다 초상권이나 저작권에 대한 개념이 약했다. 타인을 허락없이 찍은 사진이나 영상, 악의적으로 가공된 콘텐츠가 다시 생명력을 얻을 수 있다. 작게는 예전 여자친구 사진을 보는 남편에 부부싸움이 일어나거나, 크게는 허락 없이 찍은 타인의 영상이나 사진을 무분별하게 유통시키는 부작용이 예상된다.
  • 암호화폐발 피해자 양산: 일각에서는 이번 서비스 재개를 두고 암호화폐 시세차익을 위한 부활 아니냐는 의심이 나온다. 실체가 없는 암호화폐는 사실상 수요에 의해 적정 가격이 매겨진다. 부활 초반 부풀려진 가격은 서비스 재개 초반의 '붐'이 지나가면 하락할 수 있다. 이 경우 미리 사뒀던 화폐 시세 급락에 피해를 보는 유저가 생긴다. 또 오늘은 1000원이었던 가치가 다음날은 100원, 또 다음날은 1500원으로 올라가는 식의 '환율 널뛰기' 문제도 걱정이다.
  • 모바일 실패하면...'회의론' 고개: 싸이월드가 자리를 잃었던  큰 이유로는 모바일 중심으로 개편된 SNS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점이 꼽힌다. 팝업창 형태라 PC에 적합했던 싸이월드가 모바일 환경을 얼마나 잘 구현할지가 관건이다. 또한 과거 이용자층의 구매력은 높아졌지만 이미 공짜 SNS에 익숙한 상황서 지갑을 여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 더는 못 믿는다: 모바일 최적화 실패 등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면 희망은 공허한 메아리가 돼 버린다. 마지막 기회를 받은 싸이월드가 기대만큼의 성적을 못 거두면 앞으로 새로운 국산 SNS의 등장은 요원해질지 모른다.
스탯
1040이 가장 많이 쓰는 SNS는?
걱정거리
이해관계자 분석
3040세대의 희열

3040세대: 청춘이 돌아온 것 같아 반갑다. 이들은 싸이월드가 전성기를 맞았던 2000년대 중반 인생의 황금기라는 20~30대를 보낸 세대다. 그때의 추억을 다시 꺼내 볼 수 있어 기대가 크다. 용돈을 타 쓰던 그때와 달리 두둑해진 지갑. 이미 머릿속에는 어떻게 아바타를 예쁘게 꾸밀지 행복회로가 돌아가고 있다.

SNS업계: 새로운 서비스의 등장으로 긴장에 빠졌다. 특히 정해진 플랫폼을 활용하는 게 아니라 입맛에 따라 꾸밀 수 있는 싸이월드의 매력이 신경 쓰인다. 싸이월드가 '오픈빨'을 넘어 예전의 명성을 일부라도 되찾으면 고객 뺏기기는 시간문제다. 속으로는 열풍이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심술 섞인 기대감도 있다.

싸이월드Z: 과거의 영광을 되찾아와야 한다. 10억원을 인수비용으로 썼는데 이를 회수하는 것은 물론 새로운 수익을 창출해야 한다. 서비스 운영권과 함께 넘겨받은 개인정보의 순조로운 이관도 남은 관문이다. 저장된 사진을 내려받기 위해 초반에는 트래픽이 늘겠지만 이후 확장도 중요하다. 서비스 재개까지 길어야 한 달. 머릿속이 복잡하다.

진실의 방: 팩트 체크
메타버스...성공行 티켓일까, 유료화 전망은?

메타버스는 새 싸이월드의 마케팅 포인트다. 암호화폐가 수익 측면의 운영방안이라면, 메타버스는 서비스 전체를 관통하는 새 뼈대다.

가상과 현실이 상호작용하는 사이버세상을 의미하는 메타버스는 1992년 미국의 소설작가 닐 스티븐슨의 소설 <스노 크래시>에서 처음 등장했다. 소설에서 메타버스에 입장하려면 '아바타'라는 가상의 신체를 활용해야 한다. 싸이월드에도 이를 적용한다니 관심이 쏠리는 건 당연한 일. 상반기 모바일 버전을 예고한 것에 비춰보면 스마트폰에서 분신인 아바타를 통해 소통하는 형태가 예상된다.

하지만 이 정도라면 사실 색다를 게 없다. 싸이월드는 이미 십수년전 아바타를 선보이며 메타버스를 선도적으로 적용했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한 서비스가 됐다. 실패한 모델을 단순히 모바일에 옮기는 것만으로는 높아진 눈높이를 채우기 힘들다.  또 싸이월드는 1촌으로 대표되는 연결성이 매력이었지만, 반대로 1촌이 아니면 배제되는 폐쇄성 또한 문제로 꼽혔다. 이 폐쇄성이 가상세계에서의 소통을 추구하는 메타버스 구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결국 얼마나 사람들이 신기해하고 목적에 맞는 시스템을 구현하느냐가 관건이다. 단순히 '메타버스를 적용하겠다'는 선언만으로는 제목 장사에 그친다. 레트로 감성에만 기대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 양치기 소년으로 남을 수 있다는 뜻이다.

서비스를 계속 유지하려면 안정된 수익구조도 중요하다. 현재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은 무료가 기본이다. 계정을 꾸미는 데 드는 비용이 없어 수익은 사용자 맞춤 광고료로 충당한다. 사용자가 일정 금액을 내면 타겟(나이나 관심사 등을 설정한 유저층)에 맞춰 광고를 내보내기에 타겟형 광고로 불린다.

싸이월드는 미니홈피를 꾸미는 데 필요한 도토리로 수익을 냈다. 이제는 암호화폐를 결제수단으로 사용하기로 한 만큼 화폐 가치가 수익과 연결될 것으로 보인다. 결제 수요가 늘어 암호화폐 가치가 상승하면 수익성이 커진다.

과거 가수 채연이 싸이월드에 올린 눈물 셀카에 담겼던 글귀다(사진은 차마...). 이를 기억한다면 싸이월드의 부활이 반가울 수밖에 없다. 메타버스를 통해 가상 눈물셀카도 가능할까.
말말말
일기예보
타임머신: 과거 사례
아름다운 시절부터 내리막길까지

1999년 설립된 싸이월드는 2001년 미니홈피 서비스를 출시하면서 큰 인기를 얻었다. 지금의 개념으로 팔로워를 뜻하는 '1촌', 기분 따라 꾸미는 메인화면과 배경음악은 개성을 뽐내기 제격이었다. 하지만 2010년대 초반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모바일 중심으로 바뀐 시장에 적응하지 못했고,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글로벌 SNS의 등장으로 쇠락의 길을 걸었다. 2016년 프리챌 창업주였던 전제완 대표가 인수, 2017년 뉴스 큐레이션 서비스를 선보이는가 하면 암호화폐 사업도 펼쳤지만 영광을 되찾기엔 역부족이었다. 결국 지난해 5월 국세청에 폐업 신고를 하며 사실상 문을 닫았다.

싸이월드의 쇠락에는 경쟁자인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약진이 결정적이었다. 이들은 토종 SNS를 생각보다 쉽게 밀어냈다. 되레 현지화하지 않은 현지화가 먹혔다. 싸이월드는 2005년 미국, 중국, 베트남 등에 법인을 세워 해외 서비스를 펼쳤지만 국가별로 별도의 플랫폼을 구성해 '연결'에 장점을 가진 싸이월드의 매력은 희석됐다. 반대로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은 오리지널 플랫폼을 그대로 사용해 국내외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소셜 네트워크'라는 SNS 본연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먼나라 이웃나라: 해외 사례
마이스페이스, 세계제일 SNS 꿈꿨지만...

한국에 싸이월드가 있었다면 미국에는 마이스페이스가 있었다. 2003년 생긴 마이스페이스는 2005년 언론제독 루퍼트 제독의 뉴스코퍼레이션에 5억8000만달러에 인수됐지만 영광이 오래가지 못했다. 한국에서는 '미국판 싸이'로 불리며 이용자를 끌어모으는 듯했다. 특히 음악을 자신의 프로파일에 올리면 이를 다른 사용자들이 자신의 배경음악으로 퍼갈 수 있는 점이 독특했다. 가수 세븐이나 임정희, 박진영 등 2000년대 후반 미국진출을 꾀했던 가수들도 마이스페이스를 활용했다.

하지만 마이스페이스도 쇠락한 서비스의 대명사가 됐다. 서비스를 인수한 뉴스코퍼레이션은 혁신보다는 관료주의가 팽배했고, 누구보다  기민해야 할 서비스 형태는 갈수록 경직됐다. UI(사용자 인터페이스)는 페이스북보다 불편했고, 광고가 덕지덕지 붙으며 속도는 느렸다. 결국 3년 만에 마이스페이스는 인수가격의 6%인 3500만달러에 온라인 광고기업으로 운영권이 넘어갔다.

그때 참 괜찮았지
지금은...
체크 포인트
추억은 방울방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