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폭염, 뜨겁게 달궈진 한반도

짧아진 장마에 열돔까지... 전력 수급은 빨간불

👀 한눈에 보기

  • 당초 예상과 다르게 장마가 짧게 끝났고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 북미가 열돔 현상에 따른 폭염으로 몸살을 앓은 데 이어 한반도에도 사상 최고의 더위가 예상된다.
  • 무더위는 온난화로 인한 이상기후의 영향이다. 코로나19까지 덮친 올여름은 전력 수급난까지 예상돼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에디터의 노트

왜 중요한가? 🔥

폭발적 더위… 이상하지 않아?

  •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우리나라에 더위가 일찍, 더 강하게 찾아왔다.
  • 올해 유난히 장마가 힘을 못 쓴 것도 사람이 일으킨 기후변화의 결과라는 분석이다.

지구온난화가 왜?

  • 한국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이상기후가 관측된다.
  • 사람이 일으킨 온난화가 결국 사람을 괴롭히는 꼴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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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은 더 뜨겁다

짧은 장마, 빨리 찾아온 열대야

지난해 서울의 첫 열대야 현상은 8월4일 나타났다. 올해 서울의 첫 열대야는 지난 12일로 지난해보다 23일 빨랐다. 이와 반대로 이달 3일 시작됐던 장마는 채 20일을 가지 못하고 끝났다. 50일을 넘긴 지난 장마에 비하면 무척 짧다. 지난해가 사상 최장 기록이긴 했지만 반 토막까지 난 건 이례적인 일이다.

  • 열대야: 오후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9시까지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인 현상.

폭염 지붕 생겼다

장마가 끝나니 '열돔'이 덮쳤다. 열돔은 고온다습한 고기압과 고온건조한 고기압이 만나 상공을 덮는 현상을 말한다. 뜨거운 공기가 온실에 갇힌 모습을 상상하면 된다. 열돔이 닥치니 자연스레 폭염이 한반도를 달궜고, 폭염이 관측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올 폭염이 역대급으로 기록될 거라 전망하기도 한다.

똑똑! 열돔 현상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똑똑 상식에서 보실 수 있어요.

바닥 보이는 전기

무더위 탓에 전기만 축났다. 에어컨 없이 살 수 없는 더운 밤과 한낮 불볕더위가 전력 사용량을 늘렸다. 전력 공급예비율은 최근 9%대를 찍는 등 비상이 걸렸다. 아직 더위가 피크를 찍지 않은 만큼 우려가 큰 상황이다.

  • 공급예비율: 공급 전력의 여유분을 뜻한다. 마련된 전기의 공급량을 최대 수요로 나눈 값이다. 예비율이 낮을수록 수급에 빨간불이 켜진다. 최소 10%는 넘어야 갑작스러운 정전 등 예기치 못한 수급 위기를 피할 수 있다.

지구를 덮친 이상기후

폭염은 한반도뿐 아니라 지구 전반을 뒤덮었다. 6월 미국 북서부 캘리포니아 데스밸리의 기온은 54도. 그 춥다는 러시아 모스크바도 34.8도를 찍었다. 다국적기후 연구단체인 세계기상원인분석(WWA)은 미국의 이상기후에 대해 "인간의 행위로 인한 기후변화가 아니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사람들이 배출한 탄소로 지구온난화가 일어났고 지금의 폭염은 그 결과라는 것.

  • 지구온난화: 지구 표면의 평균온도가 상승하는 현상이다. 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상승해 해안선이 변하는 등 기온이상뿐 아니라 다른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 원인으로는 이산화탄소 배출 등으로 인한 온실효과가 꼽힌다.
이슈와 임팩트

거리두기에 폭염까지… 열 받는 사람들

가장 걱정되는 건 건강이다. 일사병은 물론이고 심한 경우 실신 증상까지 나타날 수 있다. 체력이 약한 어린이와 노약자들이 특히 위험하다. 지방자치단체와 정부는 비상이 걸린다. 온열질환 체크를 비롯해 응급환자 대책 마련에 골몰하기 시작했다. 반대로 국민들은 에어컨으로 인한 냉방병에도 시달릴 수 있다.

  • 코로나19 두려워 골든타임 놓친다?: 코로나19와 온열질환은 '열'이 공통 증상이다. 구별이 쉽지 않다. 특히 고령층의 온열질환은 심하면 뇌졸중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어 바로 검사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는 혹여 코로나19 확진자라는 낙인이 찍힐라 두렵다. 병원 방문 자체를 꺼릴 수 있어 온열질환을 방치할 가능성이 크다.

낮아지는 생산성

폭염 속에서는 사람들의 행동반경이 좁아질 수밖에 없다. 수도권에는 거리두기 4단계가 적용되는 상태라 외부활동이 크게 위축된다. 배달인력이나 야외에서 일하는 농부, 육체노동자들은 더 힘이 빠진다. 푹푹 찌는 날씨에 마스크까지 껴야 해 숨은 차오르고 불쾌지수는 높아진다.

  • 생산성 '뚝': 더위와 생산성은 반비례한다. 폭염 속에서 근로자들은 더 많이 실수하고 행동이 느려진다. 2018년 폭염 당시 UCLA 연구진은 평균 기온이 1도 오를 때마다 노동생산력은 2%씩 감소한다고 분석한 바 있다. 이대로라면 전 세계 GDP(국내총생산)는 2030년에는 연간 2조달러(한화 약 2238조원) 줄어들 전망이다.

높아지는 물가

장바구니 물가가 오를 수 있다. 폭염에 채소 작황이 나빠지거나 가축 사육이 제대로 안 되면 결국 피해를 보는 건 국민들이다. 폭염이 기승을 부렸던 2018년 7월, 시금치는 전달보다 50.1% 올랐고 고춧가루(41.6%)값도 폭등했다. 올해도 배추 한 포기, 삼겹살 한 근 가격이 어떻게 오를지 모른다.

  • 가전 업계만 웃는다: 무더위에 호황인 곳도 있다. 가전 업계다. 에어컨과 선풍기, 써큘레이터까지 바람만 나오는 가전제품이면 없어서 못 살 정도다. 이런 추세면 2018년 에어컨 판매량 250만대 돌파도 상상만은 아니다.

에어컨 쌩쌩에 전력 정책 물음표

가장 에어컨을 많이 튼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만약 전기 대란이 현실이 돼 대정전이라도 일어나면, 전력공급 정책에까지 비난의 화살이 향한다. 탈원전 정책이 현 정부 기조지만, 이번을 계기로 정책을 재고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 탈원전 정책: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설 탈원전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신규 원전 건설계획을 백지화하고 노후된 원전의 수명연장을 중단하기로 했다. 장기적으로는 원전이 생산하는 전력분을 2079년까지 점진적으로 신재생에너지나 화력 발전으로 대체하는 것이 골자다.
스탯
과거 여름 어땠나
걱정거리
이해관계자 분석

국민: 더워도 너무 덥다. 마스크까지 끼니 어질어질하다. 안 그래도 부모님이 현기증을 하소연하는데 코로나19일까, 온열질환일까. 둘 다 안 될 일이다. 24시간 트는 에어컨에 주머니 사정은 더 안 좋아졌다. 근데 왜 이렇게 일하기 싫지. 더위 먹었나... 한강이라도 나가볼까 하는데 아, 거리두기!

한전(전기공급자): 2011년 9월15일은 악몽 같은 날이었다. 9월인데도 서울 최고기온이 31도에 달하는 늦더위로 갑자기 전기 수요가 몰렸다. 그 결과 5시간의 블랙아웃(대규모 정전 사태)이 일어났다. 이때처럼 전기가 또 모자라면 큰일 난다. 우리가 못 버티면 정부 전력공급 정책까지 덩달아 욕을 먹는다.

정부: 전기전문가를 공장에 투입시켜 안전점검에 나설 계획이다. 이미 수요반응(DR) 제도 참여기업과 간담회를 가졌다. DR은 참여 기업들이 약속한 만큼 전력 수요를 줄이고, 위기 극복 후에는 감축한 만큼 보상을 받는 제도다. 이들에게 전력 관리에 동참해 달라고 해 고비를 넘기려 한다. 허나 앞으로 폭염이 계속되지 않는다는 법은 없다. 전기는 산업의 밀알이나 마찬가지인데 걱정이 크다.

진실의 방: 팩트 체크
전력 수급난은 탈원전 탓?

원자력 발전소 건설과 가동이 중단된 탓에 전력 수급이 어려워진다는 분석이 있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5년 수립된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원전 신한울 1기(1.4GW 규모) 발전소를 비롯해 신한울 2기(1.4GW), 신고리 5호기(1.4GW) 등은 이미 가동되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 정부의 8·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이들 모두 지금까지 가동되지 않았다. 만약 계획대로 원전이 가동됐다면 예비 전력은 지금보다 넉넉했을 수 있다.

정부는 전력 수급난이 탈원전 때문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전력 정책을 총괄하는 산업통상자원부는 "올여름 전력 공급 능력은 지난해와 유사한 수준"이라며 "예상치를 웃돈 산업생산 증가와 폭염 등 기상영향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원전이 계획대로 가동됐다면 전력난은 조금 완화됐을 가능성이 크다.

말말말
일기예보
타임머신: 과거 사례

역대급 폭염으로 기억되는 시기는 2018년과 1994년이다. 폭염일수는 2018년이 길었지만, 더 괴로웠던 건 1994년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2018년과 1994년은 폭염일수가 각각 31.0일과 29.6일이었다. 기간은 비슷해도 디테일은 조금 다르다. 2018년에는 7월(15.4일)과 8월(14.1일)에 걸쳐 폭염이 기승을 부린 반면 1994년은 7월(17.7일)에 집중됐다. 2018년에야 에어컨 없는 곳이 없었지만 1994년은 그렇지 못했다. 버스에 에어컨이 설치된 것도 1990년대 중반 이후다. 손부채로 열을 식히기 급급했던 때라 체감 더위는 1994년이 최고였다는 것.

먼나라 이웃나라: 해외 사례
북미도 지글지글

북미 지역도 열돔 현상으로 몸살을 앓는다. 캐나다 연안 지역은 40도를 넘어 50도에 육박하는 살인적 더위가 찾아왔다. 캐나다 태평양 연안의 브리티시 컬럼비아주는 지난달 29일 최고기온이 49.6도였다. 일주일간 폭염으로 돌연사한 사람은 700명이 넘었다.

미국도 이달 초 워싱턴주와 오리건주 등 북서부 지역은 40도를 오르내리는 등 폭염이 기승을 부렸다. 오리건주에서는 산불이 번졌다. 최근에는 남서부 지역으로 더위가 옮겨와 캘리포니아와 네바다주가 사상 최고기온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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