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에 '킬러'가 있다는데...

"초고난도 문항 내지마" "변별력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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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의 노트

왜 중요한가? 🔥

불수능, 킬러가 문제였다

  • 대학수학능력시험에는 초고난도로 변별력을 주기 위한 '킬러 문항'이 나온다.
  • 이 킬러 문항이 과도한 선행학습을 유발한다. 이를 막기 위해 고교 교육과정 내에서 내야 한다는 법안이 발의됐다.

대입 변별력 출렁

  • 수능은 여전히 대입의 가장 핵심적인 토대다.
  • 킬러 문항이 사라지면 중위권-상위권 간 변별력이 무너져 입시가 혼탁해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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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사진

매해 11월은 킬러의 습격

수능은 정시뿐 아니라 수시의 최저 학력 기준을 좌우해 입시의 핵심적인 축이다. 수능 변별력을 높이기 위해 출제하는 이른바 '킬러 문항'이 지나치게 어렵다는 지적은 항상 나온다.

하지만 수능과 킬러 문항은 뗄 수 없는 관계다. 국·영·수만 해도 과목당 적게는 1문제, 많게는 4문제 정도가 나온다. 10점가량을 좌지우지하니 킬러를 얼마나 뚫어냈느냐에 따라 대학 간판이 바뀐다. 때문에 대치동과 목동 등 사교육 1번지에서는 '킬러 대비반'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수포자 양산: 문제는 수학에서 도드라진다. 계산 과정을 통해 생각하는 방법을 기르는 게 수학의 목표지만 이해 없이 문제 풀이만 반복하며 취지를 흐트러뜨린다. 도저히 풀 수 없는 문제가 나오니 아예 수학을 포기하는 수포자들이 늘어났다.

  • 모평 너마저: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 따르면 올해 9월 모의평가에서는 수학에서만 4개 문항이 교육과정을 벗어났다. 하나는 선택과목이라 쳐도 나머지 3개는 반드시 응시해야 하는 공통과목에서 나왔다. 특히 한 문항은 오답률이 97%에 달했다. 수능이 코앞으로 다가온 때 마지막 연습 성격의 모의고사라 파장이 컸다.

"교과서 밖은 안 돼, 킬러 이제 그만"

킬러 문항으로 대표되던 수능의 오랜 고교 교육과정 위반은 교실을 기계적 문제풀이 중심 전근대적 공간에 머무르게 하는 장본인이었다. — 강민정 의원

강민정 열린민주당 의원은 공교육정상화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해당 법은 선행교육규제법이라고도 불린다. 강 의원은 킬러 문항이 고교 교육과정을 넘어서 나온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쉽게 말해 학교에서 배우지 않은 데서 나와 과한 선행학습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개정안은 수능에 킬러 문항을 내지 못하게 해 사교육을 줄이고, 시험의 본래 목적을 달성하는 데 초점을 뒀다. 수능도 법 적용 대상으로 하고, 대학별고사처럼 선행학습을 유발하는지 사전영향평가를 실시하라는 내용을 담았다. 평가 결과 선행학습이 이뤄진다고 하면 그 결과를 해당 연도와 이후 수능을 낼 때 반영하도록 했다.

  • 공교육정상화법: 수행평가를 포함한 학교 시험, 교내 대회, 대학별고사 범위를 교육과정 안으로 한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슈와 임팩트

수능 변별력 하락

킬러 문항은 긍정적으로 보면 변별력을 주기 위한 장치다. 킬러 문항이 사라지고 밍밍한 문제만 나오면 '끝까지 공부한' 학생과 '적당히' 공부하는 학생 간 차이를 주지 못한다.

평탄해지는 성적분포: 표준점수 체제에서는 같은 원점수라도 시험이 어려울 때 많이 맞추면 표준점수가 높게 뛰어 잘한 학생이 된다. 하지만 킬러 문항이 없으면 만점자가 많아지고, 고득점자의 홍수 속에 표준점수 최고점도 낮아진다.

대학은 골머리

상위권과 하위권이 실력에 따라 성적이 달라야 하는데 비슷한 표준점수를 받는다면 대학이 가장 골치 아프다. 모두 비슷한 수준의 학생으로 보여 우수 학생을 선발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학생 입장에서도 상위권의 경우, 수시모집 학생부종합전형이나 논술 같은 다른 전형에 눈길을 주게 된다. 지금 수능 점수를 위주로 한 정시 확대 기조와 반대되는 흐름이 생긴다.

정시 확대 브레이크?: 대학은 논술 같은 자체 고사로 변별력을 줄 가능성이 있다. 허나 논술을 비롯해 학종 면접 등은 교직원 대다수가 관리와 감독에 투입되는 등 리소스가 크다. 또 논술은 정성적인 평가 기준에 대한 논란이 여전하다. 다시 불공정 입시 논쟁에 불이 붙을 가능성이 있다.

더 배배 꼬이나?

법이 본회의 문턱을 넘더라도 변별력 문제는 남는다. 결국 교육과정 안에서 낸다는 최소한의 약속은 지키되 억지로 배배 꼬는 문항이 나올 수 있다. 또는 문항 전반의 난도를 높이는 방법도 예상된다.

  • 출제 위원들은?: 출제진의 루틴이 바뀐다. 수능 문제를 낼 때는 출제 위원이 낸 문제를 검토 위원이 감수하는 형태가 기본 뼈대다. 교사로 구성된 출제 위원들은 교육과정 속 변별력 큰 문항을 위해 더 많은 자료를 읽고, 더 새로운 유형의 문항들을 개발해야 한다.

입시 컨설팅 더 치열

가중치까지 고려하는 소위 '원서질'이 더 성행할 수 있다. 비슷한 점수를 받은 상황에서 자신이 가진 점수가 어느 대학을 가는 데 가장 유리할지 알아보는 입시 컨설팅 시장이 더 커진다.

  • 가중치?: 수능시험의 특정 영역 점수에 가중치를 두고 총점을 계산하는 것을 말한다. 수능 총점이 똑같더라도 가중치를 두는 과목의 시험을 잘 본 수험생이 유리하다. 수능 선택과목을 고를 때부터 대입을 염두에 둬, 관심 있는 과목을 공부하기보다는 점수받기에만 열중하는 부작용이 우려된다.

교실은 후끈

수능의 변별력이 떨어지면 일부 대학은 내신 반영비율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상대적으로 내신이 중요해진다. 이 경우 학교 수업 분위기는 좋아진다. 법의 취지와도 맞다. 내신도 수능처럼 사교육 영향이 크긴 하지만, 학교 시험의 중요성이 높아지니 교실 수업 집중도는 높아진다.

스탯
걱정거리
이해관계자 분석

수험생: 생각해보면 모의고사에도 교과서에서 보지 못한 문제가 자주 나온 것 같다. 킬러 문항을 맞추려 특강반을 찾았다. 보통 단과반보다 더 비싸다. 그래도 맞추지 못해 재수, 3수까지 하는 형누나들을 봤다. 근데 난 공부를 잘하는데 너도나도 맞추면 시험이라고 할 수 있나?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지난해는 물론 그 전해부터 초고난도 문항을 피하려고 했다. 그래서 전보다는 조금 쉬워졌을 거다. 코로나19 상황은 출제 기조도 바꿨다. 온라인 수업을 받는데 마냥 어렵게 낼 수는 없었다. 법 통과는 아직이니 올해 이후 출제 기조를 다시 논의해보겠다.

학원가: 킬러 문항이 사라진다고 해도 우리에게 타격이 크진 않을 것 같다. 컨설팅이라는 또 하나의 시장이 있지 않은가. 정시보다 수시에 학생들이 몰리면 자기소개서나 논술 첨삭 등 우리의 손을 타는 분야가 더 많아진다. 이래저래 교육계가 혼란스러우면 사실 우리가 가장 수혜를 보긴 한다.

진실의 방: 팩트 체크
어려우면 안 되나?

지금은 자연스럽지만 '킬러 문항'이라는 단어는 몇 년 전 나온 신조어다. 어려운 시험인 '불수능', 쉬운 '물수능'처럼 익숙한 용어로 자리 잡았다. 정확한 원천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지만 지금은 수험생을 죽이는(?) 어려운 문제라는 의미로 통용된다.

구별해야 할 것은 공교육정상화법 개정안이 어려운 문항 출제 자체를 막는 것은 아니다. 교육과정 밖에서 출제해 배우지 못해 못 푸는 문제를 막는 게 정확한 취지다. 모니터링 사각지대에 있는 수능 출제를 법 테두리 안으로 가져와 선행교육을 규제하는 목적도 있다.

말말말
일기예보
타임머신: 과거 사례
3년 전 국어 '31번'의 난

2018년 11월 치러진 2019학년도 수능의 킬러는 단연 국어 31번이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도 '유감'이라고 사과할 만큼 파장이 컸다. 아직까지도 극악의 킬러 문항으로 기억되고 있다.

전말은 이렇다. 국어 영역인데 뉴턴의 만유인력 법칙을 활용해야 했다. 수험생들 사이에선 "물리가 국어에 나왔다"는 비판이 나왔다. '질점' '부피요소' 같은 개념을 요구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컸다. 거의 시험지 한 장 분량의 '동서양 우주론' 지문을 읽고, 시험지 반 장에 달하는 보기를 읽어야 했던 점도 논란을 키웠다.

먼나라 이웃나라: 해외 사례

어려운 문제가 나오지 않으면, 아니 아예 안 보면 명문대에 가기 수월해질까? 올해 미국을 보니 그렇지도 않다. 미국은 올해 코로나19 여파로 SAT와 ACT를 입시 요소에서 뺐다. SAT는 기본적인 수학능력을 평가하고, ACT는 영어, 수학, 과학 등 과목 지식에 대한 이해력을 평가한다. 대신 내신 성적과 에세이 등에 대한 평가 배점을 높였다. 우리나라로 치면 학종으로 입시의 큰 줄기를 튼 셈이다.

그러니 평소라면 지원하지 않았을 명문대로 지원자들이 더 몰렸다. 그 과정에서 인기가 높은 명문대들은 높은 경쟁률을 기록해 우수 학생을 '골라' 뽑을 수 있는 상황이 됐고, 다른 학교들은 인재 모집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그때 참 괜찮았지
지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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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은 방울방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