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직원 투기 의혹...죗값 치르나

내부정보 활용해 땅 샀나...처벌은 미지수

👀 한눈에 보기

  • LH 직원들의 광명시흥 등 3기 신도시 지역 투기 의혹이 시민단체 폭로로 밝혀졌다.
  • 대통령이 나서 엄정 대응 주문, 현재까지 LH 직원 20명이 연루된 것으로 확인됐다.
  • LH 본사는 압수수색이 진행됐다. LH 직원 가족도 조사하기로 했다.
  • 민감한 부동산 투기 문제라는 점에서 국민의 허탈감은 커지고 분노가 폭발했다.

에디터의 노트

왜 중요한가? 🔥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 10여명이 3기 신도시 지역 땅을 투기성으로 매입했다는 의혹이 폭로됐다. 매입한 토지가격 규모는 무려 100억원대에 달한다. 나무를 심어 보상금을 노리는 등 행태도 치밀했다. 특히 불공정 행위인 내부정보를 활용했다는 의혹에 국민들의 허탈감이 크다.

정부는 엄정 대응을 천명했다. 실제 처벌과 이익 환수가 이뤄지지 않으면 사태는 재발할 가능성이 크다. 아직 모든 사실이 밝혀진 것도 아니다. 가족이나 지인 등 더 많은 이들이 엮여있을 가능성이 있다. 모럴해저드 문제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사태를 계기로 제대로 된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그게 과연 될까? 앞으로 부동산 정책과 투기 방지 방안은 어떻게 마련될까.

큰 그림

청사진

뿔난 대통령, 부동산 정책 어쩌나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은 시민단체를 통해 처음 폭로된 이후 들불처럼 번져나갔다. 정부는 특별수사본부를 꾸려 다른 투기 정황은 없는지 수사하고 있다. 국민의 분노는 폭발했고 국회의원 등 사회 고위층의 부동산 투기 여부 전수조사까지 논의되고 있다.

폭로→조사→적발

시민단체 폭로: 지난 2일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문재인 정부의 3기 신도시 중 광명시흥 지구 7000평 규모의 토지를 LH 직원 10여명이 투기성으로 매입했다는 의혹을 폭로했다. 땅을 사는 데는 100억원가량이 들었다. 방법도 치밀했다. 보상을 노린 듯 개발 예정지에 나무 수천 그루를 심었다. 일부는 상가나 농지를 담보로 돈을 빌리는 비주택담보대출을 이용했다.

경찰, 직원에 친인척까지 수사: 정부는 경찰조직인 국가수사본부를 주축으로 한 '부동산 투기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수사하도록 했다. 지난 9일 경찰은 LH 본사를 압수수색했다. 정부는 LH와 부동산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 직원에 더해 가족까지 전수조사한다. 특수본은 첩보·제보 등을 받아 가족과 친인척의 차명거래 여부까지 들여다본다.

1차 조사, LH 20명 적발: LH와 국토부 '직원' 1만4000여명을 대상으로 한 1차 조사에서는 총 20명이 연루된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처음 의혹이 제기된 건 14명이었지만 이들 중 2명은 전직 직원이고, LH 자체 조사로 1명이 추가돼 13명의 현직 직원이 땅을 산 것으로 파악됐었다. 7명의 투기 정황이 더 드러났다. 모두 LH 직원이다. 기존에 의혹이 밝혀졌던 직원 13명은 직위해제된 상태다.

  • 의원님들은?: 국회는 국회의원 300명 전원에 대해 특별검사를 통한 전수조사 방안을 논의했다. 하지만 야당은 여당부터 조사를 받을 것을 요구했고 결론이 나지 않아 일단 제동이 걸렸다.

신고센터 설치하고 법으로 울타리 쳐

경찰 신고센터 운영: 특수본은 관련 제보를 접수하는 경찰 신고센터를 운영한다. 구체적인 제보가 들어오면 국가수사본부가 직접 수사하거나 시도 경찰청에 사건을 배당한다.

정치권은 법으로 제방 쌓아: 국회는 법안을 통해 구멍을 막으려 한다. 열흘 남짓 동안 이른바  'LH 방지법'이 40건 넘게 발의됐다. 업무 중 알게 된 정보를 목적과 달리 사용하면 강한 징역형을 내리는 등 법안 대부분이 처벌 강화에 방점이 찍혔다.

이슈와 임팩트

커진 분노, 강화되는 규제

"위법행위엔 일말의 관용도 허용치 않겠다. 서민의 꿈과 희망을 짓밟는 행위가 절대 발붙일 수 없도록 하겠다." 정세균 국무총리

내부정보 활용한 투기에 분노: LH 사태가 공분을 키운 건 투기에 '내부정보'를 활용했을 가능성이 커서다. '신의 직장'에 다니는 이들만 알 수 있는 정보로 재산을 불렸다는 의혹은 분노와 허탈감을 안기기에 충분했다.

칼 뽑아 든 정부: 정부는 뿌리 뽑기에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은 부정한 이익 환수방안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부정의 열매를 도려내겠다는 뜻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전쟁'이라는 단어까지 썼다. LH 직원들이 실제 토지 사용 목적에 맞지 않게 땅을 사는 일은 금지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대출 규제를 강화할 방침이다.

정부에 드리워진 그림자

정부 부동산 정책 추락하나: 대규모 주택 공급을 예고한 2·4 부동산 대책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변창흠 국토부 장관은 LH 사장을 지냈다. 1차 조사에서 나온 20건 가운데 11건이 변 장관의 LH 사장 시절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변 장관은 사의를 표명했다. 정부가 새로운 부동산 정책을 내놔도 힘을 받지 못할 터라 일단 급격한 정책 변화는 없을 가능성이 크다.

정권 레임덕: 임기가 1년도 남지 않은 가운데 터진 악재다. 레임덕이 가속화될 수 있다. 벌써부터 인터넷에는 정부를 성토하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정부를 향한 불신은 다음 달 치러질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의 여당 불신론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드러난 모럴해저드...비극적 선택도

직원들 '입'으로 확인된 모럴해저드: LH 직원들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드러났다. 돈놀이가 만연했다. 직원 3명 중 1명이 가짜 보고서를 내고 출장비를 챙긴 사실이 밝혀졌다. 또 직원 인증을 통해 들어갈 수 있는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내부에서는 신경도 안 쓴다"며 비꼬는 글이 올라와 이들의 '멘탈'을 의심케 했다. 경찰은 블라인드 글 작성자 수사에 착수했다.

직원 극단적 선택: 지난 12일 분당, 13일 파주에서 LH 직원이 숨진 채 발견됐다. 분당에서 발견된 이의 직책은 고위직으로 분류되는 본부장급이었다. 그는 유서에 "지역 책임자로서 책임을 통감한다. 국민께 죄송하다"고 적었다. 파주에서는 50대 직원이 숨진 채 발견됐다.

스탯
LH가 진짜 '레임덕' 불붙였나

LH 사태는 실제 정부여당에 악재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의 지지율이 40%대 밑으로 내려갔다. 여당 지지율도 낮아졌고 반대로 야당의 지지율은 상승했다.

걱정거리
이해관계자 분석

LH: 일단은 숨죽이는 분위기지만 반성을 모른다. 도리어 화를 부채질한다. '재수가 없어' 걸렸다는 생각이 만연하다. 블라인드에는 "우리만의 복지인데 꼬우면 (LH로) 이직하라" "지나면 잊힌다"는 조롱글이 올라왔다.

청와대: 위기감이 크다. 지금 뿌리 뽑지 못하면 부동산 정책 자체가 흔들린다. 다가오는 보궐선거에도 먹구름이 꼈다. LH가 밉다. 문 대통령은 "사회의 공정과 신뢰를 바닥으로 무너뜨리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국민: 아무리 청와대가 화났어도 국민들만 할까. 내집 마련을 꿈꾸는 서민들의 희망은 빛을 잃었다. 비아냥을 일삼는 LH 직원들의 일부 막말에 뿔이 단단히 났다. 그들만의 리그가 부동산 바닥에도 펼쳐진 사실에 허탈감만 남는다. 정부 부동산 대책에 대한 신뢰도 떨어졌다.

부동산 업계: 3기 신도시 붐이 가라앉을까 조금은 두렵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3기 신도시 재검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된 만큼 투자 열풍이 커지기를 기대한다.

진실의 방: 팩트 체크
제대로 처벌할 수 있나

직위해제는 임시조치

얼핏 보면 처음 밝혀진 13명의 '직위해제'는 강한 조치로 보인다. 그러나 직위만 잠시 뺏은 것이라 소위 '짤린' 것은 아니다.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 현재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가능한 처벌의 골자는 크게 두 가지다. 내부정보로 부당하게 이익을 얻었으면 엄중히 처벌해 죗값을 치르게 하고, 땅의 소유 자격을 박탈하는 것이다. 정부는 비리와 부당이익 규모가 확인되면 토지 강제처분 조치를 하기로 했다.

  • 최대 7년 감옥에: 내부정보로 재산상 이득을 취한 것이 확인되면 부패방지법을 적용할 수 있다. 이 법은 공직자가 업무 처리 중 알게 된 비밀로 이익을 취하면 7년 이하 징역이나 7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한다.
  • 농업 용도 아니면 소유 자격 박탈: 농업 용도가 아니라면 농지를 소유하지 못하도록 하는 게 정부가 강제처분 조치에 적용하는 법적 근거(농지법 제6조)다. 농사가 아닌 투기 목적으로 사들였다는 사실이 수사에서 밝혀지면 농지 소유권을 박탈할 수 있다.

입증이 관건

형사처벌을 하려면 내부정보를 활용한 사실이 확실히 입증돼야 한다. 하지만 신도시 관련 업무 담당자가 아니고 일반 직원이면 연관성을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형사 소송은 증거재판주의를 따른다. 쉽게 설명해 객관적 증거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법조인들은 입증이 어렵다는 점을 들어 처벌까지 난항이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말말말
일기예보
타임머신: 과거 사례
그때 그 법이 통과됐더라면...

사태는 예방할 수 있었다. 지난 20회 국회에서는 한국토지주택공사법 개정안이 발의됐으나 의결까지 이뤄지지 못했다. 2019년 1월 백승주 전 미래한국당 의원 등 10명은 LH 임직원들이 미공개정보를 누설하거나 이용했을 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벌금 액수 상한선을 높이는 게 핵심이었다. 하지만 법안 논의는 다가올 총선 분위기에 휩쓸려 흐지부지됐다. 법안은  20대 국회 임기가 끝나 폐기됐다.

먼나라 이웃나라: 해외 사례
중국인들의 한국 '땅따먹기'

투기가 비판받는 건 부동산 시장에 혼란을 낳고 실제 수요자가 아닌 사람들에게 이득이 돌아가서다.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은 특히 중국인들의 놀이터나 마찬가지다. 홍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국세청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외국인의 국내 아파트 취득은 2017년 5308건, 액수로는 1조7899억원이었다. 2019년에는 7371건(2조3976억원)으로 증가했다. 특히 중국 국적자의 국내 아파트 취득은 2017년 이후 지난해 5월까지 취득 건수로 1만3573건, 금액으로는 3조1691억원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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