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의 노트
'홍콩'을 들으면 에디터는 영화 <중경삼림> 같은 감성적이면서도 자유로운 이미지가 떠오릅니다. 안타깝게도 홍콩이 주는 특유의 분위기는 사라져가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중국이 홍콩을 장악하는 가운데 점차 중국의 모습을 닮아가고 있다는데요. 국가보안법이 제정된 지난해를 기점으로 어떠한 변화가 도래했는지 함께 알아봅시다.
왜 중요한가? 🔥
아시아 민주주의 퇴보 징후
미얀마에 이어 홍콩의 자유가 사라졌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진다. 군부에 저항하는 미얀마 민주화 시위가 열린 지 어느덧 다섯달째다. 이제는 홍콩도 중국의 압박으로 민주주의 퇴보에 휩쓸렸다.
하나의 중국을 향해
중국의 홍콩 압박은 중국은 결코 분리될 수 없다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행동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 이번 보안법 적용을 계기로 중국의 통치권이 대륙 밖까지 본격적으로 확대되며 심상찮은 조짐을 보인다.
큰 그림
청사진
홍콩을 뒤덮은 어두운 기운, 국가보안법
지난해 중국은 홍콩 의회 대신 '홍콩 국가보안법'을 제정했다. 2019년 홍콩에서 6개월 넘게 이어진 반중 민주화 시위가 계기였다.
국가보안법은 ▲국가 분열 ▲정권 전복 ▲테러 활동 ▲외국 세력과의 결탁 4가지를 범죄로 규정한다. 국가 분열은 홍콩을 독립적으로 만들려는 행위를 말하며, 정권 전복은 중국의 권력이나 권위를 훼손하는 행위를 뜻한다. 이 법안은 홍콩 내 민주화를 외치는 이들을 탄압하는 근거가 된다.
똑똑! 홍콩 국가보안법에 대해 똑똑 브리프에서 다룬 적 있어요.
국가보안법 시행 후 1년, 사라진 자유
사방에 있는 눈과 귀
홍콩 정부는 익명 신고 채널을 만들어 보안법을 어긴 사람을 밀고할 수 있도록 했다. 하루에 1000건 이상의 신고가 들어오면서 홍콩은 '감시 사회'가 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언론의 자유는 어디에
홍콩의 대표적 반중 매체인 빈과일보는 보안법 위반 혐의로 지난달 폐간할 수밖에 없었다. 홍콩 경찰은 중국과 홍콩 정부 관리들에 대한 외국의 제재를 요청하는 기사를 실은 게 외세와 결탁한 혐의를 받는다고 밝혔다. 회사 계좌가 동결돼 임금 지급이 어려워지자 창간 26년의 역사를 마감했다.
빗속에서 고통스러운 작별을 고한다. — 빈과일보, 마지막 호 1면 헤드라인
자진 해산한 야당
홍콩 야당 신민주동맹은 지난 6월 자진 해산을 선언했다. 보안법 시행 후 홍콩 보안 당국이 소속 정치인들을 압박해 당세가 급격히 기울었다. 의원직을 사임하거나 탈당한 이들이 늘어 2019년 11월 구(區)의회 선거에서 배출한 19명의 구의원은 해산 당시 8명만 남았다. 당국이 공직자 충성 서약을 강요한 것도 반영됐다.
둘러싼 비판, 기세등등한 중국
국가 안보의 이름으로?
보안법은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행위를 규제하고 있다. 문제는 여기서 '국가 안보'를 규정하는 선이 명확지 않다는 것이다. 자의적 적용이 가능해 표현의 자유, 집회 및 결사의 자유를 침해하며 정치적 반대 입장을 탄압하는 도구로 쓰인다는 비판이 커졌다.
보안법으로 체포된 사람에겐 '무죄 추정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아 인권을 침해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체포되면 수사 기관의 판단에 따라 바로 구금될 수 있다.
- 무죄 추정의 원칙: 현행범으로 체포 및 구속됐다 할지라도 법원에서 확정적으로 유죄 판결이 나기 전까지는 무죄로 추정한다는 원칙이다.
우린 잘하고 있거든!
중국은 보안법에 대한 비판을 전면 부정했다. 오히려 보안법으로 홍콩 사회가 안정을 찾았으니 앞으로도 홍콩을 전면 관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슈와 임팩트
중국을 향한 다른 나라의 반감
깊어지는 미중갈등
올해 10월에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이 따로 정상회담을 열 가능성도 있는 상황서 신경전이 예상된다. 지난 G7 정상회의 공동성명에서 홍콩 자치권 문제가 직접적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하반기 미국에서 열릴 '쿼드'(Quad) 정상회의서도 미국이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쿼드는 미국·일본·호주·인도 4개국으로 구성된 미국 주도 안보협력체다. 미국은 중국이 홍콩에 가한 압박을 대만에도 가한다면 큰 재앙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 질서에 따르지 않는다면 파트너들과 함께 상응하는 신호를 보낼 것이라고 경고했으나 중국은 굽힐 마음이 없다.
중국에 대한 혐오 커지는 미얀마
미얀마 내 민주화 시위가 진행되며 민주주의에 대한 관심은 극에 달했다. 중국은 군부 편이라는 주장이 커지기도 했다. 안 그래도 중국에 대한 반감이 큰 상황서 반중 정서가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대만, 마카오에도 세력 뻗치나
시 주석은 공산당 창당 100주년 연설에서 홍콩과 대만·마카오를 함께 언급하며 중국의 완전한 통일을 실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은 특히 대만의 독립 시도는 곧 전쟁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영향력을 뻗치기 위해 홍콩에 이어 대만과 마카오를 압박하는 강도가 더욱 세질 것으로 예측된다.
가속화될 홍콩의 중국화
아시아의 비즈니스 허브였는데
홍콩은 글로벌 기업들이 밀집한 '아시아 허브'라는 화려한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홍콩을 탈출하는 '헥시트' 현상이 이어질 전망이라 이젠 특색을 잃고 평범한 중국 도시로 변모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 5월 발표된 홍콩 주재 미국상공회의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325명 중 42%가 보안법에 대한 우려와 홍콩의 미래에 대한 비관적 전망 등을 이유로 이주를 고려하고 있다고 답했다.
2019년 이후 정치적 불안이 커지며 많은 기업이 이미 짐을 쌌다. 글로벌 기업들이 떠난 자리는 중국 기업이 메꾸고 있다. 중국에 유용한 일부 산업만이 홍콩에 남게 되지 않겠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떠나는 홍콩 시민들, 미래는...
자유를 갈망하는 홍콩 시민들도 자국에 남기를 포기하고 영국이나 대만으로 이민을 가는 추세다. 사회적으로 홍콩의 자유를 외치는 목소리는 점점 사그라들 가능성이 커진다.
스탯
홍콩은 예전에 영국의 식민지였기에 동서양이 공존하는 문화를 갖고 있으며,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어우러져 살아간다. 중국은 정치적으로 공산당이 독재하는 사회주의 국가다. 오늘날 보편적 가치로 여겨지는 민주주의나 자유 같은 가치를 공유하지 않아 폐쇄적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이처럼 서로 다른 점이 뚜렷한데 급속히 이뤄진 홍콩의 중국화에 홍콩 내 반감이 커졌다.
걱정거리
이해관계자 분석
홍콩 시민: 법 제정 이후 1년간 참 많은 부분이 바뀌었다는 데는 모두가 동의한다. 민주화의 등불이 꺼진 홍콩은 미래가 없다고 비관하는 사람들과 중국에 의한 새로운 질서를 환영하는 이들로 나뉘었다. 보안법을 지지하는 이들은 2019년엔 한창 혼란스러웠는데 요즘은 시위대가 거리를 점령하는 일도 많이 줄어 좋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 미국이 보안법은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비판하자 자신을 좀 돌아보라고 반격했다. 정작 미국 이민자 수용소에선 인권 침해가 왕왕 발생하고 있단 것. 앞으로 중국의 일에 간섭하는 나라에 대해선 강경 대응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뜻하는 중국몽(中國夢)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며 자부심을 느낀다.
홍콩 정부: 친중(親中) 성향이다. 보안법 시행 이후 국가 안보를 지키면서도 시민들은 안정을 누리고 있으니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으론 국가 분열을 일으키는 행위를 모두 엄벌에 처하고 있으나 반기를 드는 시민들의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어 안타깝다는 입장이다.
진실의 방: 팩트 체크
홍콩은 중국의 '특별행정구'
홍콩은 나라가 아니라 중국 내 특별행정구다. 1997년 홍콩 반환이 결정됐을 때 홍콩은 공산주의 정권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이를 안심시키기 위해 중국 최고지도자 덩샤오핑은 향후 50년간 홍콩의 현행체제를 유지하며 "한 나라, 두 체제"인 일국양제(一國兩制)를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로써 홍콩은 자치권을 보장받으면서도 중국의 일부로 귀속됐다.
말말말
일기예보
타임머신: 과거 사례
예전에 제정됐을 뻔한 국가보안법
홍콩 반환을 앞두고 중국에선 홍콩의 실질적인 헌법인 홍콩기본법이 제정됐다. 홍콩 정부는 2003년 이 기본법 23조를 근거로 보안법을 추진하려다 시민들의 반대 시위에 포기한 적 있었다. 기본법 23조는 홍콩이 자체적으로 법을 제정해 중국 정부에 대한 반역, 국가를 분열시키거나 반동을 선동하는 것 등을 금지할 것을 요구한다.
백지화됐던 보안법 시행 계획이 지난해 중국에 의해 다시 등장한 것은 코로나19로 대규모 시위가 일어나지 않을 거란 예상도 작용했다.
먼나라 이웃나라: 해외 사례
미얀마, 코로나19로 엎친 데 덮친 격
올해 2월부터 군부 독재에 항의하는 민주화 시위를 벌여왔던 미얀마. 최근 상황은 더욱 극한으로 치달았다. 지난달부터 코로나19 일일 확진자 수가 급격히 증가하다가 이번 달 6일에는 3000명이 넘는 확진자가 나왔다.
혼란스러운 시국 때문에 코로나19 대책 마련에 소홀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의료진이 대거 민주화 시위에 가담하느라 코로나19 검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고, 군부는 시위 진압에 집중했다. 이전에 계약된 인도발 백신 공급도 쿠데타 이후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듯 악재가 겹친 가운데 민주화를 외치는 목소리는 여전히 울려 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