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빅, 의사 면허가 취소되었습니다

국회 문턱에서 보류된 '면허취소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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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인의 '자격' 유지 기준이 보다 깐깐해질 예정이었다. 일명 '면허취소법'으로 불리는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한 단계 앞둔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까지 올랐으나, 지난달 26일 결국 계류됐다.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기존 의료법 위반만을 대상으로 하던 의료인의 면허 취소 사유를 모든 범죄로 확대하는 것이었다.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 측은 '면허강탈법'이라며 강력반발했고 총파업 및 백신 접종 협력 중단까지 언급해왔다. 보류된 의료법 개정안은 추가 심사를 거쳐 3월 국회에서 다시 논의된다.

의료법 개정안 주요 내용

  • 범법자 OUT: 금고 이상의 형사처벌을 받은 의료인은 면허가 취소된다. 이후에도 최대 5년 동안 다시 발급받을 수 없다.
  • 성범죄 꿈도 꾸지 마: 미성년자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자는 애초에 면허 취득이 불가능해진다. 의료인이 이러한 범죄를 저지르면 면허가 영구적으로 박탈된다.
  • 업무 특성 고려한 융통성: 위중한 환자를 수술하다가 상해나 사망이 발생하는 경우와 같은 업무상과실치사상죄는 면허 취소 대상이 되지 않는다.

에디터의 노트

코로나19 백신 접종 시작으로 들뜬 요즘, 한편으로는 불안한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의료법 개정안을 두고 의사협회 측이 총파업을 언급하는 등 정부와 의사협회 사이 갈등이 심상찮기 때문입니다. 의료법 개정안에 무슨 내용이 담겨 있는지, 의협은 왜 반발하는지, 이후 백신 접종에 차질은 없을지 지금부터 살펴봅니다.

왜 중요한가? 🔥

꿈에 그리던 백신 접종...괜찮을까?

국회 통과 여부는 미뤄졌지만, 의료법 개정안이 여야 합의 아래 상임위원회까지 통과했던 만큼 정부와 의협 간 갈등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법안 심사가 이전 단계로 회부되지 않고 법사위 단계에서 계류된 것도 법안의 입법 취지에는 동의가 됐다는 방증이다.

의료계는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이하 복지위) 전체회의를 통과한 다음날인 지난달 2월20일부터 비판 성명을 내왔다. 법안 최종 통과 시 총파업은 물론 "코로나 대응에 큰 장애를 초래할 것"이라는 엄포도 놨다. 막 시작된 백신 접종에 차질이 생길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성역' 사라질 수 있나

한편 이번 의료법 개정을 둘러싼 의·정 갈등에 색다른 충격을 표한 반응도 있다. 이제까지 저런 중범죄를 저질러도 의사 면허 취소가 안 됐냐는 것.

이거 방탄면허야: 허위로 진단서를 작성하거나 면허를 빌려주는 등 의료법을 위반하지만 않으면 어떤 범죄를 저질러도 의사의 면허는 취소되지 않았다. 설령 취소되더라도 이를 다시 발급해주는 재교부율은 현재 100%에 가깝다.

범죄자이지만 의사입니다: 그렇기에 범죄를 저질러도 의사 생활 유지에는 문제가 없었다. 환자 입장에서는 의사의 범죄 이력을 알기 어려워 범죄를 저질러도 다른 지역에서 버젓이 다시 의사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도 문제다.

  • 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의료인 행정처분 이력공개 법안도 지난달 25일 국회 복지위 제1법안심사소위원회 법안 심사에 올랐으나 결국 처리되지 못했다.

응 이제 아니야: 변호사, 회계사와 같은 전문직종에서 범법행위로 자격에 영향받지 않는 것은 의사뿐이었다. 개정안이 적용되면 '성역'이 사라지는 셈이다.

큰 그림

청사진

의료법 개정안을 바라보는 의협 vs 정부 계획

의사협회: '이거 절대 안 되는데 시국이 좀 애매하네...'

의협 측은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력히 맞서겠다는 계획이다. 대표적으로 밝히고 있는 수단은 '13만 의사 면허반납 투쟁' '전국의사총파업' '코로나19 백신접종 대정부 협력 전면 잠정 중단'이다.

의료법 개정안에 대한 의협 측 비판의 요지와 입장을 담은 게시물 (출처: 대한의사협회)

그러나 당초 강경했던 의협의 기세는 사실상 타협점을 찾고 있는 모양새로 변하고 있다. 코로나19 예방 접종이 막 시작된 현재 국민을 볼모로 협상에 나선다는 비판 여론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범죄를 대상으로 한 면허 결격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은 고수하고 있다.

한 발 물러나는 모양새

  • 강력범죄에만 적용해: 의협 측도 살인이나 강간 등을 저지르는 의사를 옹호하는 건 아니라며 법 적용을 강력범죄에만 둘 것을 요구하고 있다.
  • 차라리 그럼 우리가 알아서 할게: 의료법 개정안에 반대하지 않는 조건으로 '면허관리원 설립안'을 제출했다. 면허관리를 자체 기관에서 담당하겠다는 의미다. 의료 행위는 전문 분야이므로 그 판단에 의료 전문성이 필요하다는 게 근거다. 그러나 제 식구 감싸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우린 생각이 달라: 의협 측 입장이 전체 의사의 생각과 같은 것은 아니다. 김대중 아주대병원 교수는 "0.1% 때문에 99.9% 의사 명예를 실추하고 있는 것을 의협이 잘 생각해야 한다"며 의협에 비판의 목소리를 냈고, 충북 의료계는 "의료법 개정안 납득은 어렵지만 도민 건강과 별개 문제"라며 충청북도 측과 성공 접종 협약을 맺었다.

정부: '이번엔 물러서지 않는다'

정부는 의료법 개정안이 대다수 의료인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달 21일 페이스북에서 "의협이 불법 집단행동을 현실화한다면 정부는 망설이지 않고 강력한 행정력을 발동할 것"이라는 글을 통해 강경대응 의지를 비췄다. 지난해에도 의대 정원 확대 방침을 내놨다가 전공의들의 파업과 의대생들의 국가고시 거부로 물러난 바 있어 이번에는 단호하게 나올 가능성이 크다.

일시정지, 국회가 찍은 쉼표

그러나 의료법 개정안이 법사위에서 계류되면서 의·정 갈등 양상에 잠시 쉼표가 찍혔다. 의료계의 반발이 큰 법안을 백신 접종 첫날 통과시키기에는 부담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이슈와 임팩트
국회의원을 통해 발의된 법안은 본회의에 상정되기까지 핵심적인 3단계를 거친다. 해당 법안을 관할하는 상임위원회에서 먼저 법안 내용을 점검하고, 이후 상임위원회 전체회의를 거친다. 법사위에서 위법성 등을 마지막으로 점검하면 본회의에 상정돼 최종 의결된다.

의사 파업하면 백신 접종은 어떻게 되는 거야?

파업의 트리거: 의협은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시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의료법 개정안이 계류된 법사위 심사는 본회의 상정 바로 전 단계였다.

법적으로 불가능: 만약 의사 총파업이 일어나면 백신 접종은 사실상 중단될 수밖에 없다. 현행법상 주사는 의료행위에 속하며, 의료행위는 의사 또는 의사의 지시·감독으로만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간호사 혼자 주사를 놓는 일도 불가능하다.

  •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달 23일 페이스북을 통해 간호사에게 일부 의료행위를 허용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라는 긴급 상황에 예방주사나 검체채취와 같은 의료행위를 간호사에게 임시로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의료법 개정이 필요한 것은 물론 안전 면에서도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다.
  • 대한한의사협회도 지난달 24일 성명을 통해 백신 접종 참여 의사를 밝혔다.

향후 의·정 줄다리기에 영향 미칠 가능성

현재 의료인 면허 관리 강화를 골자로 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두고 정부와 의협 간 기싸움은 최고조에 달한 양상이다. 이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의료인 관리 강화에서 성격이 유사한 타 법안의 향방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아직 2개 남았다: 이른바 '환자보호3법'으로 불리는 법안에는 이번 '면허취소법' 외에도 행정처분 이력공개법, 수술실 CCTV 설치법이 있다. 현재 소관 상임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스탯
우리나라 의사 범죄율 어떨까
2019 경찰범죄통계에 따르면 전문직 범죄자 5만2893명 중 의사는 5135명이다. 이는 전문직 범죄자의 9.7%를 차지하는 수로, 통계에 따르면 의사는 전문직 중에서 가장 많이 범죄를 저지른 직군이다.

2020년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의사가 저지르는 성범죄의 건수도 늘어나는 추세다. 그러나 통계 속 '의사' 군에 한의사·수의사도 포함됐다는 점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의견도 있다.

걱정거리
이해관계자 분석

의협: 이건 선을 넘었다고 봐. 강력범죄만 부각시키고 있지만 사실 교통사고로도 면허가 취소될 수 있는 거잖아. 살인, 강도, 강간 같은 강력 범죄에 대해서는 우리도 법 취지 동의해. 하지만 같은 전문직이라고 해서 변호사에게 요구하는 법 사명감을 동일하게 들이미는 것도 좀 납득할 수 없어.

국민: 10명 중 7명은 의료법 개정안에 찬성해. 성추행이나 불법촬영 같은 불미스러운 뉴스도 많았잖아. 그럼에도 면허가 유지된다는 건 이해할 수 없어. 그리고 무슨 일만 터지면 국민 건강을 볼모로 잡는 것 같아 화가 나. 가뜩이나 백신 접종 시작된 요즘에 꼭 이래야 해?

정부 및 여당: 이번에도 의협 측 반발에 굴복할 순 없어. 금고 이상 형을 받는 범죄라는 게 면허 취소 사유로 가혹하다는데, 애초에 직업 특성을 고려한 예외는 두고 있어. 교통사고 얘기하는데 형사처벌로 이어지는 교통사고는 전체의 5%도 안 돼! 그렇지만 백신 접종 시국에 강경 노선을 유지할 수 있을지 걱정은 좀 되네...

야당 지도부: 의료법 개정 취지에는 동의해. 그런데 꼭 지금 해야 했어? (야당 의원들: 저기, 저희도 동의했는데요...) '그럼 어떡해! 일단 상황 돌아가는 것 좀 보자. 백신도 맞아야 할 것 아냐...'

진실의 방: 팩트 체크
의사들의 힘 왜 이렇게 막강할까

우리나라에서 의사는 유독 강력한 영향력을 보여주는 집단이다. 가까운 예로는 지난해 8월 의대 정원 확대에 맞서 파업과 의사국가고시 거부로 백지화시킨 사례가 있고, 2000년 의약분업 당시에도 8개월 동안 5차례의 파업을 통해 힘을 과시한 바 있다.

이러한 의사들의 힘의 배경에 대해 안종주 사회안전소통센터장이 분석하는 주요 요인은 다음과 같다. 적극적으로 투쟁할 수 있는 풍부한 재정력. 명성이 높고 사람의 생명을 다룬다는 직업 특성. 집단행동 시 사회적 충격을 일으킬 수 있는 큰 규모. 최고의 전문가 집단이라는 자부심을 바탕으로 한 강한 응집력. 한마디로 돈이 많고 명성도 높으며 수행하는 일도 귀중한데 결집까지 잘 된다는 이야기다.

말말말
일기예보
타임머신: 과거 사례
이번이 '2라운드'

코로나 사태 속에서도 정부와 의협이 갈등을 빚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0년 8월 코로나 2차 대유행이 퍼질 당시 정부와 여당은 의대 정원을 확대하고 공공의대를 설립하는 내용의 법안을 추진했다. 의료계는 의사의 수를 늘리는 것에 반발해 수차례 총파업에 나섰다. 의대생 2700여명도 의사 국가고시 실기시험을 거부하며 법안 추진은 무산됐다. 의료계는 향후 발생한 의료 공백을 이유로 의대생에게 국시 재응시 기회를 달라고 정부에 요구했고, 정부가 재응시를 허용하면서 사태는 일단락됐다.

먼나라 이웃나라: 해외 사례
범법행위 저지른 의료인, 해외 면허 취소 규정은?
  • 일본에서는 의료관련 범죄는 물론 형사범죄로 벌금 이상 형을 선고받아도 면허가 취소된다.
  • 독일은 의료과실, 성범죄, 문서위조, 조세 포탈 등의 범죄에 한해 면허 취소의 직무 관련성을 인정한다. 뿐만 아니라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면허가 정지된다.
  • 프랑스는 직접적으로 면허 취소 규정을 둔 것은 아니지만, 공중보건법 또는 형법상 범죄를 저지른 경우 직업활동 금지명령을 내릴 수 있다.
  • 미국은 면허 취소 사유로 형사범죄를 규정하고 있으나 적용은 주마다 차이가 있다.

면허 취소 사유를 가늠하는 직무 관련성을 바라보는 시각에 다소 차이가 있지만, 현재 우리나라에 관련 규정이 전무한 것에 비교하면 의료인에 대한 면허 관리가 깐깐하다.

그때 참 괜찮았지
지금은...
체크 포인트
추억은 방울방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