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의 노트
왜 중요한가? 🔥
공시가격은 정부가 산정해 정하는 부동산 가격이다.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즉 '보유세'를 매기는 기준이 된다. 역대급 공시가격 상승으로 집주인 입장에선 세금 부담이 크게 늘어났다. 정부는 계속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며 집값 잡기에 나섰지만 부담은 결국 국민들에게 지워진 모양새다.
영향권에 든 건 세금만이 아니다. 정확한 산정 기준을 알 수 없는 탓에 나와 같은 크기의 아파트에 사는 이웃이라도 누구는 세금을 내지 않는 등 형평성 문제가 일어난다. 내야 할 세금이 늘어나 벼락거지 이야기가 나오면서 원인을 제공한 정부에 반감도 커진다. 건강보험 자격이 바뀌거나 전월세 액수가 오를 수도 있다. 공시가격 상승은 수많은 나비효과를 낳는다.
큰 그림
청사진
공시가격 확 올랐다며?
결국 꼬리 못 잡은 부동산 가격: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25차례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공급을 늘려 집값을 잡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공급은 여전히 부족했고, 저금리 속에 투기가 성행했다. 일자리가 몰린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이 치솟았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후 서울 주택 실거래 가격지수는 67.6% 올랐다.
70% 뛴 곳도 있어: 국토교통부는 지난 16일 '공공주택 공시가격안'을 공개했다. 아파트와 연립주택 등 공동주택 1420만채의 공시가격은 지난해보다 19.08% 상승했다. 세종이 70.68%로 가장 높았고, 가장 낮은 곳은 1.72%의 제주였다. 서울은 19.91%였다.
최대 상승폭: 공시가격 상승률은 2007년(22.7%) 이후 최대치다. 아파트 시세가 전반적으로 오른 데다 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를 진행해서다. 공시가격은 통상 시세보다 낮게 형성되는데, 시세와 가까운 수준으로 올리는 것을 '현실화'라고 한다. 정부는 시세의 69%대이던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10년에 걸쳐 90%선까지 끌어올리기로 했었다.
깜깜이 기준 밝히기로: 공시가격이 오르며 세금도 오른다. 같은 아파트 단지의 같은 평수라도 공시가격이 다르게 산정되는 경우도 있다. 공시가격의 산정 기준은 정부만 알고 있다. 공시가격은 주택 위치나 환경, 주변 유해시설, 토지용도, 건물 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시가격 급등과 세금 증가에 반발이 크자 정부는 다음 달 중 산정 기준을 공개하기로 했다.
이슈와 임팩트
세금 상승+반발 증가
이번 공시가격 상승은 세금 증가로 대표되는 경제적 효과와 반발이라는 사회적 파장을 동시에 낳았다.
경제적 효과
세금 폭탄?: 가장 큰 영향은 역시 세금이다. 부동산에는 크게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종부세)가 붙는다. 이 둘을 합쳐 보유세라 한다. 주택을 거래(양도)할 때 생기는 양도소득세와 달리 보유 자체만으로 내야 하는 세금이다.
재산세는 주택을 비롯해 토지와 건축물, 선박, 항공기 등 재산 전반에 일정 세율을 대입해 매겨진다.
종부세는 1주택자의 경우 공시가격이 9억원을 넘는 경우 부과하고, 다주택자의 경우 공시가격 6억원 이상일 때 부과한다. 이번 가격 상승으로 1주택 종부세 대상이 되는 공시가격 9억원 이상 주택은 52만5000호가량이다. 이중 서울이 41만3000호로 대다수를 차지한다.
벼락거지: 가만있어도 세금이 늘어났다. 늘어난 세금은 이른바 '벼락거지'를 양산할 수 있다. 주머니에 있는 현금은 그대로인데 내야 하는 세금 액수만 늘어나서다. 예컨대 지난해 공시가격이 6억9000만원짜리 아파트가 9억원으로 올랐다면 올해는 보유세로 237만5000원을 낸다. 지난해 182만9000원을 내던 것에서 53만6000원 더 내야 한다. 공시가격이 높을수록 내야 할 세금 액수는 커진다. 집은 가지고 있어도 세금 액수를 감당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건강보험료 상승: 건강보험료는 소득, 보유한 자동차 가액을 비롯해 공시가격을 바탕으로 재산 수준을 반영해 산정한다. 높아진 공시가격만큼 재산이 늘어난 것으로 잡혀 보험료가 오른다. 재산이 늘어나 피부양자 자격을 잃은 이들은 지역가입자로 전환돼 새롭게 보험료를 내야 한다.
- 현재 건강보험료는 재산 규모의 60%를 세금 부담 기준이 되는 과세표준액으로 잡고, 60개 구간으로 나눠 '재산 보험료 등급표'에 따라 산출한다. 공시가격이 오를수록 과세표준액도 늘어난다. 지역건강보험 가입자의 경우 가구당 평균 2000원가량 월 보험료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역가입자 규모는 820만 가구다.
- 직장건강보험 피부양자 약 1860만명 가운데 0.1%인 1만8000명이 이번 공시가격 상승으로 자격이 박탈될 것으로 추산된다.
사회적 파장
둘로 쪼개진 입장: 집을 가진 이들은 반발하지만 반대로 올바른 정책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갑자기 늘어난 세금으로 억울하다'는 이들과 '집값은 계속 오르는데 남는 장사 아니냐'는 입장이 충돌한다. 같은 아파트에 살아도 다른 공시가격 탓에 서로 눈치싸움이 오간다.
은퇴자 매물 증가?: 따로 수입이 없는 은퇴자들은 집을 팔아야 하나 고민이 깊다. 자녀의 부양이나 연금 등으로 생활하면서 늘어난 세금을 감당하기 버거워서다. 이들이 집을 내놓고 공시가격이 낮은 지역으로 이사할 가능성도 있다. 세를 준 경우라면 전세값이나 월세값을 올릴 수도 있다. 하지만 집을 사고파는 데는 양도소득세 같은 세금이 또 붙는 만큼 당장 팔기는 여의치 않다. 진퇴양난이다.
부동산 시장 눈치게임: 부동산 거래 자체는 오히려 제자리걸음 상태에 빠질 수 있다. 은퇴자들을 중심으로 매매 릴레이 가능성이 있지만, 집을 사려는 사람 입장에서는 더 많은 매물이 나올 때까지 매수를 늦출 가능성이 있다.
스탯
공시가격, 언제 얼마나 올랐나
올해 기록된 19.08%는 참여정부 시절이었던 2007년 22.7% 이후 최고치다. 2007년 당시도 집값 급등으로 공시가격이 대폭 올랐었다.
걱정거리
이해관계자 분석
정부: 세금 확보에 파란불이 켜졌다. 정부는 재산세가 기존보다 3600억원 더 걷힐 것으로 추산한다. 여기에 종부세 수입도 늘어나 곳간은 빵빵해진다. 다만 국민들의 저항이 큰 건 걱정이다. 계속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국민들은 늘어난 세금에만 집중해 비판을 쏟아내고 있어 걱정이 크다.
집주인: 주판 굴리기에 여념이 없다. 늘어나는 세금에 눈이 튀어나온다. 공시가격은 층이나 조망, 조향, 일조, 소음 등을 모두 반영하기 때문에 같은 아파트 단지 같은 평수라도 차이가 난다는 정부 설명에 속이 터진다. 옆집은 안 내는 종부세를 낼 생각에 속상하다.
부동산 업계: 장기적으로는 매물이 많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세금 부담을 이기지 못한 집주인들이 집을 내놓길 기대하고 있다. 매물이 늘어나면 중개인 입장에서는 수수료 수익이 늘어날 수 있다. 반대로 '급매'가 늘어 실제 거래가격은 하락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이 경우 수수료 액수도 비례해 줄어든다.
진실의 방: 팩트 체크
세금 모두 같이 오르진 않아
6억원 이하는 재산세 감소: 가격은 올랐어도 세금 부담은 줄어드는 이들이 있다. 공시가격 6억원 이하인 주택을 가진 사람은 세금 부담이 다소 줄어든다. 정부는 지난해 재산세 부담 완화조치를 내놨다. 지난해까지 공시가격 6억원 이하는 재산세율 0.1% 적용을 받았지만 올해는 그 절반인 0.05%를 적용한다. 예를 들어 공시가격 4억9700만원이었던 서울 관악구 아파트는 올해 5억9200만원으로 19%가량 올랐다. 재산세는 뛰어오른 공시가격과 반대로 105만1000원에서 올해 94만2000원으로 10.4% 준다.
건보료 공제 규모 ↑: 정부는 건보료 인하 카드를 내밀었다. 2021년 6월까지 한시적으로 재산 과표에서 500만원을 일괄적으로 줄이기로 했다. 현재는 재산 규모에 따라 4단계로 차등해 500만~1200만 원을 공제하는데, 공제 규모가 더 커진다. 정부는 약 730만 지역가입자 세대의 보험료 부담이 한 달 평균 2000원 줄어들 것으로 본다.
말말말
일기예보
타임머신: 과거 사례
참여정부 흔들었던 '종부세' 논란
부동산을 둘러싼 세금 논란은 10여년 전에도 있었다.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 시절인 2007년 공시가격 상승률은 22.7%였다. 당시 민정수석을 지냈던 문재인 대통령 정부에서 그때의 급등 사태가 되풀이된 셈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는 2005년 종부세 제도를 내놨다. 하지만 지금과 달리 반발이 그리 세진 않았다. 당시까지만 해도 아파트값이 그리 높지 않아 종부세 기준에 미치지 못한 경우가 많아서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강남 아파트의 경우 알만한 브랜드라면 10억원을 넘는 경우가 흔하다. 같은 종부세라도 반발 강도가 다른 이유다.
먼나라 이웃나라: 해외 사례
미국의 공시가격 제도는 조금 다르다. 기준을 두고 '산정'하는 우리와 달리 미국은 실거래가를 기초로 대량평가시스템을 돌린다. 감정평가사가 우선 시장가치를 매기고 실거래가 부족한 곳은 별도 평가로 보완한다. 평가 기준도 상세하게 공개한다. 또한 미국은 재산세 개념만 있다. 재산세 자체도 연 2%의 인상 한도를 둬 공시가격 상승에 따라 대폭 세금이 늘어나는 우리와 차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