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의 노트
2022년의 첫 똑똑 뉴스입니다. 오늘은 쌀 이야기를 전할까 합니다. 당분간 20만톤이 넘는 쌀이 세상 빛을 보지 못하게 됐습니다. 밥솥의 뜨거운 열기를 피하니 잘된 일일까요. 몸값을 정부가 대신 올려준다는 데 표정은 엇갈립니다. 쟁여놓은 쌀을 밥상에서 만날 날은 언제 올까요. 좋은 일일까요? 아니면 무리수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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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임팩트
정부가 소비자 대신 쌀을 사들인다. 과잉생산으로 쌀값이 하락하니 시장과 당분간 ‘이별’ 시키기로 한 것. 규모는 총 27만톤에 달한다. 시장에 풀릴 물량을 대거 쟁여두고 내려가는 가격을 조정하겠다는 건데, 이른바 시장격리 조치다. 이번 결정이 속을 든든히 채우는 밥심처럼 속상한 농민들 마음을 채울 수 있을까. 부작용은 없는 걸까. 그런데 왜 지금일까.
당정, '쌀' 시장격리 결정
쌀 시장 안정을 위해 쌀 20만톤이 이달 시장격리(정부 매입)에 들어간다. 여당과 정부가 지난달 말 당정협의를 통해 이 같은 조치를 결정하면서다.
현재 쌀은 수요량보다 27만톤가량 초과 생산된 상태다. 생산량을 비율로 보면 지난해보다 10.7% 늘었다. 수요는 비슷한데 벼 이삭만 더 늘어났으니 가격이 하락했다. 햅쌀이 본격적으로 나오던 10월 초, 20kg 기준으로 5만6803원이던 산지 쌀값은 12월 말 5만1254원으로 9.8% 내려갔다.
- 시장격리: 정부가 나서 일정 물량을 사들인 뒤 창고에 넣어놓고 유통하지 않는 조치. 반대로 시장이 필요로 할 때 조금씩 물량을 풀어 가격을 안정화한다.
- 당정협의: 여당과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현안 대응이나 법령 개정을 논의한다. 대통령이 속한 여당과 대통령이 조직한 행정부가 나누는 대화라 의사결정이 빠르다. 그러나 야당을 논의에서 빼는 형태라 자칫 밀어붙이기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있다.
조건은 충족됐다
단순히 가격이 내려간다고 정부가 쌀을 사들일 수 있는 건 아니다. 우리나라는 법을 바탕으로 정책이 결정되는 나라. 현행 법령에 따르면 조건이 충족된 상태다. 아니 조금 늦었다.
기준은?: 양곡관리법과 양곡수급 안정대책 수립·시행 등에 관한 규정에는 초과 생산량이 3%를 넘어가거나 평년보다 5% 이상 가격이 하락한 경우 시장격리가 가능하다.
수량은?: 초과 생산량은 27만톤이지만 우선 20만톤만 시장격리한다. 이달 중 세부계획을 공고하고, 나머지는 추후 상황을 보기로 했다. 한 번에 사들이지 않는 까닭은 수급 상황이 바뀔 수 있고, 민간이 보유한 물량 등의 변수가 있어서다.
인플레 우려... 선심 쓰기?
당정으로서는 조치가 불가피했다. 농민들이 시위에 나서는 등 반발이 컸다. 대선 후보들도 쌀값 문제를 언급했다.
결정은 내려졌지만 문제는 남는다. 꺾인 쌀값은 끌어올릴 지 몰라도 물가 상승을 고려해야 한다. 소비자물가는 두 달 째 3% 이상 오르고 있는 상태다. 통계 이면도 살펴봐야 한다. 지난해는 흉작으로 생산량이 적었다. 그 영향으로 올해 중반까지 쌀값 강세가 이어졌다. 그러다 쏟아져 나올 물량을 조절하지 못했고, 지금에서야 매입하겠다는 거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인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인플레 우려: 쌀값은 물가와 밀접한 사이다. 가격 하락세가 꺾이는 건 분명 농민들에게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쌀값이 올랐으니 다른 물가도 오르겠지'라는 생각에 소비자들이 다른 물건을 사들이고, 이것이 전체적인 초과 수요를 불러일으켜 인플레이션으로 빨려 들어갈 수 있다.
애매한 타이밍: 여당 대선 후보가 여러 차례 언급한 문제를 당정이 지원사격한 모양새다. 언뜻 보면 후보의 치적으로 보인다. 해당 후보도 환영 입장을 냈다. 농민들의 표가 여당으로 쏠릴 우려가 있다. 마찬가지로 시장격리를 주장했던 야당은 이에 불만을 표시했다.
- 땡겨쓰기 논란...?: 한편에선 정부가 쌀값 보전에 세금을 쓰는 거냐며 문제를 제기한다. 가격 하락은 막아도 국민의 혈세로 결국 땡겨 사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 허나 이는 조금 어폐가 있다. 일차적으로 매입하는 데는 세금이 쓰이는 게 맞다. 하지만 쌀을 다시 시장에 풀면서 매매 대금을 받기 때문에 그냥 날아가는 돈으로 보는 것은 틀리다.
스탯
걱정거리
이해관계자 분석
농민: 늦은 느낌을 지우지 못한다. 가격하락 분위기가 감지되자 영세한 농민들은 더 떨어지기 전에 이미 많은 물량을 농협 등에 넘겼다. 정부가 형성된 시장가 이상으로 쌀을 사들일지는 아직 모른다. 공급량을 미리 조절했어야 했다. 세부 계획이 안 나온 상황에 제대로 환영하기는 이르다.
당정: 농민들의 어려움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여당 대선 후보의 요청도 일부분 수용하는 성격이 녹아들었다. 선거를 고려한 결정으로 보지 않길 바라지만 눈총을 받는 건 감수해야 한다. 계획을 잘 짜야 비판은 피하고, 농민들을 제대로 보듬을 수 있다.
소비자: 농민들을 생각하면 하락하는 쌀값은 분명 문제다. 하지만 쌀은 밥상 물가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다른 농수산물 가격이 내려갔을 때도 모두 다 사들이면서 지켜준다는 건지 의문스럽다. 가계부만 더 복잡해 진다. 지난해는 쌀값이 올라서 난리더니 이게 뭔가 싶은 게 사람들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