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업데이트, 운동장은 평평해질까

금지 연장되고 5월부터 부분적인 제한과 제도 개선 예정

👀 한눈에 보기

'뜨거운 감자'. 우리 사회의 공매도 논쟁을 지켜보며 떠오르는 생각이다. 더 이상 경제지나 증권가에서만 볼 수 있는 투자자의 언어가 아닌 일반 대중들도 알아야 할 상식으로 떠오른 공매도. 미국의 게임스탑 사태는 개미의 힘을 보여줬지만, 국내 투자자들은 여전히 약자라고 느낀다.

5월3일부터 시행되는 공매도 재개 및 제도 개선 정책은 개인 투자자 배려와 불법 공매도 처벌에 중점을 뒀다. 정치권도 앞다투어 공매도 금지 연장뿐만 아니라 제도개선을 위한 법안 마련에 몰두하는 추세다. '동학개미'들은 절충안에 만족하지 않고 계속해서 공매도 반대를 외치고 있다.

공매도는 과대평가된 주식의 거품을 빼는 순기능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다른 한편 주식 시장이 '기울어진 운동장'이며 개인이 기관이나 외국인보다 더 큰 손해를 보고 있다는 인식도 있다.

에디터의 노트

퀴즈! 주식 시장에서는 오르는 주식에 투자해야만 돈을 벌 수 있다. 참일까요, 거짓일까요? 현재는 참이지만, 오는 5월부터 이 명제는 거짓이 됩니다. 과대평가됐기 때문에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의 주식을 제3자에게 팔고, 주가가 내려가면 낮은 가격으로 되사서 차익을 남기는 투자 방식 공매도가 5월에 다시 돌아오기 때문이죠. 미국의 게임스탑 사태부터 국내의 공매도 금지 연장, 그리고 공매도를 둘러싼 찬반 논리까지 궁금하신가요? 함께 공부해서 똑똑해져요! 고고!

왜 중요한가? 🔥

공매도 금지 연장

본래 3월 중까지로 예정됐던 공매도 금지를 5월2일까지 연장하기로 금융위원회가 결정했다. 5월3일부터도 코로나 이전처럼 공매도가 전면 가능해진 것이 아니라 개인과 기관 투자자 모두 특정 종목에만 공매도 투자가 가능해졌다. 4월부터 시행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따라 제3자에게 주식을 빌리지 않은 상태에서 공매도 투자하는 무차입 공매도에 대한 처벌도 늘어날 전망이다.

출처: Wired

'게임스탑 혁명'의 '2주천하'

미국 개인 투자자들과 헤지펀드의 공매도 세력이 격돌했던 '게임스탑' 사태는 폭등했던 주가가 다시 떨어지면서 헤지펀드의 승기로 굳혀졌다. 인사 교체로 미래가 밝아질 것이라는 판단에 오프라인 게임 및 기기 판매업체 게임스탑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들과 사양산업이라며 주가 하락을 점쳐 공매도한 헤지펀드 간의 갈등이 정리된 것.

그래서?: 미국의 개인 투자자들이 커뮤니티에 결집해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와 국내의 상황은 대조적이다. 국내에서 화력이 달리는 개인 투자자들이 공매도를 비롯한 주식 시장의 불평등함에 불만을 표하고 있다.

뿔난 개미들

한편 한국에선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을 중심으로 개인 투자자들이 반공매도 운동을 벌이고 있다. 한투연은 "나는 공매도가 싫어요!"라는 문구가 쓰인 버스를 운영하며 공매도 금지를 주장한다. 한국은 SNS가 발달해있고 지역적으로도 집결 및 연대가 비교적 손쉽기 때문에 한국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미국처럼 주식 시장에 큰 변화를 일으키는 세력으로 결집하게 될지 주목된다.

똑똑! 코로나로 인해 심상치 않은 주식 열풍이 흐름인지 혼란인지 똑똑에서 자세히 다룬 적 있어요. 공매도 개념과 논란의 배경도 설명했으니 참조해서 똑똑해져요!

큰 그림

청사진

업데이트 중

공매도 제도, 5월에 업데이트!

공매도 금지는 5월2일까지 연장될 예정이고, 5월3일부터는 제한된 형태로 공매도가 재개된다. 개인 투자자에게 공매도의 진입장벽을 낮추고 의무교육과 모의거래를 통해 똑똑하게 만들어준다는 것이 목적이다.

  • 종목제한!: 5월3일부터 코스피200, 코스닥150 편입 종목에 한해 공매도가 재개된다. 가장 유망한 대형주에 개인, 기관, 외국인 모두의 공매도 투자가 가능해지는 것.
  • 내 주식을 빌려주지!: 개인 투자자, 거래 증권사 트레이딩시스템 등을 통해 한국증권금융의 'K 대주 시스템'에 쌓인 특정 주식을 빌려 공매도가 가능해진다. 주식 대여 때 적용 금리는 연 2.5%다.
  • 초보를 지켜라!: 공매도 경험이 없는 초보 투자자는 3000만원 한도 내에서만 투자할 수 있다. 투자 경험이 있는 경우 한도는 7000만원이다. 전문 투자자는 한도가 없다.
  • 교육 받고 가!: 개인 투자자는 공매도 사전에 투자 교육을 받아야 한다. 모의거래 역시 의무로 참여해야 한다.

투자 제도 개선한다

금융위는 또 투자 제도 개선에 나설 예정이다. 국내에서 불법인 무차입 공매도 처벌에 방점이 찍혔다. 무차입 공매도는 타 기관에서 주식을 빌려오지 않고 허위로 수기 입력해 공매도의 이익을 보는 경우다.

매우 쳐라!: 4월에 적용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으로 공매도 관련 불법 행위에 1년 이상 최대 30년까지 징역이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과징금 규모는 최대 주문액 수준이다.

불법 공매도, 예방보단 처벌에 방점: 결국 예방보다는 처벌에 방점을 둔 정책으로 요약된다. 정치권에서 무차입 공매도 예방을 위한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금융당국과 증권가는 세계 어디에서도 공매도 예방은 현실적으로 어렵고 처벌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슈와 임팩트
오래된 논쟁, 소통 가능한가

정치화된 금융 문제?

기본적으로 공매도 금지는 금융위원회 의결 사항이다. 금융 당국과 전문가들은 공매도를 고도의 경제 지식이 필요한 특수 사안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동학개미'로도 불리는 국내 개인 투자자들의 거센 반발로 인해 특히 4월 재보궐선거를 앞둔 정치권이 표를 의식하는 추세다. 이런 흐름을 포퓰리즘으로 보는 이들도 있다.

  • 4월 보궐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인사들과 국무총리를 비롯한 공직자들 또한 공매도에 대한 발언을 쏟아내 공매도는 '정치화'되고 있다. 박용진,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공개적으로 공매도 금지기간 연장을 요구했다. 정세균 국무총리와 이재명 경기지사도 같은 취지의 발언을 보탰다.
  •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후보들도 공매도 문제가 시정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논의를 보탰다. 선거를 앞두고 어떻게 논의가 진전될지 지켜봐야 한다.

오래된 논쟁

공매도 금지론: 운동장은 여전히 오르막길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말은, 국내 공매도 시장에서 개인 투자자들이 기관이나 외국인에 비해 정보력과 자금력 모두가 심각하게 열세라는 얘기다. 자금 규모도 1%에 불과한 개인 투자자는 '화력'이 부족하다는 것. 공매도 규모가 상대적으로 높은 해외의 경우에도 투자 시장 내의 불평등은 단골 주제다.

너는 알고, 나는 모르는 것들: 게다가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들은 미공개된 정보를 더 용이하게 이용할 수 있다. 원칙적으로 모든 기업은 정부가 정한 범위 내의 정보를 올바르게 공시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기관과 개인의 정보력이 같을 수는 없다.

신뢰가 없다: 많은 개인 투자자들은 특히 공매도가 외국 투자자들의 놀이터라고 인식하고 있다. 오랫동안 믿고 투자한 종목이 외국 공매도 세력의 진입 때문에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한다는 믿음 탓에 공매도 시장이 공정하다는 인식 자체가 미비한 것이다.

  • 이 외에도 공매도가 시장이 불안정한 시기에 공포심을 더 불어넣어 주가가 하락할 수 있다는 주장이 있다. 이 논리는 팬데믹을 비롯한 과거 경제 침체나 금융 위기에 공매도를 일시 금지한 근거다.

공매도의 순기능: 주식의 과대평가를 막고 효율적인 투자 운용을 가능하게 한다

공매도의 핵심적인 역할은 과대평가된 주식의 거품을 미리 빼서 시장의 안정성에 기여하는 것이다.

  • 주식 시장 효율성 개선: 공매도 펀드들은 기업이  불리한 정보를 숨기고 높은 주가를 유지하고자 하는 경우에 '저격수'로 기능한다. 정보력과 분석력을 동원해 기업의 부실이나 거짓 정보를 잡아내고, 공매도를 걸어 보상을 받는다는 논리다.
  • 헤지펀드의 롱쇼트(longshort) 전략: 증권가는 오를 것으로 기대되는 기업 주식을 사고,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경쟁사의 주식은 공매도하는 이른바 롱쇼트 전략이 효율적이고 안정적인 자금 운용을 가능케 하는 수단이라고 보고 있다. 안정적인 수익을 가져가기 위한 장치일 뿐, 악의적으로 주가를 끌어내리려는 목적의 수단은 아니라는 것이다.

갈등을 넘어 소통할 수 있나

이 논쟁의 한편에는 분노한 개인 투자자와 함께 뛰어든 정치권이 있고, 다른 한편에는 금융당국·증권가·전문가들이 포진해있다.

갈등 해소를 위해 금융위원장이 예능에라도 나와야 하는 것 아니냐는 제안도 나온다. 감성과 이성의 싸움, 약자와 강자의 싸움과 같은 단순한 프레이밍을 넘어선 소통이 필요하다. 개인 투자자들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듣고, 학술자료나 통계를 통해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해 공매도의 경제적·사회적 영향을 찬찬히 살피는 따뜻하며 냉철한 시각이 필요한 때다.

똑똑! 프로젝트 토론소 주도로 채이배, 정혜승 님이 모더레이터를 맡아 2월13일에 클럽하우스에서 진행한 토론을 요약한 자료를 추천합니다! 실제 시장 전문가들과 개인 투자자들이 나눈 이야기를 생생하게 엿볼 수 있어요!

스탯
숫자로 보는 공매도
걱정거리
이해관계자 분석
부족한 소통, 답답한 상황

정부: 공매도 제도 개선을 위해 가능한 방안을 동원하고 있는데, 여론의 반응이 참 난감하다. 어떻게 개인 투자자들의 신뢰를 되찾고 소통할 수 있을지 고민이다.

여당: 개미 투자자들을 적극적으로 배려해야 한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전산시스템 개발을 통해 불법 공매도를 사전차단하는 개정안 발의도 추진 중이다.

야당: 우리도 뒤처질 순 없다. 그러나 예방보다는 처벌에 방점을 두자.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한 번이라도 불법 공매도를 하면 공매도 시장 진입을 완전히 막는 '원스트라이크 아웃법'을 발의했다.

증권가: 공매도로 인해 주가가 내려간다는 믿음은 사실이 아니다. 공매도 계속 막으면 한국 주식 시장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질 텐데 걱정이다.

개인 투자자: 공매도 시장이 불평등하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정부가 내놓은 절충안으로 우리의 정보력과 자금력이 실질적으로 개선되기는 어렵기 때문에 아직은 부정적이다. 우리도 미국의 개미들처럼 똘똘 뭉쳐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

진실의 방: 팩트 체크

공매도는 주가 하락을 초래하나

공매도로 인해 주가가 내려간다는 의혹에 대한 실증적 근거는 없다. 코로나19로 공매도를 금지한 국가와 같은 기간 금지하지 않은 국가의 주가 상승률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미국, 영국, 일본 등 금융선진국들은 코로나19 위기에도 불구하고 공매도를 금지하지 않았다.

공매도 투자자는 시장에서 과도한 이익을 얻고 있나

이론적으로 공매도는 이익을 볼 수 있는 범위가 현재 주식의 가격에서 내려갈 범위로 한정돼 있다. 반면, 손실범위는 무한대다. 주식은 끝없이 오를 수 있으며 오른 후에 주식을 사서 빌린 곳에 갚아야 하는 공매도 투자자는 오른 만큼 그대로 손해를 보기 때문.

실제로 공매도 투자자들도 손해를 본 사례가 있다. 2020년에 급등한 테슬라 공매도 투자자들은 지난해 401억달러(한화 약 44조원)을 잃었고 애플 공매도 투자자와 아마존 공매도 투자자도 손해를 봤다.

똑똑!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서 공매도 통계가 공개되고 있다고 해요!

말말말
일기예보
타임머신: 과거 사례
한국 공매도 금지의 역사
먼나라 이웃나라: 해외 사례
공매도 금지하는 나라 어디 있나

코로나19로 인해 공매도를 금지한 나라에는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벨기에, 그리스, 오스트리아 등이 있다.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의 금융 선진국들은 공매도 금지를 하지 않았다. 금지 조치를 연장한 유럽 국가들에서도 지난해 중순까지는 조치가 끝났다. 계속해서 공매도를 금지하는 나라는 한국과 인도네시아뿐이다.

그때 참 괜찮았지
지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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