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의 노트
왜 중요한가? 🔥
워라밸 상승 계기
- 대체공휴일 확대는 직장인들이 추구하는 '워라밸'이 높아지는 계기가 된다.
- 일과 휴식의 양립을 추구하는 선진국형 근로 환경으로의 발걸음이다.
소비 늘어 경제 활성화?
- 없던 휴일이 생겨나며 나들이 소비가 늘어나 내수 경제가 활성화된다.
-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기대만큼의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사각지대가 갈등 낳을지도
- 5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은 대상에서 제외됐다. 차별 아닌 차별을 당하는 사람들의 박탈감은 갈등을 부를 수 있다.
큰 그림
청사진
광복절부터 겹치면 쉰다
지난달 초 국무회의에서 '공휴일에 관한 법률 공포안'이 의결되며 확대된 대체공휴일 제도가 시행된다. 기존에는 설과 추석, 어린이날 등에만 적용됐지만 3·1절,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까지로 대상이 확대됐다.
"올해 3일 더 쉬세요": 공휴일이 토요일이나 일요일과 겹칠 경우 그 다음 주 월요일을 대체공휴일로 지정한다. 올해는 광복절을 시작으로 개천절과 한글날의 다음 월요일을 쉬면서 3일의 휴일이 새로 생겼다.
신정·석가탄신일·성탄절 등은 확대 대상에서 빠졌다. 휴식권을 보장하면서도 중소기업의 부담과 경제에 미칠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그런데 왜 쉴까?
우리나라는 일은 많이 하지만 효율이 낮았다. 지난해 기준으로 우리나라 근로자 1인당 연 근로시간은 평균 1908시간이다. OECD 회원국 중 멕시코(2124시간), 코스타리카(1913시간) 다음으로 많다.
그럼 노동생산성도 높아야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우리나라 시간당 노동생산성(41.7달러)은 수치가 집계된 OECD 국가 38곳 중 27위로 하위권이었다. 그래서 휴식을 통해 생산성을 높여보자는 게 대체공휴일 제도를 확대한 이유다.
지정요일제는 아직
주말과 겹치지 않게 아예 요일을 콕 집어 공휴일로 하는 '지정요일제'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몇월 며칠'이 아니라 '몇째 주 O요일'로 공휴일을 정하는 개념이다. 하지만 공휴일에 담긴 의미가 퇴색될 수 있어 반발이 적지 않았다. 특히 개천절이나 광복절처럼 날짜 자체의 의미가 큰 날에 대한 반대가 컸다.
레저, 숙박 등 휴양업계 화색
휴일이 늘어나니 밖으로 나오는 사람들을 맞는 업종은 화색이 돌았다. 첫 대체공휴일 적용은 8월의 한복판에 이뤄졌다. 여름 휴가철과 겹쳐 유명 관광지나 숙박업소를 중심으로 기대감이 감지됐다.
이슈와 임팩트
주머니 여는 국민들... 소비 증가
정부가 기대하는 효과는 경제 활성화다. 대체공휴일이 아니었다면 안 쓸 돈이 시장에 돌도록 해 또 다른 소비를 유발하겠다는 것. 지난해 현대경제연구원이 내놓은 '8.17 임시공휴일 지정의 경제적 파급 영향' 보고서를 보면, 임시공휴일 하루의 생산유발액은 4조2000억원으로 추정됐다. 새로 생기는 소비지출은 2조1000억원이다.
분야로는 ▲숙박업 ▲운송서비스업▲음식업▲오락문화서비스업 등 크게 4가지 경로에서 소비를 통한 생산유발 효과가 나올 것으로 분석됐다. 음식업이 1조550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숙박업(1조800억원), 운송서비스업(1조500억원) 순이다. 오락문화서비스업은 5200억원이었다.
- 하루만 쉬는 거 아니잖아요: 수치를 올해 3일의 대체공휴일에 적용해보면 단순 계산으로 생산은 약 13조원이 늘어난다. 소비는 6조원 넘게 증가한다.
작은 회사 근로자들 울상… 사회 갈등?
근로기준법상 소형(5인 미만)으로 분류되는 사업장에 적용되지 않는 점은 갈등 요소다. 현행법은 5인 미만 사업장에 유급휴일 적용을 인정하지 않는다. 가뜩이나 연차 사용이나 법정근로시간이 잘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은 소형 사업장 근로자들은 이번에도 제도 밖에 놓였다. 다른 사람이 쉴 때 일한다는 박탈감이 생산성 또한 낮출 수 있다.
- 자영업자 정말 괜찮나: 자영업자들은 보통 대체공휴일에도 일하게 된다. 휴일 특수에 대한 기대감이다. 하지만 인건비 부담은 걱정이다. 최저임금 상승 추세에서 사람을 쓰고도 매출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마이너스가 난다.
- 공장은 더해: 생산라인을 계속 돌려야 하는 공장도 부담이 만만찮다. 휴일 수당을 주거나 대체 인력을 뽑아야 한다.
근로자 워라밸 UP
주 5일제 도입 이래 대체공휴일 제도까지 확대된 직장인들의 워라밸에는 파란불이 켜진다. 어떻게 보면 가장 가시적인 성과다. 휴일이 더 생기며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코로나블루'에서도 한숨 돌릴 수 있다. 휴식의 중요성을 국가가 보증해줬다는 의미도 가진다. 대체공휴일 제도 자체는 2013년부터 시행되고 있었지만, 범위를 넓히며 휴식권이 커졌다.
스탯
걱정거리
이해관계자 분석
근로자: 일단 쉬는 날이 늘어난 것만으로도 좋다. 못 갔던 여행을 길게 다녀오고 자기계발도 할 생각이다. 설마 회사에서 눈치를 주진 않겠지. 아, 다시 생각해보니 여행은 좀 위험해 보인다. 올해는 꼼짝없이 집콕 해야 하게 생겼다. 가만, 그럼 이게 경제 활성화가 되는 건가?
기업: 직원들이 조금이나마 더 쉬고 회사에서 최선을 다해 일해주면 그걸로 고맙다. 허나 메꿔야 할 업무가 있으면 대체할 사람을 뽑아야 한다. 작은 사업장은 대체 인력 구하는 것 자체가 부담이다. 부담이 커지면 월급은 또 어떻게 주나.
5인 미만 사업장 근로자: 휴식권조차 차별받는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서도 우린 소외됐다. 누구는 받고 누구는 받는 게 혜택인가. 우리도 쉬고 싶다.
진실의 방: 팩트 체크
경제 활성화, 생각만큼은...
휴식권 보장과 더불어 경제 활성화가 대체공휴일 확대의 목적. 하지만 코로나19로 상황이 여의치 않다. 이번 광복절 연휴는 생각만큼 큰 효과를 누리지 못했을 수 있다. 현재 사회적 거리두기 체제에서는 여행이나 지인과의 만남이 자유롭지 못해서다.
정부는 광복절을 앞두고 "이동과 여행을 자제하고 집에서 머물러 달라"고 요청했다. 일종의 '집콕'을 하라는 호소였다. 배달이나 인터넷 쇼핑 등은 늘었을지 몰라도 기대했던 정도의 경제적 효과가 나오지 않을 공산이 크다.
그렇다고 마냥 나들이를 권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방역당국 입장에서는 코로나19 확산을 반드시 막아야 한다. 실질적인 효과는 적어도 집단면역 형성 이후에나 확인할 수 있을 전망이다.
말말말
일기예보
타임머신: 과거 사례
대체공휴일 제도는 앞서서도 시행됐었지만 2년을 가지 못한 사례가 있다. 폐지 이유도 모호하다.
첫 번째는 한국전쟁의 화마가 채 가시기 전인 1959년이다. '일요일과 일요일 이외의 공휴일이 중복될 때 그 익일도 공휴일로 한다'는 내용의 익일휴무제를 시행했다. 하지만 이듬해 12월 "시의에 적합치 않다"는 이유로 폐지했다. 기록이 남아있지 않아 기업의 반발이나 민원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될 뿐이다.
두 번째는 1989년이다. 이번에는 ▲국민 생활 수준에 상응한 여가 선용 ▲민족자존과 전통문화 계승 ▲귀성객 편의 제공 등을 이유로 들었다. 허나 30년 만에 되살아난 제도는 이듬해 11월 국민 불편 해소를 이유로 사라졌다. 이후 2013년 설날과 추석, 어린이날만 대상으로 다시 시행됐다.
먼나라 이웃나라: 해외 사례
미국와 일본은 대체공휴일 어떻게 할까
미국의 대체공휴일 역사는 40년에 달한다. 1971년부터 '월요일 공휴일법'을 통해 콜럼버스의 날, 메모리얼 데이, 워싱턴 탄생일 등 일부 공휴일을 특정 주의 월요일로 정했다.
일본도 특정 공휴일을 월요일로 정한 '해피먼데이' 제도를 시행한다. 미국의 월요일 공휴일법을 참고해 1998년부터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성인의 날, 체육의 날, 바다의 날 등은 특정 날짜가 아니라 해당 주의 월요일에 쉬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