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에서 모든 시민의 삶은 힘들다. 하지만, 가난한 시민의 삶은 특히 더 힘들다'라는 말이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발생한 경기침체도 예외는 아니다. 코로나19가 어떻게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는지를 아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리포트에서는 코로나가 국내 경제를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그리고 그에 따르는 양극화에 대해서 알아보겠다.
코로나19라는 거대한 폭풍우를 맞이해 많은 사람이 돌파구를 찾기 위해 변화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비즈니스와 사무실은 떼려야 뗄 수 없다'라는 인식이 매우 강했지만, 코로나19는 사무실이라는 강박관념에 줌과 구글 행아웃과 같은 무기를 가지고 큰 생채기를 냈다. 사실 코로나19 전에도 우리는 사무실과 비즈니스를 결별하게 해줄 기술과 환경을 갖추고 있었다. 빠른 인터넷망을 갖췄고, 비즈니스가 밀집한 도시는 그 어느 때보다 비싼 땅값을 자랑하고 있었다. 치솟는 사무실 임대료는 사업 운용 비용에 악영향을 미쳤지만, 회사들은 더욱더 밀집했다. 샌프란시스코, 도쿄 그리고 한국의 서울로 회사들은 전진했고, 그들의 철옹성은 무너지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
세상의 패러다임을 바꿀 만한 변화는 항상 큰 위기 뒤에 온다. 기업은 창의적이고 유연해 보이지만 가장 보수적인 집단 중 하나다. 이는 회사 구조와 맞닿아 있다. 회사는 최고경영자, 주주, 이사회 등 여러 이익집단이 모여서 의사결정을 내린다. 다른 이익집단이 반대할 수 있는 결정을 앞장서서 내리면, 뒤따르는 손해에도 책임을 져야 한다. 이와 같은 현상은 패러다임의 변화를 힘들게 한다. 높은 임대료와 빠른 인터넷망이 준비됐 있지만 어떤 회사도 쉽게 인터넷 세상으로의 이동이라는 큰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하지만, 코로나19는 회사들에 피할 수 없는 선택을 강요했다.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책으로 국가는 봉쇄정책을 펼쳤고, 이는 비즈니스 자체를 마비시킬 수 있었다. 따라서 회사들은 바이러스가 크게 기승을 부리던 코로나 초창기에 직원들의 출근을 최대한 제한하고 재택근무를 장려했다. 애플의 CEO 팀 쿡은 모든 직원에게 "가능하면 재택근무를 해라"라고 권고한 바 있다. 대한민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2020년 10월16일 청와대의 자료에 따르면 조사 대상 기업 중 48.8%가 재택근무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재택근무가 시작되자, 재택근무의 효율성에 대한 의심도 같이 사라졌다. 재택근무 또한 현장 근무와 비슷한 생산성을 발휘할 수 있는 믿음이 퍼지기 시작했다. 코로나가 해결된 이후에도 재택근무의 비율은 코로나19 발생 전 평균 5%에서 22%로 늘어날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
코로나19가 처음 세상에 출현했을 때 사회계층과 상관없이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게 영향을 미치는 듯했다. 면역체계의 부족으로 부자든 가난하든 바이러스의 위협은 평등했고, 모두가 똑같이 간절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 사회는 코로나19에 적응하기 시작했고 평등했던 코로나19의 영향도 사회계층에 따라 다른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위에 언급한 대로 많은 비즈니스가 사무실 없는 재택근무를 허용하면서, 줌과 인터넷으로 같은 일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은 코로나19와 관계없이 수익을 유지할 수 있었다. 화이트칼라(White Collar)로 불리는 이러한 직업은 상대적으로 높은 연봉을 받았었고, 이들의 지위는 코로나19에도 흔들리지 않아 보였다. 반면에 레스토랑, 편의점 등에서 대면 서비스 직종은 코로나19라는 파도에 휩쓸려 버렸다. 소비자가 코로나19의 위협에 소비와 외출을 꺼리면서 이들의 필요 또한 사라져 갔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연봉이 6만달러(약 6690만원) 이상인 직업은 코로나 이전보다 2% 정도가 사라졌지만, 연봉이 2만7000달러(약 3009만원) 이하인 직업은 17%가 사라졌다. 통상적으로 화이트칼라 계열의 직업이 서비스 계열의 직업보다 연봉이 높다.
실업은 실직 노동자들에게 금전적인 피해만 끼치는 데 그치지 않았다. 해결하기 어렵고 더욱 심각한 문제는 정신적 문제였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한 정신적 충격으로 인해 10~15%의 사람들은 코로나19 문제가 해결된 후에도 그 이전과 같은 삶을 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나타났다. '이들은 장기적인 불안감에 휩싸일 것이고, 이러한 정신적 문제는 육체적인 고통보다 오래 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코로나19 이전에 진행된 많은 연구에서 실업 혹은 수입의 감소는 우울증과 자살의 시도와 연관성을 보여줬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미국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실업을 하거나 심각한 수준으로 수입이 줄어든 시민들의 반 이상이 부정적인 정신적 건강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으며, 이는 급여 수준이 낮은 사람에게서 더욱더 높게 나타났다.
물론 이들의 직업이 온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여행업이나 레스토랑 종업원처럼 대면이 필수적인 직업은 사라졌지만, 소비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하고 직접 쇼핑보다는 온라인 쇼핑몰을 애용하면서 특정 서비스 직업군의 수요는 늘었다. 하지만 코로나19와 불평등의 악령은 간신히 살아남은 서비스 직업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직업은 보존하여 수입은 유지됐지만, 코로나의 위협 속에서 노동을 유지해야 했다. 백신이 개발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들 노동자는 사회 유지를 위해 노동을 멈출 수 없었다. 대한민국의 경우는 덜하지만, 미국과 같이 인종적 차이가 확고한 국가에서는 인종에 따른 코로나19의 피해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예상했던 것처럼 미국은 백인보다는 흑인과 히스패닉에 불공평한 코로나19의 영향이 크게 발생하고 있다.
똑똑! 코로나19가 미국의 유색인종에게 끼치는 영향에 대해서 다룬 적 있어요.
코로나19가 일으킨 경기침체에 국가는 예산을 추가로 늘리거나 금리를 올리지 않는 등 현금 흐름을 유지하는 방식으로 유동성을 확장했다. 한국은 4차례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2020년 코로나19 관련 약 66조원의 재정을 썼다. 이는 국내 총생산의 3.4%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다. 한국은 G20에서 15번째 규모였다. G20 중 미국이 16.7%로 가장 높았고 영국(16.3%), 호주(16.2%), 일본(15.6%)으로 뒤를 이었다. 이처럼 각국은 긴급자금을 수혈하고, 중앙은행은 낮은 이자율 기조를 유지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2020년까지 기준금리를 0%대로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다음과 같은 이유로 자산가격의 상승을 불러왔다.
이자 혜택의 감소: 은행 예금은 안정적이지만 수익률이 낮고 자산 투자는 기대 수익이 높을 수 있지만, 손해를 볼 확률도 높다. 시장참여자는 자신의 능력과 상황에 따라 은행 예금 또는 자산 투자를 선택할 수 있다. 시장참여자의 선택은 이자율에도 영향을 미친다. 이자율이 너무 낮다면 이자 혜택 또한 감소하기에 위험을 감안하고 자산투자를 선택할 확률이 높다. 2억원의 은퇴자금을 가진 은퇴자가 연 1%의 이자를 받는다면 200만원을 받게 되는데 이는 풍족한 은퇴자의 삶을 살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이자 비용의 감소: 낮은 이자율은 은행예금의 이자 혜택을 낮추고 대출의 비용도 낮춘다. 자산 투자자는 은행 대출로 투자금을 마련한다. 은행 대출에 대한 이자가 높다면, 투자를 망설이는 원인이 된다. 자산은 현금 흐름을 만들어 주는 월세 투자도 있지만, 아파트 같이 현금흐름은 없고 자산차익을 노리는 자산도 있다. 전자의 경우 높은 이자 비용이 어느 정도 상쇄될 수도 있지만, 후자의 경우 높은 투자 비용은 감당하기 힘들다. 따라서 금리가 낮으면 돈을 빌려서 투자가 쉬워진다. 자산 투자로 몰리는 시장 자금은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자산가격의 상승을 불러일으킨다.
코로나19로 인해 발생한 경기침체에 대한 대응으로 선진국 중앙은행은 낮은 이자를 유지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자가 높다면, 투자와 소비 또한 하락하기 때문에 합리적 대응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선진국의 자산 가격은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이는 양극화를 더 심각한 문제로 만들고 있다. 코로나로 촉발된 불평등은 직업뿐만 아니라, 자산을 소유한 자와 자산을 소유하지 못한 자 사이의 불평등 또한 최고조로 만들고 있다. 이는 코로나19와 함께 씻지 못할 상처로 우리 사회를 멍들게 하고 있다.
💡다음은 코로나가 일으킨 위기를 국가가 어떻게 대응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코로나 위기 극복과 정부의 역할'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