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유튜브는 현대인의 필수품이자 동반자가 됐습니다. 그야말로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유튜브를 통해 각양각색의 콘텐츠를 수시로 소비하기 때문인데요. 아마 즐겨보는 TV 프로그램에 관한 물음에는 망설여도 즐겨보는 유튜브에 대해서는 누구나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미 너무도 익숙한 마당에 새삼스러운 질문을 돌이켜 봅니다. 대체 유튜브의 무엇이 현대인을 사로잡은 걸까요? 혹은 현대사회의 무엇이 유튜브와 찰떡같이 맞물린 걸까요?
우리나라 통계도 살펴보겠습니다. 앱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 1월 기준 유튜브 사용자 수는 약 4000만명입니다. 한 달 동안 모바일기기에서 발생한 데이터를 분석해 계산한 순수 이용자 지표(MAU, Monthly Active Users)인데요. 한 사람이 하나의 스마트폰을 썼다고 가정하면 우리나라 스마트폰 사용자(4568만명)의 88%, 전체 인구(5168만명)의 77%가 유튜브를 본다는 뜻이죠. 월 평균 이용시간은 30시간에 달합니다. 국민 대부분이 하루 1시간 정도 유튜브에 쓴다는 건데요. 이 정도면 하루 일과 수준입니다.
유튜브가 현대인을 사로잡은 이유로 가장 먼저 들 수 있는 것은 '쉬워서'입니다. 올리기도 쉽고 보기도 쉬워서인데요. 동영상 공유 플랫폼 이용이 활발하려면 일단 업로드가 편해야겠죠. 얼마나 쉽게 만들었는지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시곗바늘을 돌려보죠.
지난 1화에서 유튜브는 '누구나 쉽게 동영상을 공유할 수 있는 사이트'를 목표로 파일만 전송하면 영상이 업로드되는 플랫폼을 만들었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이것이 유튜브의 첫째가는 혁신입니다. 유튜브를 주목받게 한 이유기도 하죠.
유튜브가 만들어질 당시 동영상 공유 플랫폼이 없던 건 아닙니다. 대표적으로 비메오(Vimeo)가 유튜브보다 먼저 만들어졌죠. 하지만 개인용 비디오에 초점을 맞춘 곳은 드물었을 뿐더러 기술이 별로 좋지 않았습니다. 온라인 상에 동영상을 올리고 보여주기 위한 '쉬운' 방법이 없던 겁니다.
오늘날에야 인터넷이 발전해 체감이 덜하지만 동영상 파일 공유는 까다롭습니다. 파일 크기도 크고 형식(코덱)도 다 다르죠. 당시 동영상 공유 서비스는 파일 원본 그대로 이용자에게 제공하는 방식이었습니다. 큰 파일 용량은 서버에 트래픽 부담을 줘 동영상 지연 현상을 발생시켰고, 다양한 파일 형식은 업로더에게 장벽으로 다가왔습니다. 이용자는 악명 높은 ActiveX 설치를 감내해야 했고요.
유튜브가 문제를 해결한 방식은 업로드 된 동영상 파일을 '플래시' 형태로 변환하는 것이었습니다. 파일이 전송되면 서버에서 자동으로 변환되도록 했죠. 이를 통해 서버에 가는 트래픽 부담을 획기적으로 덜 수 있었을 뿐 아니라 업로더와 이용자 모두에게 편리한 동영상 플랫폼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업로더는 어떤 파일이든 인코딩 과정 없이 그냥 전송만 하면 됐고, 이용자도 스트리밍을 위해 별도 프로그램 설치를 할 필요가 없어졌으니까요. 그냥 올리고 그냥 볼 수 있는 기술 생태계를 구현한 겁니다.
유튜브는 보기 쉽습니다. 그냥 켜서 보면 됩니다. 로그인도 필요 없습니다. 광고를 견딜 수 있으면 결제도 없습니다. 페이지 구성도 쉽습니다. 들어가자마자 볼만한 영상들이 바둑판처럼 반겨줍니다. 클릭만 하면 됩니다. 인기 영상은 추천해줍니다. 키워드만 입력하면 관련 영상을 나열해 보여줍니다. 영상 길이도 다양해 여유시간에 따라 선택하면 됩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알고리즘께서 보우하사 관심 있을 만한 영상을 계속 추천해줍니다. '뭐 보지?'라는 고민조차 필요 없습니다. 오늘날 남녀노소 유튜브를 시청하다 못해 50대 이상이 시청층 1위인 강력한 이유입니다.
영상도 다양합니다. 드라마, 영화, 게임, 공연, 뮤직비디오, 게임, 강연, 실습, 먹방, ASMR, Vlog 등등 종류가 다양하다 못해 기존 미디어에선 구경도 못한 콘텐츠가 넘쳐납니다.
왜일까요? 유튜브에는 소위 '게이트 키퍼'가 없습니다. 누구도 콘텐츠에 대해 딴지 걸거나 업로드를 가로막지 않습니다. 누구나 자유롭게 콘텐츠를 내놓을 수 있죠. 그 결과 기존에 빛을 보지 못한 수많은 콘텐츠가 쏟아집니다. 오늘날 유튜브에서 수십 수백만 조회 수를 기록한 영상도 TV와 같은 기성 미디어 아래서라면 기획안부터 까여 휴지통행이 됐을지 모르죠.
하지만 오늘날엔 바로 그런 영상 때문에 유튜브를 봅니다. TV엔 없는 신선한 콘텐츠로서 사랑받으며 폭 넓은 시청자의 영상 기호를 만족하죠. 정말 자신이 관심 있고 원하는 분야만 시청하는 일이 유튜브에선 가능한 겁니다.
그렇다면 유튜브에서 이토록 다양한 콘텐츠가 계속해서 유지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편리한 업로드 시스템? 게이트 키퍼의 부재? 맞지만 결정적 이유는 아닙니다. 핵심은 소비자 스스로 영상을 만드는 생태계를 구축했다는 점입니다. 바로 수익 공유 시스템이죠.
유튜브는 2007년부터 구독자 1000명, 영상 스트리밍 4000시간이 넘는 유튜버에게 광고 수익의 일정량을 나눠주는 파트너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소위 유튜브만 잘하면 밥 먹고 살 수 있는 길이 열린 겁니다. 정말 엄청 잘해야 하긴 하지만 '유튜버'(Youtuber)라는 호칭에 직업 개념이 녹아든 이유입니다.
돈벌이가 된다는 건 사용자가 단순히 소비에 그치지 않고 생산에 나서는 프로슈머(Prosumer)가 되도록 하는 강력한 유인입니다. 실제 영상을 통해 만나는 고소득 스타 유튜버의 이야기도 실감나는 성공신화로 힘을 보태죠. 유튜브로서는 선순환입니다. 더 많은 이가 뛰어들어 새로운 콘텐츠를 생산하면, 더 많은 수요가 발굴됩니다. 이는 곧 광고 수익으로 연결됩니다. 수익은 일정량 유튜버에게 공유되고 콘텐츠는 계속해서 생산됩니다. 안정적인 유튜브 생태계 완성입니다.
오늘날 공고하게 자리 잡은 유튜브 생태계를 완성시킨 퍼즐은 유튜브 밖에도 있습니다. 이번에는 기술적 하드웨어입니다. 유튜브에 필요한 거의 모든 것을 한손에 구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요. 그 주인공은 바로 현대사회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 스마트폰입니다. 공교롭게도 아이폰이 처음 출시된 해도 유튜브가 수익 공유 시스템을 마련한 2007년 일이죠.
스마트폰의 탄생은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영상을 찍고 볼 수 있게 했습니다. 그야말로 유튜브를 위해 신이 내린 도구가 아닐까 싶죠. 스마트폰은 유튜브 콘텐츠 생산과 소비 양쪽에 모두 기여합니다. 과거 영상 촬영은 장비를 갖춘 비교적 소수의 활동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이제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어떤 영상도 찍을 수 있게 됐습니다. 유튜브는 창립 이래 바로 그런 영상이 모이는 플랫폼을 표방해 왔고요.
모두에게 언제 어디서나 영상을 시청할 수 있는 스마트폰이 쥐어졌다는 건, 영상에 대한 선택권과 영상의 소비량도 이에 비례해 늘었다는 걸 의미합니다. 과거 스마트폰이 없던 때를 생각해보죠. 영상 시청은 주로 TV를 통해 이뤄졌습니다. 가정에 있는 TV는 많아야 한두대였기에 가족끼리 영상 시청을 공유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오늘날이라고 TV 숫자가 늘진 않았습니다. 그러나 영상 시청에 굳이 TV가 필요하지도 않아졌죠. 각자 편한 곳에서 스마트폰을 통해 유튜브를 보면 되니까요. 이는 그간 단위로 묶여있던 영상 소비 주체의 해방이기도 합니다.
과거엔 영상에 대한 선택권과 소비량이 TV를 통한 단위로 표출됐다면, 스마트폰과 유튜브는 그 '분수'를 쪼개버렸습니다. 하나로 싸잡힌 '1/n'들을 모두 끄집어낸 셈이죠. 유튜브 영상이 다양해진 이유는 그만큼 다양한 개인이 만들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다양한 의견이 반영되기 때문이기도 하죠.
단위로 묶이거나 뾰족하게 존중받지 못하던 개인의 의견이나 취향이 자유롭게 발현된다는 건 오늘날 현대사회와 겹쳐볼 수 있는 특성입니다. 일부 시민이 전체를 대변한 과거 그리스 민주주의와 오늘날 1인1표의 직접민주주의는 같은 민주주의라도 그 기능과 파급력에서 비교할 수 없죠. 모든 의견이 투표권이 주어지며 표현되기 시작했듯 스마트폰이라는 하드웨어와 유튜브라는 플랫폼을 통해 풀려난 개인의 영상 소비는 영상을 넘어 오늘날 사회 곳곳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