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의 노트
개최가 불확실했던 2020 도쿄올림픽 개막이 4개월 남짓 남았습니다. 팬데믹과 올림픽 연기라는 초유의 사태 속에서 일본은 해외 관중까지 포기하며 개최에 대한 의지를 분명히 했는데요. 하지만 이미 막대한 경제손실을 입고 있는 일본의 고민은 앞으로 더 깊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왜 중요한가? 🔥
지금까지 이런 올림픽은 없었다. 흔히 세계인의 잔치로 표현되는 올림픽. 도쿄올림픽은 '세계인 없는 세계인 잔치'가 되게 생겼다. 지난 22일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조직위)가 올림픽 기간 내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해외 관중을 받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일본의 상황은 최악이다. 당초 올림픽을 통해 일본 경제가 완전히 부흥했음을 알리려던 아베 신조 전 총리의 꿈은 옛날옛적 물 건너갔다. 올림픽을 경기부양책으로 삼으려던 스가 요시히데 현 총리의 계획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로 가뜩이나 안 좋은 경기에 올림픽 지연이 비수를 꽂았다. 개최는 하지만 관중은 제한되니 손실은 더 커진다. 혹여나 발생할 집단 감염 문제도 풀어야 할 숙제다.
큰 그림
청사진
역대급 고난의 행군, 2020 도쿄올림픽 '준비'
2020년 3월
눈물의 올림픽 연기: 원래 도쿄올림픽 개막 날짜는 2020년 7월24일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발발로 지난해 3월 일본 정부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개막일을 올해 7월23일로 미뤘다. 세계 각국의 불참 선언과 연기 요청도 개최 강행에 제동을 걸었다.
- 3월 일본 정부는 경기에 관한 공식보고서에서 '회복 중'이라는 판단을 철회하고 "엄중한 상황에 있다"고 진단했다. 2008년 금융위기,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처음이다.
- 이후 2020년 4~6월 일본의 국내총생산(GDP)은 이전 분기와 비교해 7.8% 감소했다. 1년 기준으로 환산해 연율로 보면 27.8%이다. 2차 세계대전 패전 이후 역대 최악이다.
2020년 6월
미련 남았지만: 연기 결정 후에도 아베 총리는 한동안 도쿄올림픽을 완전한 형태로 열 것을 고집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방안을 찾지 못한 상황에서 IOC가 올림픽 취소까지 언급하자 결국 2020년 6월 올림픽 간소화에 동의했다.
- 이후 조직위는 총 200개 항목에 걸쳐 축소를 검토해오고 있다. 사실상 경기 종목을 제외한 모든 항목이다. 이후 관계자 참가 규모 축소, 이벤트 및 서비스 간소화 등의 방안을 마련했다.
2021년 3월
장고 끝에 내린 결정: 이번 해외 관중 제한 발표 역시 줄곧 검토했던 올림픽 간소화 항목 중 하나다. 고심 끝에 해외 관중을 포기하더라도 올림픽을 개최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입국 허용 외국인 최소화: 해외 관중 포기 결정으로 도쿄올림픽에 일본을 찾을 외국인은 9만여명에 그칠 예정이다. 당초 일본 정부가 유치하려던 외국인 관광객 수는 4000만명이다.
- 허용 외국인: 올림픽 출전 선수 1만5000명을 포함한 선수단, 심판, 대회 관계자 및 보도·중계진 등이다. 해외 자원봉사자도 대회 운영에 필수 인력인 500명만 들인다.
긴급사태 해제: 일본은 발령했던 코로나19 긴급사태를 22일 모두 해제했다. 이로써 대규모 행사 인원 제한이 완화돼, 정원의 절반 이내라면 경기장에 1만명까지 입장 가능하다.
벌써부터 불안해: 지난 25일 일본 후쿠시마에서 올림픽 성화가 출발했다. 행사는 수많은 인파는커녕 관람객 없이 축소 진행됐다. 스가 총리는 국회 일정을 이유로 불참했다. 유명인들도 스케줄 또는 건강상 이유로 참여를 거절한 경우가 잦았다. 26일 기준 성화가 3차례나 꺼지기도 했다.
- 감염 재확산 우려: 긴급사태 해제 후 24, 25일 일본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2000명 선에 근접했다. 25일 기준 누적 확진자는 약 46만4000명이다.
- 여성 비하 발언 구설수까지: 모리 요시로 조직위원장은 2월3일 일본올림픽위원회 임시 평의원회에서 "여성이 많은 이사회는 (회의 진행에) 시간이 걸린다"라는 발언으로 논란이 돼 9일 뒤 물러났다. 사사키 히로시 개·폐회식 총괄책임자는 일본 여성 탤런트의 외모를 돼지로 비하하는 내용의 행사 연출 아이디어를 제안했다가 지난 18일 사임했다.
똑똑! 일본 정부가 도쿄올림픽에 앞서 프로야구 관중을 상대로 한 코로나19 대책 효능 실험에 대해 다룬 적 있어요.
이슈와 임팩트
일본 울상, 한국 고민, 중국 주시
日, 내 텅장 어쩔거야
예산: 2019년 12월 도쿄도와 조직위가 정리한 도쿄올림픽 예산은 약 1조3500억엔(한화 14조원)이다.
연기에 따른 추가 비용: 2020년 12월 일본 정부와 조직위가 도쿄올림픽 연기에 따른 추가 경비로 계산한 금액은 약 2940억엔(3조원)이다.
중간 계산...17조?: 이를 합해 계산한 예산과 올림픽 연기에 대한 공식적인 비용은 약 1조6000억엔(17조원)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해외 관중 없어지면: 해외 관중 미수용으로 예상되는 경제 손실 금액은 약 2000억엔(2조760억원)이다. 코로나 발생 전 2019년 외국인 관광객의 소비액을 바탕으로 한 추정이다. 환불 조치할 해외 입장권 63만장의 가치만 900억엔(9300억원)에 이른다.
국내 관중 절반 되면: 국내 관중 수용에 대해서도 간소화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100% 수용, 50% 수용, 무관중 3가지 안 중에서 50% 수용이 현재로서 유력하다. 해외 관중이 없고 국내 관중을 절반으로 제한하면 약 1조6000억엔(17조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본다.
total 34조원 나오셨습니다: 예산 및 연기 비용으로 쓰인 돈 1조6000억엔(17조원)에 관중 제한으로 발생하는 손실 1조6000억엔(17조원)을 합하면 약 3조2000억엔(34조원)이 도쿄올림픽으로 날아간다.
- 이건 계산에 안 들어갔어요: 올림픽으로 찾는 외국인의 지출은 물론 올림픽 뒤 일본을 다시 찾는 추가 수요도 기대할 수 없다. 숙박이나 요식업 같은 관련 산업 피해도 불가피하다.
- 위태로운 스가 정권: 올림픽을 통한 경기 부양이 사실상 무산되면서 임기인 9월까지 반등을 노리던 스가 정권에도 먹구름이 드리웠다. 집권당인 자유민주당의 입지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정말 큰 문제는 도쿄올림픽에서 코로나19 집단 감염 사태가 발생할 경우다.
韓, 귀한 기회 놓칠까 고심
올해 열리게 될 도쿄 올림픽은 한일 간, 남북 간, 북일 간 그리고 북미 간의 대화의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한국은 도쿄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협력할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 지난 3·1절 기념사
북한과 미국 그리고 일본까지 복잡한 외교관계로 얽혀 있는 우리나라에 도쿄올림픽은 귀중한 대화의 장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9년 광복절 경축사에서도 도쿄올림픽을 "우호와 협력의 기틀을 굳게 다지고 공동 번영의 길로 나아갈 절호의 기회"라고 표현한 바 있다. 각국 정상들이 올림픽을 계기로 일본에 오면 한일, 남북, 북일, 북미 등 연쇄 회담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쿄올림픽이 해외 관중을 받지 않게 되면서 가능성은 더 낮아졌다.
中, 내년 베이징 올림픽에 참고?
중국은 도쿄올림픽 약 6개월 뒤 열릴 베이징올림픽 준비에 한창이다. 지난 1월 시진핑 주석은 올림픽 경기장의 준비 상황을 살피고 선수들을 격려하며 성공 개최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도쿄올림픽은 난항을 겪고 있지만 베이징올림픽은 문제없다는 제스쳐다. 일본과 달리 중국은 베이징올림픽을 위한 백신을 제공할 것이라고도 지난 11일 밝혔다. 하지만 두 올림픽의 기간 차이가 얼마 안 나는 만큼 도쿄올림픽의 추이와 대응에 내심 주목하고 있다. 베이징올림픽 역시 올림픽의 시범경기격인 테스트 이벤트를 코로나19 때문에 모두 취소한 바 있다.
스탯
도쿄올림픽 매몰비용
걱정거리
이해관계자 분석
애물단지로 전락한 도쿄올림픽
일본 정부: 울고 싶다. 앞이 깜깜하다. 해도 손해고 안 해도 이미 손핸데 더이상 남은 시간도 없고 들인 돈과 노력은 있으니 무탈한 개최와 마무리로 혹시 모를 반등을 노려본다.
IOC: 일본에는 미안하게 됐지만 사실 머릿속으로는 앞으로의 올림픽 유치를 걱정하고 있다. 만약 취소됐어도 보험을 다 들어놨기 때문에 금액 타격은 별로 없다. 오히려 가뜩이나 경제적 부담을 이유로 올림픽 유치를 안 하려고 하는 추세에 힘을 싣는 선례가 추가되는 게 불편하다.
일본 국민: 10명 중 7명은 도쿄올림픽을 다시 연기하거나 아예 취소했어야 한다고 본다.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이 마뜩잖은 상황에서 올림픽이라는 축제도 편히 바라보기 힘들다.
선수들: 개최의 불확실성이 준 스트레스 때문에 훈련 집중에 영향을 받았다. 방역을 위해 지켜야 하는 수칙들도 낯설어 경기력에 지장을 받지 않을까 걱정이다.
진실의 방: 팩트 체크
올림픽 개최, 득인가 실인가
올림픽의 개최 비용은 엄청나지만 사실 직접적인 수익은 크지 않다. 올림픽 유치는 경제적 이득보다 개최로 얻을 상징성과 홍보효과를 노린다. 직접적인 수익원은 올림픽을 위해 방문한 관광객의 지출이 대부분이다. 중계권료나 올림픽 스폰서로 붙는 기업의 광고료 등은 대부분 IOC에서 가져간다. 막대한 자본과 노동력을 들여 마련한 시설이 올림픽 이후 비일비재하게 버려지다시피 하는 것도 큰 문제다. 약 14조원의 경비를 들여 41조원 이상의 경제효과를 올린 2018 평창올림픽은 성공 사례다.
말말말
일기예보
타임머신: 과거 사례
2020 도쿄올림픽의 꿈, 1964 도쿄올림픽
지금도 이렇게 눈을 감으면, 1964년 도쿄 대회 개막식의 정경이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일제히 맞은 몇천 마리에 달하는 비둘기, 검푸른 하늘의 높이, 5개의 제트기가 그리는 올림픽 고리, 모든 것이 불과 10살이었던 저에게는 눈부신 것이었습니다. —2013년 IOC 총회에서 아베 신조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코로나 팬데믹에도 '완전한 올림픽'을 고집했을 만큼 도쿄올림픽에 열정을 보인 배경에는 1964년 도쿄올림픽이 있다. 처음으로 모든 대회를 국제 위성방송으로 송출해 해외에서도 생중계로 볼 수 있게 했으며 도쿄가 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된 직후부터 주택과 호텔, 공원 건설과 상하수도 정비 등 도시 개발 계획을 가속했다. 개막 9일 전에는 신칸센 고속철도를 개통해 세계적인 찬사를 받았다.
그 결과 1964 도쿄올림픽은 전 세계에 일본의 부흥을 제대로 알릴 수 있었다. 2차 세계대전 패전 후 20년 만에 일본의 지위가 높이 날아오른 것이다. 1967년 일본은 미국에 이은 세계 2위 경제 대국으로 도약한다. 아베가 2020 도쿄올림픽을 통해 그리려 했던 꿈은 개최 결정 당시 자신의 할아버지 기시 노부스케가 일본 총리로 있던 1964 도쿄올림픽이었다.
먼나라 이웃나라: 해외 사례
'올림픽의 저주'와 2016 리우올림픽
'올림픽의 저주'란 올림픽 개최 후 개최국이 극심한 빚더미에 올라앉거나 경기 불황을 겪는 경우를 가리킨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을 개최한 브라질은 유치 당시부터 경제난을 겪고 있었기 때문에 국제 행사 유치에만 정신 팔렸다는 비판이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올림픽을 진행하며 리우데자네이루 주 정부는 파산 상태에 이르렀고, 이후 공무원들에게 월급조차 제대로 지급하지 못했다. 치안, 보건, 교육과 같은 공공서비스조차 마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