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충돌방지법', 무엇이 바뀌나

내부 정보 활용한 공직자 사적이익 추구 방지

👀 한눈에 보기

  • 공직자가 사적 이해관계로 인해 투명한 공무수행을 저해 받는 일이 없도록 하는 이해충돌방지법이 만들어졌다.
  • 8년 동안 끌어왔던 법 제정 논의는 국민의 분노를 산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로 급물살을 탔다.
  • 법에 따라 이듬해 5월부터 공직자와 그 가족들이 직무상 알게 된 미공개 정보로 사익을 취하면 징역형을 살거나 벌금을 내야 한다.

에디터의 노트

왜 중요한가? 🔥

근 10년만에 결실 본 제2 김영란법

  • 직원들이 일하면서 얻은 정보로 땅을 사 부당이익을 얻은 LH 사태를 계기로 공직자의 내부 정보 활용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 이해충돌방지법은 8년 전 부정청탁을 막는 '김영란법' 제정 과정에서 함께 논의됐지만, 실제 제정까지는 이어지지 못했다. 하지만 LH발 분노가 커지자 국회는 논의를 서둘렀고, 드디어 결실을 보게 됐다.

취지 좋지만 남아있는 구멍

  • 처벌 조항이 새로 만들어지며 공직자들이 소위 '자리'를 활용해 부당이득을 얻는 행위가 사전에 근절될 수 있다.
  • 하지만 LH 사태 당사자들에게는 적용되지 않고, 국회의원들의 '셀프 징계' 우려가 있어 시행까지 남은 1년간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똑똑! 내부 정보를 활용해 투기성으로 땅을 샀다는 LH 사태 스토리는 똑똑 뉴스에서 확인할 수 있어요.

큰 그림

청사진

이해충돌방지법은 대한민국이 한 차원 더 높은 청렴국가로 발돋움하는 역사적 이정표가 될 것이다. — 전현희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

지난 11일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안이 의결됐다. 공직자가 직무상 정보로 재산상 이득을 취했을 때 최대 7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7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린다는 게 핵심이다.

8년 만의 결실: 국민권익위원회는 앞서 지난 2013년 19대 국회에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 법안'을 처음 발의했다. 당시에도 일부 공직자들의 모럴 해저드 문제가 심각했기 때문.

하지만 지금의 이해충돌방지법에 담긴 내용은 공직자의 직무 수행 범위가 모호하다는 이유 등으로 빠졌다. 이후 부정청탁 금지 부분만 2015년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는데 그게 그 유명한 '김영란법'이다.

500만명 영향권: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 등 약 190만명이 이해충돌방지법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배우자와 직계존비속(부모 또는 자녀) 등 가족을 더하면 약 500만명이 영향권에 놓일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사립학교 교원이나 언론인 등도 별도 법령을 통해 이해충돌방지 적용을 받도록 할 방침이다.

국민권익위는 신고 접수나 자료 수집, 조사 요구를 맡는다. 제대로 된 신고인지 검증하는 확인 업무도 권익위가 담당한다.

이슈와 임팩트
부정부패 싹 자르겠다지만 혼란 불가피

공직자 짬짜미 싹 자를까

징역, 말 그대로 감옥에까지 보내는 강한 처벌 조항이 만들어진 만큼 공직자들의 내부 정보 활용 시도 자체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전까지는 공직자 윤리법에 사익을 추구해선 안 된다고 명시했을 뿐 처벌 조항이 없었다.

  • LH 사태에서 내부 정보가 '일종의 복지'라고 말한 직원이 있어 국민들의 분노가 폭발했었다. 이제는 이같이 일하면서 얻은 정보를 사익에 악용하는 사례가 줄고, 공직자들의 청렴도가 올라가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딴 사람 없나요? '깨끗한 사람' 어떻게 구하나

이해충돌이 발생할 경우 해당 공직자는 업무에서 빠져야 한다. 이 경우 직무대리자를 정해야 한다. 하지만 급한 업무에 마땅한 적임자가 없으면 업무에 지장이 생길 수 있다.

  • 예를 들어 국세청에서 퇴직한 지 얼마 안 된 세무사가 있다고 치자. 이들이 어떤 회사의 세무업무를 맡고 있었다면 내년부터는 업무에서 빠져야 한다. 이 때는 대리자를 구해야 하는데 사업체의 세금이나 회계 업무는 민감한 부분이라 적임자를 바로 찾기가 쉽지 않다. 전문성도 떨어질 수 있다.
  • 또한 내부 정보를 활용했는지 검증이 어려운 것은 문제다. 예를 들어 공직자 아들을 둔 부모가 토지 거래를 한다면 거래자의 직업을 파악한 뒤 아들과 이해관계가 없는지도 따져야 하는데 쉽지 않은 과정이다.

LH발 분노는 여전

이번에 결실을 맺게 된 데는 최근 국민적 공분을 일으킨 LH 사태가 강력한 입법 동력이 됐다. — 문재인 대통령
LH 직원에게 소급적용하는 조항은 담지 못했습니다. (…) 잘못을 철저히 처벌하라는 민의를 충분히 받들지 못했습니다. (…) 투기 범죄자가 편히 잠들지 못하도록 추적하고 응징하겠습니다.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이번 법 제정은 LH 사태가 불씨를 당겼다. 하지만 적용은 2022년 5월부터라 사태 당사자들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은 법을 만드는 밑바탕이 됐다고 평가했지만, 이낙연 전 대표의 말처럼 정치권에서도 법의 수위와 적용대상이 다소 미진했다는 평가다.

의원님들 '셀프 징계' 우려도 한계

국회의원이 서로 감싸주는 문제도 한계로 남는다. 이해충돌방지법과 더불어 국회법 개정안도 만들어졌다. 국회의원은 이해충돌방지법을 위반했을 때 개정된 국회법을 따른다.

  • 국회의원의 경우 당선 30일 이내에 본인과 가족의 이해관계를 신고하고 이해충돌 여부를 심사받아야 한다.
  • 심사는 국회의원들로 구성된 윤리심사자문위원회가 맡는다. 이 경우 국회의원들이 국회의원을 심사하는 꼴이라 제식구 감싸기 같은 '셀프 징계' 우려가 있다.

죄 없는 착한 공무원이 떤다

공무원들도 평범한 국민이다. 이번 법으로 인해 되레 오해를 받을까 정상적인 경제활동도 위축될 수 있다. 예컨대 구청 직원이 실제로 거주할 목적으로 건물을 샀더라도 내부 정보를 활용했다고 들이대면 방법이 마땅치 않다.

결국 법의 세밀한 시행방안을 규정하는 ‘시행령’에 얼마나 디테일한 조항이 들어가냐가 법의 성공을 가를 전망이다.

기관은 헐레벌떡... 준비에 분주

지금부터 각 공공기관은 바빠진다. 기관별로 하는 일이 다르고 이해관계의 범위도 천차만별이라 각 기관 성격에 맞는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 각종 홍보에 드는 예산이나 세부사항을 정하느라 바쁜 1년을 보낼 것으로 보인다.

  • 과거 김영란법 시행에 앞서 권익위는 해설서를 공개한 바 있다. '원어민 교사에게 양주 선물을 받은 교장도 처벌받는다'는 식으로 사례가 촘촘히 들어있어 이해를 도왔다. 권익위는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이 같은 안내 매뉴얼을 만들어 배포할 계획이다.
스탯
우리나라 국가청렴도는?

공직자들의 이해관계에 따른 사익 추구가 근절되면 국가 전체 청렴도가 높아질 수 있다. 국제투명성 기구의 2020년 국가청렴도 조사에서 우리나라는 180개국 가운데 33위에 자리했다. 우리나라는 2022년까지 세계 20권으로 청렴도를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걱정거리
이해관계자 분석

공직자: 마땅히 있어야 하는 법이지만 정말 이해관계가 없는데 몰라서 억울하게 걸릴까 두렵다. 내가 인간적으로 친한 사람과 직무 관련 연결고리가 있으면 어떡하나. 직장에서 면밀한 교육을 해줬으면 좋겠다. 배우자한테도 혹시 걸릴 사안이 없는지 제대로 알아보라고 단단히 일러뒀다.

국민: LH 직원들은 왜 안 잡는지 모르겠다. 1년 뒤에 시행된다니 좀 자세한 조항을 더 만들어서 제대로 잡아냈으면 한다. 근데 나도 공무원이랑 같이 일하고 있는데 얼마 전 살짝 내부 정보를 말해주더라. 그럼 나도 처벌받는 건가?

정부: 일단 만들어 놨으니 세부사항이 관건이다. 그물망을 촘촘히 해야 더 많은 비리 행위를 잡아낼 수 있다. 이 정도면 일단 된 것 같은데 법은 국회와 논의해 고칠 수 있으니 계속 고삐를 늦추지 말고 지켜봐야겠다.

진실의 방: 팩트 체크
반대한 국회의원들은 왜?

국회에서 법안 통과 표결 당시 반대표를 던진 국회의원들이 있었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과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이 그들. 이들은 취지에는 동의하지만 적용대상이 너무 넓고 실제 집행에 현실성이 없다며 반대했다.

특히 박수영 의원은 "제도 자체는 반대하는 게 아니지만 법을 만들려면 실효성있게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며 반대 이유를 밝혔다. 그는 또 "LH 사태라 털어내겠다고 (급하게 법을 제정하는) 쇼를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말말말
일기예보
타임머신: 과거 사례
이해충돌방지법의 모태 '김영란법'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김영란법은 2012년 8월 국민권익위가 제정안을 내놓으며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정확한 이름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다. 당시 국민원익위원장이던 김영란 전 대법관의 이름을 땄다.

법은 공무원, 공공기관 직원, 언론사 임직원, 사립학교 교직원 등이 부정한 청탁을 받고 신고하지 않거나 직무 관련성이 없더라도 일정 금액 이상의 금품을 받으면 처벌하는 게 골자다. 부정청탁 행위에 처벌을 내리는 법이라 파장이 컸다. 적용 범위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이 제기되는 등 혼란을 겪었으나 헌법재판소는 기각결정을 내렸고, 2016년 9월 시행됐다.

먼나라 이웃나라: 해외 사례

미국 연방법에는 국회의원의 퇴직 후 이해충돌방지 조항을 뒀다. 상원의원은 의원직을 놓은 뒤 2년 이내에 의원이나 공무원에게 조치를 요구한 사안에 영향력을 행사할 의도로 정보를 교환하거나 만나선 안 된다. 하원의원 역시 퇴직 후 1년 동안 같은 제한을 받는다. 현직일 경우에는 연방 정부나 산하 기관에서 활동할 수 없다. 위반 시 1년 이하 징역 또는 벌금을 물리고 고의성이 확인되면 5년 이하의 징역 등 강력한 처벌을 받는다.

또한 일본의 경우 국가공직자윤리법과 국가공무원윤리규정을 통해 공무원이 공직자 윤리를 위반한 경우 징계처분과 함께 형사책임(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만엔 이하의 벌금)을 지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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