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의 노트
왜 중요한가? 🔥
지난 10년 간 시장과 다른 정치 성향
- 야당인 국민의힘 소속으로 당선된 오 시장은 보수로 분류된다. 진보 성향이었던 전임 시장과 다른 방향으로 서울시정이 펼쳐질 가능성이 무척 크다.
- 부동산 규제개혁을 최우선 공약으로 내건 것도 개발 위주로 나아갈 가능성을 내비친다.
수도서울의 높은 상징성
- 수도인 서울을 책임지는 사람이라 인지도가 높고, 정치권에서도 서울시장의 영향력과 상징성은 크다. 서울시장은 잠재적 대권주자로 평가받는다.
- 서울은 어떤 정책을 펼치면 하나의 기준이 되는 경향이 있어, 정책 방향에 따라 나라 전체의 방향이 움직인다.
큰 그림
청사진
압승 과정과 주요 공약
단일화 성공+초반 순풍
-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는 나경원 전 의원을 비롯한 조은희 서초구청장, 오신환 전 의원과의 당내 경선에서 승리했다.
- 이후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야권 단일화 후보 자리를 두고 경쟁했다. 여론조사 결과 오 후보가 안 대표를 누르고 단일후보로 선출됐다.
- 선거 초반부터 오 후보의 지지율은 상대 후보인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앞서나갔다. 마지막 여론조사에서도 20%가량 앞서나가며 격차를 확실히 했다.
압승, 강남에선 10명 중 7명 표 얻어
- 보궐선거 개표 결과 57.5%를 득표해 오 후보는 박영선 후보(39.18%)를 누르고 서울시장으로 당선됐다.
- 오 시장은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한 곳에서도 지지 않았다. 특히 강남구에서는 73.54%를 얻어 24.32%의 박 후보보다 3배 이상 많은 표를 얻었다. 부동산 정책과 높은 세금에 뿔난 강남 주민들이 대거 투표장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 선거 자체가 전임 시장의 성추문 사건으로 인해 치러진 상황서 공공기관인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 사태에 대한 반감, 흔들리는 정부 정책에 대한 피로감이 야당에 표를 던지는 효과로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오세훈 서울시장 주요 공약은?
오 시장은 선거 공약집을 통해 5가지 핵심 공약을 제시했다. 부동산과 교통, 균형발전, 1인가구와 청년층 지원이 골자다.
1️⃣규제 풀어 주택공급: 한강변 아파트의 35층 이하 규제 등 서울에만 있는 규제를 없애고, 재개발과 재건축도 구역 기준을 완화한다. 최대 250%로 묶어둔 일반 주거지역 용적률을 300%까지 늘린다는 구상이다.
2️⃣교통소외지역 없도록: 11년이 넘게 공사가 이뤄지고 있는 월드컵 대교를 신속히 개통하고, 5년 내로 4개 경전철 노선 착공에 나서기로 했다. 4개 노선은 ▲면목선 ▲난곡선 ▲목동선 ▲우이신설연장선 등이다. 또한 간선도로 갓길의 주차 허용시간을 늘리고, 거주자 우선주차공간의 전일 활용도 억제해 주차난을 해소하기로 했다.
3️⃣구석구석 균형발전: 신촌-홍대-마포 등을 대학 인프라와 연결한 청년창업 메카로 키운다. 구로차량기지+구로공구상가+신도림동 재개발지역을 서남권 랜드마크로 발돋움시킨다. 영동대로를 지하화해 복합광역센터도 세울 방침이다.
4️⃣1인가구 불안해소: 주택, 복지, 보건 등 1인가구를 둘러싼 다원화된 업무를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시장 직속 임시조직을 만든다. CCTV나 주택 경비원을 늘려 20~40대 여성들의 안전을 챙기고 60세 이상 노년층을 위해 손목시계형 스마트 건강지키미를 통한 건강모니터링도 추진한다.
5️⃣취업정보 주고 월세 지원 확대: 취업사관학교를 세우고, 중위소득 120%이하 청년층 1인가구 대상 월 20만원 지원(10개월, 생애 1회 지원)을 확대한다. 현재 연간 5000명을 지원하던 것에서 10배인 5만명까지 확대한다.
이슈와 임팩트
바뀌는 서울과 향후 정치지형
재건축 늘고 1인가구 외로움은 ↓
강남 재건축 숨통? 서울 아파트 모습 바뀌나
- 가장 눈에 띄는 건 역시 부동산 정책이다. 그의 1순위 공약 이름이 바로 '스피드 주택공급'이다. 그는 용적률이나 층수 규제를 완화하는 등 재개발과 재건축 규제를 풀겠다고 공언했다.
- 대치동이나 압구정동, 잠실동 등 강남지역이나 목동 등 재건축이 필요한 아파트 주민들은 반색하고 있다. 재건축 기대감에 강남권을 중심으로 아파트 매매값이 상승세를 탈 전망이다.
- 스카이라인도 바뀐다. 지금 주거용 건물은 35층 이상으로 짓지 못하도록 규제가 걸렸다. 조망권 독점을 막고 자연경관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이유였다. 하지만 이 제한을 폐지하면 높게 솟은 아파트가 더 늘어날 수 있고, 건설사 입장에서는 같은 면적에 더 많은 세대를 분양할 수 있어 수익성이 커진다.
1인가구 외로움 달래지나
- 서울은 1인가구 비중이 33.9%(2019년 말 기준)다. 시민 3명 중 1명이 혼자 사는 셈이다.
- 오 시장은 안전·질병·빈곤·외로움·주거를 1인가구가 겪는 5대 불안으로 짚고 시장 직속 조직인 안심특별대책본부를 만들기로 했다.
- 특히 대학 근처 쉐어하우스나 청년주택 공급 확대가 세부공약에 들어있는 만큼 2030 청년층 주거에 초점을 맞춘 지원도 이뤄진다. 혼자 사는 사람이 많은 서울의 외로움 문제가 조금은 해소될 수 있다.
절대다수 여당과 협력은 숙제
박원순 전 시장의 사업을 가급적 지켜달라 — 서울시의회 여당 의원들
시정방향 쉽게 전환하는 우 범하지 않을 것 — 오세훈 서울시장
이미 서울시장을 경험했다는 장점이 있지만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오 시장은 야당 출신이다. 민주주의에서 어떤 정책을 추진할 때는 의회와의 협력이 필수다. 시의회와 오 시장 말로만 보면 협력이 수월할 듯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 109명의 시의원 중 101명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서울시의 법 성격인 '조례'를 만들려면 서울시의회 의결 절차를 넘어야 한다. 오랜만에 돌아온 오 시장이 '단독드리블'을 했을 때 시의회가 '태클'을 걸지 말라는 법은 없다.
- 보궐선거로 뽑힌 오 시장의 임기는 내년 6월30일까지다. 인수위원회 구성없이 바로 선거 다음날 임기를 시작했다. 사실상 워밍업 기간이 없다. 초반 시행착오가 있을 수 있다. 시간을 허투루 흘려보내면 공약 추진도 그만큼 계획과는 멀어진다.
대선 '기상도'는 야당😃 여당😢
야당은 '맑음': 이번 승리로 야당은 대선 레이스에 돛을 달았다.
- 서울시는 외교와 안보를 뺀 거의 모든 분야를 다뤄 작은 정부나 마찬가지다. 서울시장은 '소통령'이라고도 불린다. 지방자치단체장 중 서울시장만 장관 대우를 받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 57대 39, 거의 20%p 가까운 차이로 야당이 여당을 이겼다. 작은 정부 고지전에서 거둔 승리가 진짜 정부의 수장을 뽑는 대선 분위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야당의 대권주자 후보들은 정권 심판론이 힘을 받은 지금의 분위기를 십분 활용할 전망이다.
여당은 울상: 서울을 뺏긴 여당은 분위기 반전 카드가 마땅치 않다. 워낙 큰 격차로 진 터라 회복이 쉽지 않다.
- 대권 주자로 분류됐던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은 참패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불어온 야당 바람을 잠재워야 하는 숙제가 남는다. 반대로 '제3지대'에 놓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오 시장과 후보 자리를 두고 단일화했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입지를 다졌다. 승리의 발판을 만든 만큼 야권 전반이 힘을 모아줄 수도 있다. 단 서울시 '공동경영'의 윤곽은 아직 미지수다.
- 박영선 후보는 일단 정치적 입지가 애매해졌다. 첫 여성 서울시장 자리를 노렸지만 큰 격차로 졌다. 4선 국회의원 출신에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까지 지내 커리어는 화려하다. 현재로서는 내년 지방선거 출마 가능성이 점쳐진다.
단, 오 시장이 바로 다음 대선에 나갈 가능성은 '제로'에 수렴한다. 차기 대선은 2022년 3월9일 치러진다. 그가 출마하려면 임기 중 사퇴해야 하는데 보궐로 뽑힌 시장의 임기 중 사퇴는 현실성이 떨어진다.
스탯
오세훈 시장과 박영선 후보의 서울 25개 자치구별 득표율
걱정거리
이해관계자 분석
서울시민들: 지금 정권에 대해 실망이 컸다. 하지만 짧은 임기에 모든 공약이 지켜질지는 걱정이다. 부동산 규제를 푼다는데 서민 입장에서는 집값만 오르는 게 아닌지 걱정된다. 오랜만에 돌아왔다는 생각에 욕심을 내기보다는 차분하게 서울시를 이끌어주면 좋겠다.
더불어민주당: 뼈저리게 반성하고 있다. 지난해 총선 압승에 취했던 것 같다. 이미 야당이 바람을 타 어떤 후보를 내년 대선에 내야 할지 고민이다. 다음 서울시장 후보도 지금부터 고민해봐야 한다.
국민의힘: 일단 서울을 차지했으니 다음은 청와대를 노린다. 정권 심판론이 나온 상황에 분위기를 타야 한다. 단, 오 시장이 잘해야 내년 대선 승리에 가까워진다.
군소정당: 아무리 색다른 공약을 내놔도 거대 양당의 아성을 깰 수 없다. 결국 정치는 조직의 힘이 필요하다. 다음 선거에는 어떤 공약을 내야 할까. 소수자 차별금지, 특권 해체 같은 것 외에도 우리만의 색깔을 담은 공약으로 유권자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
진실의 방: 팩트 체크
1년에 이게 다 될까?
오 시장의 핵심 공약들은 건축이나 도시 개발에 초점이 맞춰져 완성까지 시간이 필요한 것들이다. 실제 공약집을 봐도 연임했을 때야 공약 이행이 마무리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1순위 공약 '스피드 주택공급'의 예상 이행기간은 5년이다. 그는 임기 내에 제도를 개선하고 사업대상 검토와 추진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또 '스피드 교통'의 핵심인 경전철 4개 노선 착공은 5년 내, '균형발전 서울' 공약의 이행기간도 임기 내 사업추진 검토 및 시행이라고 적혔다. 바꿔 말하면 가능할지 계산기를 두드리는 데 임기를 모두 보낼 수 있다는 뜻이다.
그나마 '1인가구 안심특별대책본부 설치'와 '청춘이 밥 먹여준다!'는 속도가 날 수 있다. 시민 보호와 청년문제 해결이라는 대의에 시의회 야당 의원들도 힘을 실어줄 여지가 있다.
말말말
일기예보
타임머신: 과거 사례
스타 변호사에서 서울시장까지
오 시장은 스타 변호사 출신이다. 그는 1993년 당시 인천의 한 아파트 일부 가구의 '일조권' 소송 대리인을 맡아 대기업에서 거액의 배상금을 받아냈다. 일조권이 헌법에 보장된 환경권으로 인정받는 판례를 만들었다. 이후 TV프로그램 '오변호사 배변호사'에 나와 수려한 외모와 언변으로 주목받았고 시사프로 '그것이 알고싶다' 진행까지 맡았다.
2000년 16대 총선에서 강남을에 출마해 금배지를 단 그는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이 됐다. 2010년 연임에 성공한 뒤 2011년 시장직을 내걸고 무상급식 찬반 주민투표를 실시했지만 개표 가능 투표율 33.3%에 못 미친 25.7%에 머물러 시장자리를 떠났다. 이후 2016년 제20대, 2020년 제21대 총선에서 연달아 고배를 마셨지만 이번 당선으로 10년 만에 서울시청에 돌아왔다.
먼나라 이웃나라: 해외 사례
도쿄도 보수 성향 시장
일본도 보수 성향 인사가 수도를 이끌고 있다. 지난해 7월5일 고이케 유리코 지사가 60%에 가까운 득표율로 도쿄도지사 재선에 성공했다. 그는 앞선 4년에 이어 2024년까지 도쿄를 다시 이끌게 됐다. 그러나 일본 우익단체 '일본회의' 소속인 그는 특히 위안부 강제 연행을 부정하는가 하면 전범들이 묻혀있는 야스쿠니 신사에도 참배해 보수를 넘어선 우경인사로 꼽히는 등 논란도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