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여곡절 '도쿄올림픽' 폐막

세계인의 축제, 절반의 성공

👀 한눈에 보기

  • 코로나19로 1년 미뤄졌던 도쿄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 부실한 지원과 매끄럽지 못한 운영으로 원성이 컸지만 판데믹 속에서 그나마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 세계인이 함께하는 축제로 자리 잡기 위해 풀 숙제가 확인됐다. 내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어떤 모습일까.

에디터의 노트

왜 중요한가? 🔥

좌충우돌 올림픽

  • 개최 여부가 불투명했던 대회는 우려를 100% 극복하지 못한 올림픽이 됐다.
  • 우리나라는 종합 16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전 대회보다 낮은 성적표지만 선수들의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감동을 낳았다.

올림픽 특수 "글쎄"

  • 올림픽 개최국은 국가 이미지를 올리고 경제적 효과를 누리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이번 대회는 일본에 타격을 입혔다.
  • 제2의 부흥을 이끌려던 일본의 구상은 코로나19로 물거품이 된 셈. 대회 손익계산표를 확인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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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적 비용 쏟아부었지만...

일본은 도쿄올림픽 준비에 약 200억달러, 우리나라 돈으로 21조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쏟아부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식 예산은 154억달러(약 17조7000억원)이었고 여기에 경기장과 코로나19 대응 비용까지 더해졌다. 최대 280억달러(약 32조원)가 소요됐다는 추산까지 나왔다. 이는 직전 대회인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137억달러)의 2배 규모다.

결과적으로 밑 빠진 독에 물을 부은 셈이 됐다. 코로나19 우려 속 무관중으로 치러져 입장권 수익이 제로나 마찬가지였던 데다 대회 스폰서들도 대거 발을 뺐다.

입장권+부대수익: 당초 선수를 비롯해 18만명의 외국인이 일본에 올 것으로 예상됐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5만명 수준을 밑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입장권도 팔리지 않은 데다 입국한 외국인들이 도쿄에서 쇼핑을 하거나 숙박을 하는 경제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조용한 마케팅: 흥행 부진이 예상되자 기업들은 광고에도 소극적이었다. 일본 브랜드 도요타는 "이해가 되지 않는 대회"라며 올림픽과 관련한 TV광고 송출을 보류했다. 이 밖에도 다수 기업이 홍보 비용을 낮추거나 '앰부시 마케팅'으로 눈을 돌려 개최하는 입장에서는 지갑이 얇아졌다.

  • 왜 2020?: 2021년으로 1년 연기됐지만 명칭은 여전히 2020 도쿄올림픽이다. 이미 판촉물과 메달 등의 제작이 완료돼 이를 다시 찍으려면 또 돈이 든다. 다시 제작할 때 우려되는 환경문제도 고려됐다.

비용 절감 집중한 올림픽

올림픽에는 늘 논란이 뒤따르긴 했지만 이번에는 형태가 조금 달랐다.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 때문이었는지 '비용 절감' 논란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일본은 유치전에서 '오모테나시' 문화를 내세웠지만 막상 대접은 부실했다. 우려했던 선수단의 대규모 집단감염이나 대형 사고가 나오지 않은 점은 그나마 악재 속에서 선방한 대회로 평가받게 했다.

고무 햄버거: 고무를 씹는 듯한 패티가 든 햄버거의 비싼 가격이 눈총을 받았다. 메인프레스센터(MPC)에서 판매되는 햄버거는 질긴 식감으로 씹기 힘들 정도였지만 한국 돈으로 1만6700원을 받았다.

골판지 침대: 선수단 숙소 침대가 골판지로 만들어졌다. 겉으로 내세운 이유는 '환경'이었다.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설명이지만 육중한 선수들의 무게를 지탱하지 못했다.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형이 재료를 납품한 것 아니냐는 유착 의혹까지 나왔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별다른 해명 없이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 갈 곳 잃은 노숙자들: 해외의 눈을 의식해 노숙자들을 쫓아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들이 생활하는 공원의 문을 잠그는가 하면 경기장에 접근할 수 없도록 펜스를 쳤다.
한국은 29개 종목에 선수단 354명(선수 232명·임원 122명)이 참가해 종합 16위의 성적을 냈다.

한국, 16위로 마감

우리나라는 종합 16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8위로 세계 10위권에 들었던 리우 올림픽보다 낮아진 순위다. 양궁과 펜싱 등 효자 종목의 강세는 여전했지만 믿었던 종목에서 금메달이 나오지 않았다. 13년 만에 올림픽에 다시 도입된 야구도 디펜딩 챔피언의 위용 없이 노메달로 마쳤다.

하지만 이번 올림픽은 여느 때 못지않게 국민들을 웃고 울렸다. 선수들의 투혼이 빛을 발했다. 특히 4강에 오른 여자 배구의 김연경 선수는 국민선수 반열에 올랐고, 새로운 스타도 배출됐다. 베테랑의 경험에서 나온 금메달도 수확이다.

식빵언니의 '라스트 댄스': 여자 배구 4강을 이끈 김연경의 리더십이 화제였다. 준결승과 동메달 결정전에서 연이어 패했지만, 4강 진출 과정에서 여자 배구팀은 그의 리더십과 어우러져 기쁨을 선사했다.

'삐약이' 신유빈: 17세의 나이로 여자 탁구 종목에 출전한 신유빈은 이번 대회가 낳은 스타다. 기합 소리가 병아리 울음 같다며 '삐약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단식에서 3회전까지 진출했고, 단체전에서도 활약하며 8강 진출을 도왔다.

활시위 놓자마자 "끝": 남자 양궁 단체전 마지막 궁사인 오진혁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화살은 정확히 10점에 꽂혔다. 든든한 맏형 오진혁은 양궁 최고령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축제 흐린 논란

그래도 코로나19는 피해가지 않았다. 그리스 아티스틱스위밍 선수단 5명이 감염됐다. 이를 포함해 올림픽 관계자는 최소 327명이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선수의 외모를 빌미로 공격하거나 말실수 등 논란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은 좋은 경기력으로 보답하며 세계인의 축제에서 역할을 다했다. 일본 측의 항의를 받은 IOC의 요청에 따라 이순신 장군의 말을 담은 응원 현수막을 내린 것도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페미니스트 논란: 여자 양궁에 출전한 안산 선수가 숏컷을 하고 특정 출신지라는 이유로 난데없는 '페미니스트' 논란이 일었다. 애먼 지적 때문에 선수가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는 여자 개인과 단체전, 혼성 단체까지 3관왕을 달성해냈다. 우리 선수가 하계올림픽 3관왕을 거머쥔 건 최초다.

쿨하게 받아친 조롱: 여자 탁구 전지희 선수는 중국 출신으로 2011년 귀화했다. 그는 자신의 성형 전 모습을 조롱하는 중국 누리꾼에게 '77만원'을 주고 쌍꺼풀 수술을 했다며 쿨하게 받아쳤다.

  • 국가가 두렵다: 벨라루스의 여성 육상 선수는 경기가 끝나고 망명을 신청했다. 크리스치나 치마노우스카야 선수는 출전 종목을 두고 코치와 충돌했고, 강제로 귀국 비행기에 태워질 뻔했다.  이후 인도주의 비자를 발급해 준 폴란드로 떠나 망명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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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와 임팩트
일본 정부는 난감, 다음 올림픽에 과제 제시

스가 정권은 '울상'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난감하다. 재선 의지를 밝혔지만 호재가 됐어야 할 올림픽이 악재가 됐다. 지지율이 떨어졌다.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세는 여전히 심각하다. 올림픽은 정권에 축제가 아닌 자책골이 된 모습이다.

낮아진 지지율: 올림픽 전 아사히신문 여론조사 결과 자민당 소속 스가 총리가 이끄는 정권 지지율은 31%이였다. 이후 올림픽 폐막 기간인 7~8일 조사에선 28%로 나타나 3%p 하락했다. 일본 주요 언론사 조사에서 30% 밑으로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 체육 세대교체

메달 텃밭에서의 세대교체가 이뤄진다. 김연경이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했고, 사격 레전드 진종오도 다음 올림픽을 기약하기 힘들 수도 있다. 이대훈(태권도), 김지연(펜싱) 등 종목 간판선수들도 국가대표 은퇴 의사를 전했다.

2024 파리올림픽에서는 다소 아쉬웠던 이번 성적을 토대로 더 치밀한 준비가 이뤄질 수 있다. 태권도와 레슬링, 사격, 여자 핸드볼 등 기존 메달 텃밭에서 분발이 이뤄질 전망이다. 특히 2024년에는 브레이킹 댄스가 공식 종목으로 채택돼 비보잉 강국인 우리나라가 새로운 메달밭을 일굴 가능성이 크다.

베이징 동계올림픽도 혼란?

당장 6개월 뒤인 2022년 2월 중국 베이징에서 동계올림픽이 열린다. 겨울 대회라 성격은 다르지만 운영 전반에 있어서 직전 대회가 기준이 된다. 선수촌 시설이나 지원, 지속될 걸로 보이는 코로나19 방역이 과제로 남는다. 또한 올림픽 개최의 고질적인 문제인 적자 이슈 등도 해결해야 한다.

관중과 함께?: 베이징올림픽 조직위원회는 도쿄에 시찰단을 파견해 선수 이동이나 경기 운영 방식을 살펴봤다. 중국은 현재 관중과 함께하는 올림픽을 구상하고 있다. 하지만 전염성이 강한 질병이라 섣부르게 유관중을 추진하면 관중 집단감염에 휘말릴 수 있는 점은 숙제다.

보이콧도 걱정: 일본과 다르게 중국의 인권 탄압 문제도 관건이다. 신장에서 위구르족을 대량 학살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때문에 유럽이나 미국 등의 보이콧 움직임이 관측된다. 실제로 보이콧이 이뤄질 경우 '반쪽 대회'로 치러져 2008년 베이징 하계올림픽의 영광은 잊히고 오명이 남을 수 있다.

스탯
걱정거리
이해관계자 분석

일본: 좋은 성적은 기쁘지만 국가 이미지는 안 좋아진 것 같다. 무리해서 대회를 치렀으니 이제 세금으로 메꿔야겠지. 개최 결정 때만 해도 참 기뻤는데 아쉬운 올림픽이 되고 말았네. 할아버지가 1966년 도쿄올림픽은 참 멋진 대회라고 했는데. 아이들에게 이번 올림픽을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

한국: 어려움 속에서도 선수들은 최선을 다했다. 자랑스럽다. 아쉬움은 뒤로하고 다음 올림픽을 준비해야 한다. 기존 메달 텃밭에서 노메달을 거둔 이유를 분석해 다시 세계 10위권을 노려본다.

선수단: 골판지 침대 때문에 잠을 설쳤다. 올림픽은 관중, 선수단이 함께 호흡하는 축제인데 그렇지 못해 아쉽다. 4년 뒤에도 출전할 수 있을 지 모르겠지만, 아무쪼록 코로나19가 끝나 더욱 좋은 모습으로 관중들과 직접 만나고 싶다.

관중: 끊었던 입장권을 취소하고 TV로 만난 대회다. 세계적인 선수들의 숨결은 못 느꼈지만 도쿄도 코로나19가 심하다고 하니 다행이라 해야 할까.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유관중으로 치러진다고 하니 이번 아쉬움을 달랠 수 있을 것 같다.

진실의 방: 팩트 체크
일본은 무엇을 얻었나

개최 확정과 연기, 강행 결정, 우려 등을 오간 도쿄올림픽. 대회 강행에는 정치적 성과에 무게가 실렸다. 스가 총리는 올림픽과 함께한 총리 타이틀을 원했고, 만약 취소될 경우 막대한 돈을 낭비하는 점도 고려해야 했다. 대회 이후 치러지는 가을 총선도 의식했다.

그러나 정권 지지율이 되려 낮아졌다. 일본에서는 지지율 20% 안팎을 암묵적인 '총리 교체선'으로 본다. 20%를 밑돌면 총리 교체론이 힘을 받는다. 지금부터 스가 총리에게 위기 경보가 울린 셈이다. 그나마 일본 선수단이 종합 3위로 역대 최고 성적을 올리며 국민들을 위로했지만, 도쿄에서 연일 코로나19 감염자가 나온 것도 이번 대회가 갚아야 할 청구서가 됐다.

말말말
일기예보
타임머신: 과거 사례
2020 올림픽 개최지 선정 과정

2020년 올림픽 유치신청서 마감일인 2011년 9월11일. 출사표를 낸 도시는 총 6곳이었다. 도쿄를 비롯해 ▲터키 이스탄불 ▲이탈리아 로마 ▲아제르바이잔 바쿠 ▲카타르 도하 ▲스페인 마드리드가 신청서를 냈다. 로마는 신청서를 내고도 경제위기로 인해 2012년 2월 유치 포기 의사를 밝혔다.

결선 진출 결정투표에서 도하와 바쿠가 탈락했고, 최종 유치전에서는 마드리드, 이스탄불이 도쿄와 경쟁했다. 1차 투표에서는 경제 침체가 발목을 잡은 마드리드가 탈락했다. 이어진 2차 투표에서 이스탄불은 인프라 부족 문제를 극복하지 못했다. 도쿄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 후 얼마 되지 않은 시기라는 악재 속에서 유치권을 따냈다.

개최권은 거머쥐었지만 뇌물 의혹이 불거졌다. 일본이 개최를 위해 체육계 유력인사들에 검은돈을 건넸다는 것. 의혹의 주체로 지목된 일본 올림픽위원회 회장은 결국 자리를 내려놨다. 개운치 않은 뒷맛이 남았다. 이는 약과였다. 코로나19라는 더 큰 악재가 도쿄올림픽을 강타했다.

먼나라 이웃나라: 해외 사례
리우올림픽과 지카 바이러스

코로나19만큼은 아니지만 직전 하계올림픽도 감염병 우려 속에서 치러졌다. 모기로 인한 풍토병인 '지카 바이러스'가 사람들을 떨게 했다. 감염을 우려해 미국 NBA 스타 르브론 제임스, 골프 스타 로이 맥킬로이 등은 대회에 불참했다. 그래도 인간 탄환은 잡지 못했다. 자메이카 육상 선수 우사인 볼트는 "내가 빨라서 모기가 못 잡는다"며 트랙 위에 섰고, 3관왕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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