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의 노트
왜 중요한가? 🔥
대륙의 실수? 실력!
- 생활가전으로 유명한 샤오미는 스마트폰 사업도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 품질이 떨어진다고 인식되는 중국 브랜드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며 하이엔드 시장을 넘본다.
턱밑까지 쫓아온 중국
- 삼성전자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전자기업. 하지만 브랜드 인지도만으로는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힘든 시대가 됐다.
- 특히 한국은 IT기술만큼은 세계 최고라고 자부해왔다. 중국의 약진을 어떻게 이겨내야 할까.
큰 그림
청사진
글로벌 점유율 '삼성-샤오미-애플'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는 19%의 삼성전자였다. 이어 샤오미(17%)가 2위에 자리했고 애플(14%)까지 TOP3를 형성했다. 4~5위는 각각 오포와 비보였다. 샤오미의 약진이 눈에 띈다. 글로벌 점유율 2위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의 턱밑까지 추격했다.
6월로 범위를 좁히면 삼성과 애플의 점유율을 앞지르기도 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조사 결과 샤오미의 6월 스마트폰 판매량은 1974만대, 17.1%의 점유율로 1위였다. 1812만대를 판매한 삼성(15.7%)을 앞질렀다. 애플은 1647만대(14.3%)로 세 번째였다.
샤오미, 어떻게 떴나
샤오미의 성장 배경은 역설적이다. 마찬가지로 중국 기업인 화웨이의 몰락에서 시작됐다. 화웨이는 개인정보 이슈로 미국 시장에서 제재를 받았다. 휴대폰에 백도어를 심어 개인정보를 중국 공산당에 빼돌린다는 이유였다. 화웨이의 스마트폰 사업은 위축됐고 부품도 구하기 힘드니 품질이 낮아지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샤오미는 이 틈을 놓치지 않았다. 인공지능 스피커나 스마트워치, 보조배터리 등으로 높인 인지도를 바탕으로 화웨이의 텃밭인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을 파고들었다.
기술력도 훌륭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 전략만이 인기 비결은 아니다. 언더디스플레이카메라(UDC)같은 신기술도 가졌다. 전면 카메라 구멍 위를 픽셀로 덮어 렌즈를 숨기는 방식이라 풀스크린을 쓸 수 있다.
- 화웨이는 어떤 기업: 지난해 2분기 시장 1위였던 화웨이. 1987년 문을 연 중국의 통신업체다. 연구개발에 많은 자원을 투입하는 것으로 유명해 미국 제재 전에는 중국 기술혁신의 상징으로도 꼽혔다.
"유럽 내줬다" 자리 좁아진 삼성
샤오미가 성장한 만큼 삼성은 자리를 뺏겼다. 세계 1위는 간신히 지켰지만 유럽에서는 밀렸다. 샤오미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스페인 ▲이탈리아 등에서 특히 사랑받았다.
러시아를 내준 게 삼성 입장에서는 특히 뼈 아팠다. 러시아는 1억명이 넘는 인구로 유럽 국가 중 최대 시장 규모다. 여기에 14억 인구를 자랑하는 인도도 샤오미의 텃밭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 2분기 인도 점유율은 28.4%로 삼성(17.7%)을 앞섰다.
- 언팩도 타격: 업체들은 신제품을 출시할 때 '언팩' 행사를 한다. 하지만 삼성은 이마저도 견제받았다. 샤오미는 먼저 언팩을 통해 UDC가 탑재된 신제품 미믹스4를 공개하며 고춧가루를 뿌렸다. 삼성은 하루 늦은 언팩에서 UDC가 적용된 폴더블폰을 소개했지만 이미 스포트라이트는 흐려진 뒤였다.
이슈와 임팩트
갤럭시 천하는 옛말... 힘내는 삼성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은 삼성과 애플의 양강구도에서 샤오미까지 가세한 춘추전국 시대가 됐다. 4위와 5위가 모두 중국기업이라는 것도 신선하다.
시장 1위 지위가 흔들리는 만큼 삼성이 새로운 기술이나 가격전략을 내세울 수 있다. 이미 언팩을 통해 삼성은 폴더블폰에 전력투구하는 모습을 내비쳤다. 새 판을 짜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 자리서 강화된 보안성능을 자랑한 것도 화웨이를 의식한 언급으로 읽힌다. 그만큼 삼성으로서는 위기감이 크다.
접는 건 자신 있어: 폴더블폰이 대세가 되면 삼성은 1등 지위를 공고히 할 수 있다. 애플은 아직 경쟁에 뛰어들지 않았고, 샤오미는 성장하곤 있어도 '접는' 기술은 삼성이 우위다. 또한 2분기는 반도체 수급 난항으로 공급이 원활치 못했다는 해석이라 의외로 쉽게 격차를 벌릴 가능성도 있다.
샤오미 거대기업 되나
샤오미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가성비가 좋다는 게 브랜드 이미지의 핵심이었다. 하지만 삼성의 대항마로 떠오를 정도로 세가 커졌고 기술력도 인정받았다. 스마트폰의 약진을 바탕으로 기존 샤오미를 먹여 살렸던 생활가전 분야에서 더 두각을 나타낼 수도 있다. 늘어난 매출이 연구개발에 투입되고, 개선된 기술로 더 많은 소비자를 얻는 선순환이다.
한국 사람은 그래도 삼성?: LG전자가 시장에서 철수한 현재, 한국에서 LG의 빈자리를 샤오미가 채울 거란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가능성은 크지 않다. 아직까지 우리나라 소비자에게 '메이드인 차이나' 딱지는 부정적이다. 또 반중 정서도 큰 터라 마음의 벽을 넘어야 한다. 단, 알뜰폰 시장이 성장한다는 점에서는 샤오미에도 희망이 있다.
요동치는 스마트폰 생태계, 건전한 경쟁
기술의 집약체인 스마트폰은 보통 교체 사이클을 2년으로 본다. 하루가 다르게 바뀌는 시장 변화에 맞춰 새로운 기술을 내놓아야 한다. 무엇보다 절대강자가 없다는 점은 소비자 입장에서 반갑다. 업체들은 서로 경쟁하며 신선한 기술을 선보이고, 혜택은 소비자에게 돌아간다.
오포, 비보도 영차영차: 오포와 비보 모두 샤오미와 비슷한 가격의 중저가 스마트폰을 판다. 화웨이의 자리를 채웠던 것처럼 이들이 샤오미의 자리를 뺏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시장 점유율이 다시 개편되는 리밸런싱이 이뤄질 수 있다는 뜻이다.
- 리밸런싱: 어떤 제품의 시장 점유율 하락이 있으면 그 낮아진 점유율을 다른 기업이 차지하기 마련이다. 이 과정에서 파이를 뺏고 뺏기는 리밸런싱을 통해 시장이 개편된다.
똑똑! LG의 스마트폰 사업 철수 이야기는 똑똑 뉴스에서 더 자세히 볼 수 있어요.
스탯
걱정거리
이해관계자 분석
샤오미: 더는 '찻잔 속의 태풍'으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세계 2위는 아무나 하나. 우리 언팩에서 "3년 안에 1위를 차지하겠다"고 한 건 허세가 아니다. 한국 시장에는 30만원대 스마트폰을 출시하기로 했다. LG가 스마트폰 사업을 철수한 것도 우리에겐 기회다.
삼성: 우리로서는 큰 행사인 언팩에 샤오미가 재를 뿌렸다. 거슬리지만 경쟁자임을 인정해야 한다. 하이엔드 모델은 애플, 중저가는 샤오미랑 경쟁해야 해 샌드위치 신세가 된 것 같지만 기술 수준은 우리가 앞선다. 몇십 년간 쌓은 브랜드 인지도인데 이렇게 밀릴 순 없다.
애플: 우리만의 운영체제 iOS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 일본도 그래서 우리를 좋아하는 걸 테다. 그렇다고 안주할 수만은 없다. 폴더블폰 개발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 본래 혁신은 우리의 정체성 아니었나.
소비자: 선택의 범위가 넓어지니 우리 입장에서는 경쟁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샤오미는 생활가전만 써봤는데 그렇게 기술력이 좋아진 건가? 혹시 샤오미도 백도어를 심어놓지는 않았겠지. 이번에 나온 삼성 폴더블폰 신제품도 매력적이다. 곧 휴대폰을 바꿔야 하는데 행복한 고민이네.
진실의 방: 팩트 체크
샤오미의 약진은 화웨이의 추락과 뗄 수 없다. 미국이 화웨이를 옥죈 건 전임 트럼프 대통령 시절이다. 보안을 다투는 백도어 이슈가 있긴 했지만 진짜 속내는 따로 있을지 모른다. 이른바 '기술 굴기'를 내세우는 중국에 대한 견제 심리가 깔렸다는 것.
화웨이는 스마트폰뿐 아니라 통신장비까지 만드는 회사다. 문제는 통신이 생각보다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데 있다. 통신장비는 기술이 핵심이다. 한 번 쓰면 유지보수를 위해 쓰던 제품을 계속 쓰게 된다. 화웨이가 세계 통신시장을 장악하면 미국이 타격을 입는 구조다.
현재는 4G(LTE)에서 5G로 통신 표준이 넘어가는 상황. 화웨이에 미국 기업이 밀리면 향후 10년은 중국에 끌려다닐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싹텄다. 통신 주권을 뺏기면 경제 주도권마저 중국에 내줄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 보안을 빌미로 페널티를 먹였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말말말
일기예보
타임머신: 과거 사례
샤오미의 역사는 10년 남짓이다. 2010년대 시작과 함께 샤오미의 발걸음이 시작됐다. 창립자인 레이 쥔은 IT 투자 사업가 출신이다. 회사 이름은 '좁쌀'이란 뜻이다. 창업 멤버들과 함께 좁쌀죽을 먹으며 꿈을 키운 데서 유래했다. 초창기 샤오미는 '애플 바라기'라는 비아냥을 들었다. CEO 레이 쥔이 스티브 잡스의 프레젠테이션 패션을 따라 하고, 제품 디자인이나 인터페이스도 애플과 비슷해서였다.
그냥 따라쟁이 정도만이었다면 그저 그런 기업으로 남았을 테다. 솔솔 '대륙의 실수'라는 말이 흘러나왔다. 가성비를 앞세우며 품질과 합리적 가격의 균형을 잡았다. 레이 쥔은 마진을 5% 이하로 낮추겠다고 공언해왔다. 이를 넘는 마진은 품질 개선에 쏟겠다는 의지였다. 중국산의 편견을 깨는 훌륭한 품질은 샤오미의 팬층을 의미하는 '미펀'(米紛)이라는 말까지 만들었고, 이제는 삼성을 맹추격하는 지위까지 올라섰다.
먼나라 이웃나라: 해외 사례
일본의 애플 사랑… 절반이 사용
일본은 애플의 점유율이 절반을 넘는다. 스탯카운터 조사 결과 4월 기준으로 66%가 애플을 썼다. 2위 소니가 8.9%였고 삼성은 6%로 등수는 3위였지만 애플과는 10배 차이가 났다. 그야말로 '애플 천하'다.
이는 고가 스마트폰에 대한 거부감이 없는 일본 정서와 무관치 않다. 샤프나 소니 등 자국 브랜드에 대한 애착도 강하다. 또한 과거사 논란이나 무역 갈등으로 반한(反韓) 감정도 작용한다는 분석이라 삼성에게는 어려운 시장으로 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