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9월에 시작된 호주 산불은 극심한 더위와 건조한 대기로 몇 달째 지속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110만 헥타르 이상의 대지가 불에 탔는데, 이는 서울의 18배에 달하는 면적입니다. 이 과정에서 최소 26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하고 2,300여 채의 가옥이 소실되었으며, 호주 전체 고용률의 5%를 차지하는 관광 산업도 상당한 피해를 볼 것으로 예상됩니다. 산불은 호주에 서식하는 다양한 동∙식물을 비롯한 생태계 전반에도 큰 손해를 끼치고 있습니다. 최소 10억 마리 이상의 동물이 질식사했거나 산채로 불에 타 죽었고, 코알라 등 몇몇 동물 종은 서식지 파괴로 인해 멸종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이번 똑똑 브리프는 이례적인 규모의 호주 산불과 기후 변화의 관련성을 점검하고, 지구 온난화 현상에 대해 다루고자 합니다.
아프리카 대륙과 호주 대륙은 인도양을 사이에 두고 있습니다. 인도양 서부가 동부보다 따뜻하면 아프리카에는 비가 많이 내리고 호주에는 비가 적게 내리며, 반대의 경우에는 아프리카와 호주의 강수량이 뒤바뀝니다. 많은 기상학자는 이번 호주 산불의 원인으로 이 온도 차가 심해지는 현상인 ‘인도양 쌍극화 현상(Indian Ocean Dipole)’을 지목합니다. 지금껏 인도양 서부와 동부의 온도 차는 섭씨 1도를 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기후 변화의 여파로 작년 10월 인도양 서부가 동부보다 섭씨 2도 이상 따뜻한 이상기온이 발생했습니다. 이 유례없는 해수면 온도 차로 인해 아프리카에는 전례 없는 폭우와 홍수가, 호주에는 폭염과 가뭄이 지속했습니다. 실제로 2019년 호주의 평균 기온은 1910년 이후 가장 높았으며, 산불 직전까지 호주에는 역사상 가장 덥고 건조한 날씨가 지속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호주의 2019년 강수량은 1900년 이후 최저치로 평균보다 40% 낮았습니다.
최근에 호주 일부 지역에 비가 내렸지만, 산불 사태가 해결될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Economist에 따르면, 미국의 서부 해안, 지중해, 남아프리카 등 호주와 비슷한 기후 환경을 가진 지역은 항시 호주 산불과 유사한 위험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불과 2년 전인 2018년에도 미국 서부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한 산불은 85명의 사망자와 함께 4조 원 규모의 경제적 피해를 입혔습니다.
호주의 경제가 지하자원, 특히 석탄의 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산불 이후에도 호주 정부가 기후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할지는 미지수입니다. 하지만 이번 산불은 적지 않은 호주 시민들과 전 세계 사람들에게 지구 온난화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