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대표 음식 배달 앱인 배달의 민족이 한바탕 홍역을 치렀습니다. 배달의 민족은 기존 월정액 방식의 서비스를 건당 받는 정률제로 변경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배달의 민족을 이용하던 다수의 사업자들과 일부 정치권에서는 영세 기업을 착취하는 대기업이라고 하며 정책 변경을 강력하게 비난했습니다.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의 김봉진 의장과 김범준 대표는 공동명의로 공식 사과문과 함께 오픈 서비스체계를 전면 백지화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시민의 승리라고 자축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정부의 시장 침해 및 지나친 간섭이라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배달의 민족은 국민의 사랑을 10년 째 받으며 초고속으로 성장한 유니콘 기업입니다. 대한민국의 배달 문화를 바꾼 공로를 부정하는 이들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많은 사랑을 받은만큼 기업의 책임과 의무의 관점에서 배민에 대한 국민의 기대는 늘 높았습니다. 이번 가격 정책 변경을 둘러싼 여론 및 언론은 부정적인 시각과 비판이 오가고 있지만 이번 사태의 핵심을 조금 더 깊숙이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 똑똑은 본 이슈의 핵심 쟁점을 다뤄 볼 예정입니다.
배달의 민족의 가격 정책 변경 이유는 작년 말에 불거진 깃발 꽂기 논란에 따른 대응과 정액제를 잠정적으로 폐지하고 싶어하는 내부적인 이유라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배민은 당시 울트라 광고의 문제점을 제시한 업주의 의견을 수렴하고 대안책을 약속하고 이를 4개월 넘게 준비하고 발표했습니다.
문제는 코로나 사태로 전국민이 힘든 시기를 겪는 와중에 총선까지 앞두고 있어 정치권의 공격까지 겹쳐 결국 정책 백지화 선언에 이어 2차 사과문까지 발표했습니다.
언론에서는 연일 음식 주문액의 5.8%를 수수료로 내는 새로운 요금제(정율제)를 시작했다고 보도를 하지만 이는 엄밀히 말하면 사실이 아닙니다. 새롭게 시작한 정책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배달의 민족은 그동안 오픈 리스트 제도를 운영하고 있었으며 현재 시행한 정책과 다른 점은 아래와 같습니다.
깃발 꽂기는 기존 울트라 콜 광고를 활용한 업주들의 광고 남용 정책으로 볼 수 있습니다. 자금 여유가 있는 음식점이 실제 주소와 다르게 주변 아파트 단지 근처 주소를 아무 곳이나 멋대로 지정해 다수의 울트라 콜 광고를 등록하는 것이다. 같은 음식점으로 도배된 배민 앱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는데 이런 부분은 영세 업주와 대형 업주와의 갈등으로 이어졌습니다.
매출이 높고 지점도 많은 사장님은 배민 광고 효과를 최대화하기 위해 그동안 많은 수의 울트라 광고를 활용하며 이득을 많이 챙겼습니다. 주소만 변경하면 등록 제한이 실질적으로 없었기 때문에 거주 지역 근처에 무작위로 깃발을 꽂으며 경쟁을 이끌어 왔습니다.
이번 사태에서 울트라 콜이 사라지기 때문에 배민을 사용하는 업주들이 많이 화가 난다고 하지만 막상 작년 말에는 대형 업소의 울트라 콜 남용 사례를 언급하며 배민에게 깃발 꽂기에 대한 대책 마련을 해달라고 강력히 비판했던 입장을 소형 음식점주 다수가 요청을 했습니다.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작년 말부터 배민 측은 새로운 요금제에 대한 준비를 약속하고 6개월이 지난 현시점에 발표를 한 것입니다.
돈이 없어 경쟁을 못하는 사장님도 있지만 더 큰 문제는 새로 음식 사업을 시작하거나 기존 경쟁 구조에서 살아남기 위해 소형 음식점들도 대형 음식점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과다한 지출을 시도하고 있는 문제입니다. 결국 광고비를 효과적으로 집행하기 보다는 깃발 꽂기 전쟁에 참여하며 출혈을 어쩔 수 없이 참으며 운영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정액제 울트라 콜의 존재는 서비스 이용의 불편함을 가져왔습니다. 소비자는 배민 앱에 비슷한 업체를 계속 반복하게 보게 되는 현상을 겪어야 하며 이를 개선해 달라는 요구도 굉장히 많았습니다. 최소한의 스크롤로 최대한의 옵션을 제공받기를 원하는 입장에서 기존 울트라 콜 광고 체계가 서비스 측면에서 좋다고 평가받지 못했습니다.
간단하게 보면 영세 사업자 및 신규 입점을 노리는 사장님에게는 깃발 꽂기 현상은 배달 앱 사용에 큰 진입 장벽이며 향후 과열 경쟁을 유발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매출이 높은 사장님에게 유리했던 제도를 폐지하려고 했던 배달의 민족의 잠정적인 의도가 있지 않았을까요?
세부 기사: [조선일보] 작은 음식점 울리는 배민의 '깃발 꽂기'
언론 및 여론에서 언급하는 정액제 폐지 주장은 오픈 리스트 업소를 제한 없이 소개할 경우 기존 울트라 콜이 여전히 존재해도 너무 하단으로 밀리게 되어 실질적인 폐지로 이어진다는 불만입니다. 이는 울트라 콜의 효과 감소 및 사용자 감소로 이어질 것입니다. 페이지에서 50~60위에 노출이 되기 위해 비용을 지불할 사람들은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기존 깃발 꽂기 문제를 해결할 대안이며 오픈 리스트 순서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며 조금 더 사용자 및 소비자에게 공정하고 효과적인 서비스 제시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광고비가 인상될 업주도 분명 존재하겠지만 감소하는 업주도 존재할 것이고 돈의 양보다는 주문 취소 비율 및 소비자 평가에 따른 배치 방식을 채택하며 서비스 기능 강화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기존 울트라 콜 광고를 다수 구매할 동기가 사라졌기 때문에 오픈 리스트 광고에만 의존하는 체계를 반기지는 못할 것입니다. 매출이 높을수록 5.8%의 수수료가 건당 청구되기 때문에 만약 기존에 울트라 콜에 지불한 금액보다 높을 경우 당연히 손실로 여기고 반대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2000만 원의 매출을 올린 음식점은 판매의 5.8%인 116만 원 수수료를 배민에게 지급해야 합니다.
기존에 울트라 콜 광고 10개를 구입해 88만 원을 지급했다면 28만 가량 높은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울트라 콜 광고 10개를 구입하는 방식이 공정 경쟁에 바람직한 요소이며 소비자의 관점에서 좋은 현상인지 눈여겨봐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매출 규모가 작은 사장님 입장에서는 광고 경쟁에서의 진입장벽이 다소 낮아지며 광고비 할당에 있어 예측성이 더욱 강화됩니다.기존에는 무리해서 울트라 콜 광고를 많이 신청해도 실질 판매로 이어지지 않았다면 손해가 더욱 클 수 있는 요소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는 것입니다.
만약 신규 사업자 또는 영세 사업자가 무리해서 20개의 울트라 콜 광고를 개당 8만 8천원을 적용해 172만원을 지불했다고 가정 해봅시다. 실제 매출이 월 1000만원 수준이라면 광고비를 17.2%로 사용했다고 볼수 있는데 이는 배민에서 제시한 5.8% 또는 변경 이전 수수료인 6.8%보다 훨씬 부담스러운 광고비 사용의 예시입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오픈 리스트에 올라온 가게들이 중복 없이 노출되기 때문에 인터페이스 사용에 편리함을 느낄 것입니다. 사장님이 광고비 집행 역량이 아닌 실제 사용자의 리뷰 및 피드백에 따라 좋은 음식이 광고 순위에 오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배달의 민족을 '배신의 민족'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의 주장은 간단합니다.
배달의 민족은 자신의 독과점 지위를 활용해 소비자와 영세 업자에게 해가 되고 자신의 수익은 올릴 수 있는 과금 방식으로 바꾸었다는 것입니다.
현재 국내 배달앱 시장은 독일 Delivery Hero(DH)라는 기업이 2019년 11월 기준 국내 1, 2, 3위 배달 앱 업체를 모두 인수하게 되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현재 업계 2위 요기요와 1위인 배달의 민족의 기업결합 관련 신고서를 접수 받고 현재 심사중에 있습니다. 통과가 될 경우 국내 음식 배달 시장의 90%에 근접한 점유율을 가지게 됩니다.
2019년 기록한 적자가 크게 적용하며 결국 수익 전환을 위한 발판으로 정책 변경을 삼았다고 하는 주장이 있습니다. 정률제의 기본 원리인 매출에 따른 할당 수수료 지급이 주는 혜택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사용자가 많은 환경에서는 정액제보다 수익성이 좋은 제도입니다. 예를 들어 넷플리스에 있는 콘텐츠를 월별 정액제가 아닌 개별 콘텐츠 이용으로 받는다고 가정해 봅시다. 만약 시장의 사용자가 많아 개별 콘텐츠 시청이 많을 경우 회사에 오는 이익이 많습니다. 다만 사용자의 숫자가 줄어들어 배민 이용 고객이 줄어들거나 없어질 경우에는 정액제보다 안 좋은 결과로 이어집니다.
결국 배민은 4월 14일 배민 사장님 광장에 오픈 서비스 백지화 계획 및 향후 계획을 발표하며 4월 1일 이전의 방침으로 돌리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결국 해결하고자 했던 깃발 꽂기 문제는 해소가 안되고 소형 업주는 지속적인 피해를 받을 것으로 예상이 됩니다. 4월 도입한 오픈 서비스는 사라지고 기존의 오픈 리스트와 함께 울트라 콜 제도의 원상복귀로 인해 정책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것이지 새로운 대안이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배달의 민족은 소비자와 음식점 사장님 전체에게 더 좋은 서비스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개편을 결심했다고 합니다. 위에 언급 한대로 가격 정책 변경에는 6개월 전 울트라 콜의 광고 과열 경쟁을 강력히 비판한 많은 업주의 피드백을 토대로 착수한 결과이기도 합니다.
독점이라고 하면 통상적인 업계에서 제공하는 비용을 독점 위치를 활용해 폭리를 취할 경우 비판을 받습니다. 그러나 배달의 민족의 수수료 체계를 바꿨다고 하더라도 타 업체에 비해서 여전히 월등히 저렴합니다. 배달의 민족 수수료는 카드 수수료를 더하더라도 8.8%에 지나지 않습니다. 반면에 국내 2위 배달앱 요기요는 수수료를 빼도 12.5%에 육박합니다.
또한 배달 업체에 배달 직원을 보내주는 서비스도 배달의 민족은 16.5%인데 반해, 다른 유사 서비스를 살펴보면 20%가 넘는 기업이 대다수입니다.
해외 주요 배달 업체의 비즈니스 모델과 직접 비교하기에는 조금 어려움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우버에서 운영하고 있는 우버 이츠 같은 경우는 라이더 체계를 함께 패키지화시켜 20%가 넘는 수수료를 받고 있는 게 지배적입니다.
한국에서 서비스를 시행했던 우버 이츠는 25%의 수수료를 받았고 현재 운영하고 있는 쿠팡 이츠는 수수료의 비율은 20%입니다.
배달의 민족은 그동안 상생을 강조하며 영세업자 및 업주를 위한 다양한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아래와 같은 부분을 실천하는 타 경쟁사는 존재하고 있지 않으며 그동안 수수료 장사를 넘어 업계 변화 및 혁신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었습니다.
배달의 민족의 존재는 서비스를 사용하는 사업자에게는 분명 긍정적인 효과를 미치는 것이 확실합니다. 10년간 배달 문화의 변화를 부정하는 이들은 많지 않습니다. 문제는 배달의 민족이 많은 매출액에 비해 영업이익은 크지 않다는 데에 있습니다. 매일 경제에 따르면, 2016년 25억 흑자, 2017년 217억 흑자 2018년 525억 흑자를 기록했지만, 2019년 364억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따라서 배달의 민족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적자 기업이 흑자로 전환하기 위해 요금 체계를 변화한 것은 문제가 아니라고 합니다.
우아한 형제들이 요금제 변환에 실패해 흑자 기업으로 돌아서지 못한다면, 소비자뿐만 아니라 사업자도 피해를 볼 것이기 때문에, 이번 우아한 형제들이 과금 변화 계획 철회는 우리에게 손해라고 하고 있습니다.
배달의 형제 언론을 조명을 받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사태를 해결할 방법으로 공공 배달 앱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공공 배달 앱은 사업자에게 수수료를 과금하지 않고, 배달 앱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수수료 부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공공기관이 배달의 민족과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질 좋은 앱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에 의구심을 표하고 있습니다.
민간 배달 앱은 소비자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하여, 앱에 등록한 사업자의 경쟁을 유발합니다. 민간 배달 앱에서는 소비자의 입장만 고려하면 되기 때문에, 빠른 배달, 그리고 쿠폰 정책을 시행하면서 가격을 낮추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 이유는 민간 배달 앱의 설립 목적은 수익 실현입니다. 하지만 공공 배달 앱은 소비자 우선 정책보다는 사업자 우선 정책으로 선회할 우려가 있습니다. 이는 타다 금지법을 통해 볼 수 있듯이 정치계는 사용자의 피드백보다는 전체적인 택시 업계의 손을 들어준 이유도 이와 같습니다. 정치인이 공공 배달 앱의 실현 목적은 수익보다는 사회 안정 또는 직접적인 표심 영향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공공 배달 앱은 늦은 배달에 대해 불이익을 줄 수도 없고 무조건적인 가격 인하 경쟁도 시킬 수 없습니다. 따라서 낮은 서비스에 대한 불만으로 소비자를 유지하기 힘들 것이고 그 결과 사업자 또한 수수료를 내야 하지만 더 많은 소비자들이 존재하는 민간 배달 앱을 선호할 것입니다.
사람들은 소비자 친화적인 앱을 선호합니다. 사실 배달앱은 사람들이 얼마나 쉽게 이용할 수 있는가?라는 것이 가장 큰 경쟁력이 됩니다. 민간 배달앱의 성공은 창업자에게 큰 보상으로 다가옵니다. 따라서, 민간 개발 앱은 자신들이 경쟁력을 가지기 위하여, 계속적인 유지 보수 혹은 새로운 UI실험 등을 위하여 끊임없이 노력합니다.
하지만 공공 배달 앱은 다릅니다. 공공 배달 앱 개발에 참여하는 외주 업체 또는 공무원은 사업 참여에 생기는 수익이 본인에게 직접적으로 발생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이들에게는 지속적인 유지 보수와 개발의 인센티브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또한 공공 배달 앱을 개발하는 개발자에 지불할 수 있는 인건비도 제한되어 있고, 개발자 또한 단순 개발 이외의 동기가 없기 때문에, 민간 배달 앱과의 시장 경쟁에서 이길 수가 없습니다.
플랫폼 경제는 대표적인 규모의 경제입니다. 소비자와 사업자의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소비자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이는 경쟁력으로 이어집니다. 소비자가 많다면, 더 많은 사업자가 그 앱을 이용하려고 할 것이고, 이는 소비자가 더 많은 선택을 동일 앱에서 할 수 있음을 뜻합니다. 이를 메칼프의 법칙이라고 합니다. 유명 경제학자인 폴 크루그먼에 따르면, 네트워크의 크기가 작으면 네트워크의 의미는 없지만 특정한 수준을 지나간다면, 네트워크가 주는 이득은 숫자의 제곱으로 늘어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새로 시작하는 공공앱은 민간 앱의 네트워크를 이길 수 없고 이는 경쟁에서 지게 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를 증명하듯이 대한민국에는 많은 실패한 공공앱이 존재합니다. 전북 군산시 배달의 명수, 광진구의 광진 나루미, 서울시의 지브로와 S택시 그리고 제로 페이 등은 실패한 공공앱으로 평가됩니다. 비즈 한국에 따르면 지자체 공공앱 64%는 사용자가 외면하여 개선 폐지 공고를 받았다고 합니다.
이 싸움의 승자는 결국 자금력이 있는 대형 업주라고 판단이 됩니다. 배민은 결국 원래의 가격 정책을 유지하는 방식을 선택했고, 대형 업주는 5월 1일부터 울트라 콜 광고를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결국 가장 큰 피해자는 소형 업주와 소비자라고 볼수 있습니다. 대형 업주와의 지속적인 광고 전쟁을 이어나갈 사장님들과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반복되는 업소를 넘기는 소비자의 불만은 여전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