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 및 가족을 둘러싼 기득권층의 비교과 활동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국민의 심기가 불편해졌고, 현재 정부는 이를 위한 해결책으로 자사고 및 외고 폐지 카드를 다시 한번 꺼내 들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정부의 공약 달성을 위해 자사고 및 외고 폐지 정책에 지속적으로 힘을 주고 있었습니다. 지난해 자사고 지정 취소로 많은 비판을 받았지만 결국 교육부를 통해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을 개정하고 폐지 절차 돌입을 선포하며 교육계가 또다시 시끄럽습니다.
이대로 진행된다면, 자율형 사립고(자사고), 외국어고(외고), 국제고는 5년 후인 2025년 모두 일반고로 일괄 전환될 예정입니다. 이에, 한만위 전국 자사고·외고·국제고 교장연합회장(민족사관고등학교 교장)을 포함해 교육계와 시민단체는 크게 반발하고 있으며 정부가 시행령을 개정한다면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교육 개혁 과제에 있어 교육의 핵심 가치 3가지(자유,공정,선진)가 자주 나오며 이를 근거로 많은 논쟁이 발생합니다. 자유와 평등처럼 편중된 가치 실현 보다는 적절한 균형이 좋은 교육 정책을 향한 바른 걸음이라고 생각을 하며 이를 토대로 현 교육 실태를 살펴보겠습니다.
자사고 및 외고 폐지의 입장에서 현재 일반고 학생은 특목고 학생과 비교 시 공정성의 원칙에 따라 ‘기회의 평등’ 및 ‘조건의 균등’ 관점에서 공정한 경쟁을 하지 못한다는 입장이 있습니다.
자사고와 외고의 등록금을 일반고와 비교해보면 굉장한 차이가 있습니다. 2019년 교육부에서 집계된 통계를 보면 자사고 학비는 연간 평균 886만 원이고 가장 비싼 민사고는 2,671만 원을 받는 것으로 확인 되었습니다. 반면에 일반고 학비는 279만 원으로 평균 자사고 등록금보다 4분의 1가량 저렴합니다. 최고로 비싼 학교의 등록금과 일반고의 평균을 비교해보면 10배 이상의 차이가 나기 때문에 가정의 재정적인 상황이 좋은 교육을 가로막는 현상으로 이어진다는 뜻입니다.
자사고와 외고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큰 비용이 발생합니다. 자사고와 외고 진학을 위해 내신, 면접과 자기소개서를 준비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사교육비 격차가 발생합니다. 교육 비영리단체인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사교육 실태 조사에서 자사고 입시를 준비하는 중3 학생의 43%는 월평균 100만원 이상 사교육비를 지출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런 현상은 금전적으로 여유 있는 가정의 학생들이 입학에 더 유리하며, 계층이 고착화 될 것이라는 우려를 초래합니다.
민주주의는 계층 간의 이동을 중요시합니다. 모든 사람이 동일한 교육으로 같은 결과를 낼 수는 없고 결국에는 서열화 된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각자 열심히 공부합니다. 그러나 노력의 결과에 따른 차등이 아닌 특정 학생 및 가족의 재산과 사회적 지위에 따라 제도가 작동한다면 문제가 있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균등한 기회를 토대로 계층 간의 이동이 원활해야 성숙하고 발전적인 민주주의를 유지할 수 있다고 보는 게 폐지론자들의 핵심 주장이며 현 정부의 기조와 맞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자사고와 외고의 폐지를 반대하는 사람은 공정성에 대한 다른 해석을 제시하고 있으며 교육의 효율성 및 자유를 주장합니다. 교육의 자유는 학생의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집니다. 또한, 교육이 발전하려면 다양성 및 전문성을 강조한 커리큘럼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공정성도 중요하지만, 교육의 선진화에 중점을 둔다면, 대다수 학생을 일반고에 편입시킬 경우 교육의 하향 평준화가 우려됩니다. 자사고와 외고를 폐지한다고 일반고가 갑자기 좋아지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공부 잘하는 학생이 일반고에 들어와도 학교의 제도 및 교직원의 역량에 변화가 생기지 않습니다. 자사고와 외고 폐지를 반대하는 학부모 및 교육 단체는 차라리 현행 제도를 유지하고 사회적 배려 대상자 및 장학금 제도를 확대해 공부를 잘하지만 재정적인 여유가 없는 학생에게 교육의 기회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결국에는 일반고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대책도 없이 특목고의 교육을 제한할 경우 우수한 학생들은 한국을 떠나거나 사교육에 더욱 더 의존하는 현상이 발생할 우려가 있습니다.
일부 자사고 및 국제고에 진학하는 학생은 해외 대학 진학을 목표로 두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해외 대학 진학에 필요한 교육과정을 제공하기 때문에 다른 국가에서 지원하는 학생과 동일한 조건 아래 경쟁하고 진학 목표를 달성할 수 있습니다. 만약 이런 교육 선택권이 없다면 일반고에서 제공하는 국내 교육과정과 더불어 SAT또는 IB와 같은 추가적인 교과과정 이수에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해야 합니다.
공부를 잘한다는 것에는 여러 요소가 반영되고, 이에 대한 사람들의 시각도 때로는 엇갈립니다. 돈을 많이 지불해서 공부한 친구는 사교육 시장과 함께 비판의 대상이 되지만, 개인의 노력으로 힘들게 공부한 학생은 동경과 존경을 받기도 합니다. 이에 대한 기준은 매우 모호합니다. 부모의 도움 없이 열심히 노력해서 공부한 친구들은 계속해서 좋은 환경 아래 교육 받기를 희망하고 경쟁 하기를 원합니다. 그러나 고등학교까지는 ‘공정성’을 전제로 일반화시키고 가장 중요한 대학 입시에는 결국 서열화 된 대학을 점수에 맞춰 지원하게 한다면 이는 개인이 아닌 제도의 문제점으로 인식할 수 있습니다. 대치동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자사고 및 외고 폐지를 가장 반기는 곳이 대치동이라고 합니다. 전국으로 분산되어 교육을 받던 우수 학생들이 결국 강남8학군으로 돌아와 해당 지역의 학교 경쟁력만 키울 것이라고 전망하기 때문입니다. 이 현상은 부동산 추세에도 확연히 드러납니다. 정부의 각종 부동산 관련 정책에도 불구하고, 교육 정책 발표 이후 매매 및 전세 문의가 가장 많은 지역이 대치동을 포함한 강남 지역이라는게 이를 방증합니다.
현재까지의 여론은 자사고 폐지 찬성이 많습니다. 2019년 7월 리얼미터에서 실시한 자사고 폐지 설문조사에서 찬성한다는 응답은 51%, 반대는 37.4%로, 모름·무응답은 11.6%의 결과가 집계되었습니다. 국민의 여론도 중요하지만, 교육 전문가들은 본 정책이 대한민국 교육에 가져올 장단점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자사고와 외고의 폐지는 쉬운 문제가 아니며, 많은 사람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습니다. 또한, 교육이란 국민 개 개인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미래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합니다. 똑똑 브리프에서 다룬 자사고와 외고 폐지 문제는 딥똑에서 더 깊게 다루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