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전 세계적으로 약 13억 톤의 식량이 낭비되고 있으며, 이는 인간이 소비하기 위해 생산되는 모든 음식의 3분의 1 수준이다. 이렇게 버려지는 음식의 값어치는 2조 6천억 달러(약 2880조 원)에 이르며, 이는 지구상에서 굶주리는 815백만 명의 사람들에게 1년 치 식량을 4번씩 주고도 남는 양이다. 이렇게 버려지는 음식물의 대부분은 전혀 상하지 않았으며 즉각 섭취가 가능한 경우가 많다. 생각하면 할수록 기가 막힌 수치다.
우리가 음식물을 버릴 때 낭비되는 것은 식량만이 아니다. 농장에서 식탁으로 먹을거리를 가져오는 데 필요한 모든 자원을 고려하면, 우리가 멍든 사과 하나를 버릴 때 낭비되는 것은 그 과일을 키우는데 필요했던 물, 토지, 연료도 포함하는 것이다.
그런데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것은 기후 변화에 대처하면서 지속 가능한 미래를 그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일이다.
음식물 쓰레기의 역사는 세계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식량 공급망이 넓어지면서 우리는 일년 내내 세계 어디에서든지 인도에서 재배되는 망고와 미국의 사과와 호주의 소고기를 섭취할 수 있다. 그런데 농장에서 식탁으로 가는 여정이 길어지고 유통 단계가 많아지면서 음식이 손실되거나 낭비되는 경우가 많아졌다. 특히 과일, 야채, 유제품 및 육류와 같은 신선 제품이 취약하다.
이렇게 유통 과정에서 음식물 쓰레기가 발생하는 것은 주로 냉장 유통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저소득국가에서 일어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버려지는 식량은 전체 음식물 쓰레기의 30% 조차 되지 않는다.
우리는 정말로 필요해서 음식을 사기보다는, 원하는 것을 원하는 시간에 먹을 수 있는 선택권을 위해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과 유럽의 소비자는 평균적으로 마트에서 사오는 식료품의 약 4분의 1 이상을 버린다. 한국은 이보다도 많은 수준으로, 1인당 매년 평균 130kg의 음식물 쓰레기를 배출한다. 경제 성장과 기술 발전으로 풍요로운 삶을 누리게 된 반면, 과잉 생산과 과잉 소비로 엄청난 수준의 자원을 낭비하게 된 것이다.
슈퍼마켓은 생김새가 "완벽"하지 않은 농산물의 재고를 아예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물론 소비자 행동 패턴에 근거한 선택이지만, 정부 지침에 영향을 받기도 한다.
예를 들어 한국의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은 크기, 모양, 질감, 숙성도와 같은 기준에 따라 과일과 채소에 등급을 할당한다. 소매 업체는 이러한 등급을 사용할 의무는 없지만, "고급 농산물"만 판다는 취지로 등급제를 이용해 과일과 채소를 분류하는 경우도 있다. 결국 품질과 별 상관없는 모양이나 크기와 같은 임의의 기준으로 낮은 등급을 받은 농산물이, 소비자에게 도달하기도 이전에 버려지게 되는 것이다.
소비자는 진열대에 혼자 덩그러니 남아있는 물건을 보면, 구매를 꺼린다. '뭔가 문제가 있어서 저렇게 그대로 남아있는 것 아닐까'하는 심리다. 그래서 소매 업체는 실제로 판매되는 양보다 많은 물건을 미리 구비하는 것이다. 그러나 식료품은 유통 기한에 도달하면 처분해야 하기 때문에, 많은 양의 농산물과 신선 제품이 진열대에 공간만 채우다가 그대로 버려진다.
유통기한, 판매기한, 소비기한 등의 날짜 표시를 잘못 해석해서 완벽하게 식용 가능한 식품을 소비자가 버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우유, 달걀, 치즈, 빵 등의 제품은 유통기한이 한참 지나도 보관만 제대로 한다면 훨씬 오랜 기간동안 안전하게 섭취할 수 있다. 유통기한은 소매 업체에서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기간을 정한 것으로, 이는 일반적으로 정부에서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제조업체가 임의로 설정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유럽의 연간 8800만 톤의 음식물 쓰레기 중 10%가 바로 날짜 표시를 잘못 이해해서 버리는 경우라는 연구 결과가 있을 정도다.
한국의 경우에는 어떨까.
우리나라에서는 하루 평균 약 15,900톤의 음식물 쓰레기가 발생한다. 이는 전체 생활폐기물 하루 발생량 5만3490톤의 30%를 차지한다. 음식물 쓰레기 매립이나 소각 같은 처리 비용으로만 1톤당 최소 15만원, 연간 8천억 원에서 1조 원 가량이 투입된다.
일단, 음식물 쓰레기에 대한 재활용과 처리는 세계적으로 각광 받을 수준으로 효율적인 편이다. 한국 정부는 2005년에 음식물 쓰레기를 그대로 매립하는 것을 금지했고, 2013년에는 음식물 쓰레기에서 짜낸 물을 바다에 버리는 것도 금지했다. 그리고 같은 해에 시작된 종량제 정책으로 음식물 쓰레기를 많이 배출한 사람이 처리 비용을 더 많이 부담하게 하는 '오염자 부담의 원칙'을 따르면서, 이전보다 음식물 쓰레기의 양이 10% 가량 줄었다. 오늘날 음식물 쓰레기의 무려 95%가 퇴비, 동물 사료, 메탄 가스, 또는 고체 연료로 재활용된다. 이는 1995년의 2% 수준보다 현저히 높은 비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풍부하고 다양한 식재료, 1인 가구의 증가, 그리고 생활 의식의 변화 등으로 인해 음식물 쓰레기는 해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으며, 매년 배출하는 음식물 쓰레기의 양은 1인당 130kg으로, 북미와 유럽 (95kg에서 115kg) 보다 많은 수준이다. 특히 반찬을 다양하게 늘어놓고 먹는 한국 고유의 식문화로 인해 낭비되는 음식의 양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전문가들은 음식물 쓰레기 자체를 줄이는 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한다. 다소 진부하고 원론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이는 모든 쓰레기에 해당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현재 정부의 음식물 쓰레기 정책은 배출량을 줄이는 것보다 배출된 음식물 쓰레기를 어떻게 처리하는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런데 최근 음식물 쓰레기 처리 시설 용량이 부족해지고 있으며, 아프리카돼지열병 등 감염병의 우려로 앞으로 사료로 재활용하기도 어려워질 전망이다. 그리고 음식물 쓰레기 재활용을 효과적으로 한다고 해서 환경에 가해지는 부정적 영향이나 재정적 부담은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것만이 근본적인 대책인 것이다.
“정부나 지자체에서 아무리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자고 말해도 말만으로는 줄어들지 않는다. 음식물 쓰레기 감량을 잘한 곳은 인센티브를, 못한 곳은 패널티를 주는 등 보다 실효적인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
긍정적인 시도는 있다. 서울 송파구에서 시작된 RFID기반 음식물쓰레기 관리시스템은 종량제 제도보다 한발 더 나아가 음식물 쓰레기의 무게에 따라 수수료를 지불하는 방식으로, 주민이 음식물 쓰레기의 총량을 줄일 인센티브를 더했다. 현재는 전국 158개 지자체에서 587만 가구를 대상으로 이 제도가 운영되고 있는데, 송파구에서만 6년간 음식물 쓰레기 4만7천톤을 줄이고 96억원의 처리비용을 아꼈다고 한다.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간단하다. 시장을 볼 때 꼭 필요한 것만 미리 숙지 해두고 구매하기. 정확히 먹을 양의 반찬만 덜어먹기. 유통기한과 소비기한을 정확하게 알아보고 식료품 사용하기. 음식점에서 남겨진 음식은 포장해 가지고 오는 것을 습관화하기.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것은 돈을 아끼면서 환경 친화적인 삶에 한발 다가서는데 어쩌면 가장 쉬운 방법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