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국제 공항 공사는 대한민국 취준생이 가장 선호하는 공기업이다. 매일경제에 따르면 선호도는 18.4%로 3년 연속 선호도 1위를 차지했다. 높은 연봉과 직업 안정성으로 공기업에 취직하고 싶은 취업 준비생은 갈수록 늘어가고 있다.
하지만 6월 21일 인천공항 공사는 “비정규직 9,785명 중 약 2,100여 명은 직고용, 그 외 약 7600여 명은 자회사로 고용할 것”이라고 발표했고, 이를 두고 취업 준비생 및 언론 사이에서 불공정한 처사라며 분노하고 있다.
인천공항 공사가 인기 있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거짓이다. 인천공항 공사는 알바생이 공사 정규직이 되는 것은 가짜 뉴스라고 발표했다. 보안 검색 요원은 전문직으로 채용되기 위해 2개월의 교육을 수료하고 국토교통부 인증 평가를 통과해야 채용이 가능하다.
또한 2017년 5월 이후의 채용은 공개 경쟁을 통해 진행한다. 정규직 보안 요원의 40%는 공개 경쟁 채용으로 일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이들은 서류전형 – 인성검사 – 필기전형 - 면접 통과의 채용 절차를 거쳐야 한다. 따라서 보안 검색 직원 사이에서도 대거 탈락자가 나올 수 있다. 실제로 한국공항공사는 소방대를 직접 고용하는 과정에서 지원자의 30%이상이 탈락했다.
거짓이다. 먼저 이번에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인원은 일반직과 구분되는 무기계약직의 형태로 일을 하고 있거나 자회사 소속의 직원이다. 이들의 정년은 보장되지만 급여나 수당이 일반직보다 낮아 '중규직'으로 분류된다. 인천 공항의 평균 연봉은 9천 1백만 원대, 이들의 평균연봉은 3천만 원 후반대이며 정규직의 40% 정도 받는다.
위의 두 가지 뉴스가 거짓이라고 해서, 인천국제공항의 계약직 정규직 전환 결정을 정당화 할수는 없다.
비 정규직 노동자의 사용은 IMF 외환위기 이후 지속적으로 늘었다. 비 정규직은 기업에게 고용의 자유를 보장하고 비용 절감으로 효율성을 높인다. 회사에서 제공하는 연금이나 고용 기간 같은 노동의 기본권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고용인에게는 불안정한 삶을 제공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5월 인천공항 방문 당시 ‘비정규직 제로(0)’를 선언했다. 그 이유는 인천공항공사의 높은 비 정규직 비율 때문이다. 전체 근무자가 1만 명이 넘는 반면 정규직 근로자는 1265명으로 12%에 불과하다. 이런 통계를 근거로 정부는 출범하면서 공공부문에 존재하는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
2019년 기준 인천공항공사는 세계 공항 순위 4위를 기록했다. 인천공항공사가 이런 업적을 얻기 위해 비정규직 인원의 노력도 크게 작용했다. 현 노동시장의 문제는, 정규직은 기업 성장의 열매를 같이 나누지만, 비정규직은 나누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따라서 일부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시키는 정책은 성장의 열매를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나누는 정책으로 볼수 있다.
정부는 전환되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기존 정규직 노동자와 동일·유사 업무를 담당할 경우 기존 임금 및 직급체계로 포괄하고 유사 업무가 없을 경우 별도의 직군을 신설하고 별도의 임금체계를 설계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은 청년들에 대한 역차별이라며, 정규직 전환 중단을 요구한 청와대 청원은 6월 28일 현재 256,000여 명이 동의했다. 이들이 내세우는 건 ‘공정성’이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거면 공개채용 절차를 진행하라는 것이다. 공개채용 없는 정규직 전환은 ‘로또취업’이며 특혜라고 주장한다.
이들의 논리는 단순하다. 누구나 자기가 노력한 만큼 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는 것이다. 보상이 높은 직장에 입사하기 위해 더 열심히 노력한게 아닌가? 노력한 만큼 차별적인 보상이 이루어지는 것은 완전히 정당하다고 주장한다.
결국 이들이 바라보는 불공정성은 ‘별다른 노력 없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혜택 때문이다.
문제는 우리는 공정한 사회에서 살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부의 배분이 불균형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공정한 경쟁은 존재할 수 없다. 과거 사법 고시를 10년 간 준비한 청년의 생활을 노력의 산물 및 인간 승리로 조명한 언론 기사가 있었다. 그러나 청년은 10년 간 가족의 지원 없이는 불가능한 환경에서 공부를 한 것이다. 만약 재정적인 지원이 불가능 했다면 과연 그는 이렇게 긴 시간을 공부에 투자할 수 있었을까?
한국의 공공부문 일자리 비율은 9% 정도이며 OECD 평균의 절반도 안된다. 청년이 선호하는 대기업 등을 포함해도 절대 다수라고 할 수 없다. 결국 더 많은 수의 청년 구직자는 고용 불안과 업무 환경이 좋지 못할 수 있는 조건에 경력을 시작할 수밖에 없다.
이 현상의 역설은 힘들게 통과한 소수는 보상을 얻어야 하는 논리가 성립되기 위해 통과하지 못한 다수의 방치된 삶은 괜찮다는 차별의 함정이 있다.
현재 인천 공항 청사는 1,400명의 정규직을 두고 있는데 1,900명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채용한다. 이는 현재 정규직 숫자를 뛰어넘는 규모이다. 회사는 정해진, 예산에 따라 운영된다. 1,900명의 새로운 정규직은 인천공항의 예산에 큰 규모를 차지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이들은 적은 봉급을 받기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정규직은 임기 보장, 연금 등으로 인천 공사에 큰 부담이 된다. 따라서, 인천공항 공사가 앞으로 획기적으로 높은 수익을 올리지 않는다면 당분간 큰 규모의 채용은 없을 것이다. 이는 분명 청년들에게 큰 피해를 준다.
현재는 새로운 비정규직이 무기한 계약직이 되어 적은 봉급을 받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1,900명의 새로운 정규직은 가장 큰 규모의 교섭 단체가 된다. 가장 큰 규모의 교섭 단체가 된다는 말은, 미래에 본인들이 가진 힘을 이용해 다른 직무의 고용자와 비슷한 수준의 대우를 요구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인천공항 공사는 공시생이 선호하는 1등 공기업이다. 그만큼 인천공항 공사는 일반직 채용에 있어 높은 스펙을 요구한다. 최소 토익은 970점 이상이 필요하고 오픽은 AL이 기본이다. 경쟁률도 높아, 직군 별로 다르지만, 보통 100대1이 넘는 경쟁을 뚫고 합격이 가능하다. 이처럼 등용문이 높은 기관을 대상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논란이 생길 수 밖에 없다.
비정규직 문제는 IMF 사태 이후에,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노동 문제 중 하나이다. 중요성과 더불어 정규직 전환 문제는 민감한 문제다. 겉보기에는 정의로워 보이지만, 막상 깊게 들여다보면 피해를 보는 부분도 분명히 존재한다. 따라서, 우리는 이 정책의 장단점을 이해하고 보다 나은 정책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