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국민의 관심이 코로나19에 쏠리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의 경우 확진자가 800명을 넘어서고(작성일 기준) 보건당국이 대응체계를 최고수준인 ‘심각’으로 격상하면서 코로나19에 대한 공포는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는 와중, 한국 사상 최대의 금융사기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라임자산운용의 ‘라임 사태’가 발생해 수많은 투자자가 공포에 떨고 있습니다. 이번 똑똑에서는 라임 사태가 무엇인지, 그리고 무엇이 문제인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라임은 최근 급성장한 국내 최대 사모 헤지펀드 운용사입니다. 2015년만 해도 자본금이 200억원에 그쳤지만, 높은 수익률을 앞세운 라임은 2019년 상반기 기준 자본금 5조원을 자랑할 정도로 급성장했습니다. 쉽게 말하면, 여러 투자자로부터 돈을 모아서 대신 투자한 후 이익금 중 일부를 수수료로 챙기고, 나머지를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회사를 말합니다.
메자닌이란 1층과 2층 사이에 있는 라운지 공간을 뜻하는 이탈리아어입니다. 금융권에서는 채권과 주식 사이에 있는 전환사채(CW)와 신주인권부사채(BW)에 대한 투자를 일컫습니다. 이들은 아직 상장된 주식이 아니기 때문에 위험성이 높지만 수익률 또한 높은 이른바 ‘고위험 고수익’ 상품입니다. 이런 높은 투자 위험성 때문에, 유사 시 메자닌을 팔아서 현금을 확보하기 쉽지 않아 유동성 문제(보유자산을 현금으로 전환할 수 없는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채권 매수 기관이 매수 사실을 공표하지 않고 그 채권을 제3자에게 맡긴 후, 일정 기간을 두고 결제하는 방식입니다. 파킹거래를 하는 이유 중 하나는 자산운용사가 위험률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입니다. 부실자산에 대한 투자를 늘리면 운용사 또는 펀드의 위험률이 증가하는데, 파킹거래를 통해 부실자산에 대한 투자내역을 숨기면 위험률 평가에서 불이익을 피할 수 있습니다.
TRS 거래는 자산운용사가 투자를 위한 실탄인 레버리지(leverage, 쉽게 말하면 빚)를 확보하는 방법입니다. 운용사가 100원을 보유하고 있는데 200원어치의 투자를 하고 싶다면, 증권사와 TRS 계약을 맺어 증권사로부터 100원을 대출받을 수 있습니다. 운용사 입장에서는 적은 담보를 증권사에 제공하고 투자금을 늘릴 수 있는 방법으로, 투자가 성공한다면 실제 투자금 대비 높은 수익률을 얻게 됩니다. 증권사에 수수료를 지불하고 남은 수익은 운용사와 투자자가 나눠 갖습니다.
하지만 투자가 실패할 경우에는 막대한 손해가 발생합니다. 위 경우처럼 운용사가 100원을 보유한 상태에서 증권사와 TRS 계약을 맺어 추가로 100원을 마련하면, 총 투자금은 200원이 됩니다. 만약 200원을 투자해서 40%의 손실이 났다면 40원(100원의 40%)이 아니라 80원(200원의 40%)의 손해가 발생합니다. 대부분의 경우 투자 손실 발생 시 TRS 계약에 따라 증권사가 대출해 준 100원을 우선적으로 변제하는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200원을 투자해서 80원의 손해를 봤다면, 운용사와 투자자에게 남는 돈은 증권사의 100원을 변제하고 남은 20원 뿐입니다.
개방형 펀드는 투자자가 원할 때 언제든지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도록 합니다. 그래서 투자자에게 매력적이고 운용사가 더 많은 투자금을 모을 수 있지만, 펀드런(fund-run, 다수의 투자자가 동시에 대규모의 투자금을 회수할 때 투자금이 바닥나는 문제. 뱅크런과 유사)의 위험이 높습니다.
1920년 찰스 폰지의 사기행각에서 유래한 개념으로, 투자에 따른 수익이 아니라 신규 투자자의 투자금으로 기존 투자자의 수익을 충당하는 사기를 말합니다. 몇몇 금융 전문가는 라임자산운용이 폰지 사기와 유사한 방식으로 수익을 돌려 막았다고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예를 들어 B펀드가 A펀드의 수익을 위해 A펀드의 부실자산을 사주고, C펀드가 B펀드의 수익을 위해 B펀드의 부실자산을 사주는 방식으로 돌려막는다는 내용입니다.
지난 해 7월, 라임이 파킹 거래와 폰지 사기식 수익률 돌려막기를 한다는 의혹이 제기되었고, 금융감독원은 라임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이에 놀란 투자자들은 (개방형 펀드의 특성에 따라) 투자금을 회수하기 시작했고, 라임은 펀드런 위기를 우려해 일부 투자금의 회수를 금지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이번 펀드런 위기의 책임자로 지목되었던 이종필 전 라임 사장이 돌연 잠적했습니다. 각종 의혹이 라임의 메자닌 투자에 따른 당연한 유동성 문제인줄 알았지만, 작년 연말에 미국에서 새로운 소식이 들려오면서 상황이 급박하게 전개되고 있습니다.
라임의 무역금융펀드가 미국의 IIG에 많은 투자를 했는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IIG가 폰지사기에 연루되었다고 공표했습니다. SEC는 IIG의 등록을 취소하고, 펀드 자산을 동결하는 긴급조치를 단행했습니다. 무역금융펀드는 개인 고객 투자금(2436억원)과 신한금융투자에서 받은 대출금(3500억여원) 등을 합쳐 6000억원 규모입니다. 이 가운데 40%를 IIG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폰지사기에 연루된 이유로 IIG의 자산이 동결되었다면, 라임은 투자금을 회수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IIG는 이미 작년 말 투자자산이 채무불이행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숨기고 새로운 투자자를 모집하는 폰지사기를 저질렀고, 라임도 IIG와 사기 행위를 한국의 투자자에게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라임은 IIG의 문제를 알고 있었지만, 이를 숨기고 새로운 투자자를 모집하여 그들의 투자금으로 기존 투자자들의 수익률을 보장했던 것입니다.
현재 라임의 펀드설정액은 1조 6,679억 원입니다. 라임은 3개의 모펀드를 운영하고 있는데, 그 중 2개의 국내 투자 펀드는 국내 증시의 악화로 인해 손실액이 5300억원이며, 6000억원 규모의 무역금융펀드는 전액 손실이 예상됩니다. 전체 손실액 규모는 1조원 이상으로 알려졌습니다.
물론 펀드가 손해를 볼 수도 있지만, 라임의 자산 운용에는 2가지 문제점이 있습니다.
첫째, 불완전판매. 자본시장법 47조와 53조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투자에 따르는 위험에 대한 설명을 들을 권리가 있습니다.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면, 그 계약은 무효이고 원금을 돌려 받을 수 있습니다. 라임은 투자자에게 IIG의 위험에 대해 고지하지 않았고, 손실이 발생할 경우 투자자는 TRS 계약에 따라 증권사 대출 변제 후 금액을 지급받는다는 조건 또한 제대로 전달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둘째, 폰지 사기. 라임은 IIG의 폰지 사기와 비슷한 방식으로 펀드 수익률 돌려막기를 한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펀드 A에서 본 손해를 메우기 위해 펀드 B에 펀드 A의 상품을 판매했고, 펀드 B의 손해를 메우기 위해 펀드 C에 판매하는 자전(自轉)거래를 통해 수익률을 조정했습니다. 이는 폰지 사기로 볼 수 있는 수법입니다.
안타깝게도, 현재 펀드에 남아있는 금액이 얼마 되지 않아 투자금 보존은 힘들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이번 라임 사태의 피해규모가 큰 것은 사모펀드 규제가 대폭 완화되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원래 정부는 1억 이상을 보유한 투자자의 경우 스스로 사모펀드의 높은 위험성을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여, 1억 이상을 투자해야 사모펀드를 설립할 수 있는 인가제를 시행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2015년에 사모펀드 등록제가 도입되면서 사모펀드 설립 조건이 대폭 완화되었고, 사모펀드의 규모도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2017년 5월부터 재간접펀드, 즉 라임과 같은 사모펀드 운용사를 통해 소액 개인투자자가 사모펀드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위험성이 커졌습니다. 공모펀드는 규제가 많아 개인투자자들이 법적인 보호를 많이 받지만, 사모펀드는 공모펀드에 비해서 규제가 적어 개인투자자들에 대한 보호가 미흡합니다. 또한 사모펀드를 은행에서도 판매할 수 있게 되면서, 사모펀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은행 직원이 인센티브만을 좇아 이를 무분별하게 판매하기도 합니다.
라임 사태의 손실액은 1조원 이상입니다. 이번 사태가 어떻게 봉합되는지와는 별개로, 1조원이라는 큰 손실은 국내 금융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뿐만 아니라, 라임 사태로 인해 메자닌에 대한 투자가 위축되고 있어 메자닌을 주요 자금원으로 두고 있는 중소기업 및 비상장기업의 타격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오늘도 똑똑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