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경제를 만나면

AI가 상용화된 경제는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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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4.2021
이재현
에디터
에디터의 노트

AI가 경제를 만나면 어떻게 될까요? 제조, 유통, 모빌리티, 금융의 핵심 미래 트렌드에 AI가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볼 거예요. 스마트 팩토리, 유통 4.0, 자율주행차, 로보 어드바이저 등 생소한 단어들이 벌써 트렌드가 돼가고 있다고 하니 궁금증이 생기네요. 이 네 가지 분야에 공통적인 자동화란 흐름으로 인해 일자리는 줄어들 예정이에요. 미래 인재가 갖추어야 할 역량을 간략히 리뷰해 함께 미래를 준비하는 시발점이 됐으면 합니다.

AI, 경제와 만나다

AI는 경제를 어떻게 바꿔 놓을까? 제조, 유통, 모빌리티, 금융에 AI 기술이 접목돼 유행하는 산업 트렌드를 살펴보고 일자리의 미래, 그리고 미래 인재에게 요구되는 역량에 대해 이야기할까 한다. 산업 트렌드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스마트 팩토리나 유통4.0, MaaS(Mobility as a Service), 핀테크(Fintech)에 AI는 어떻게 적용될까?

AI가 적용되는 산업과 경제 분야는 그 수를 세는 것보다 적용되지 않는 지점을 찾는 것이 빠를 정도로 폭넓고 총체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 변화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몇 가지 논점이 있다.

첫째, AI가 중요한 이유는 광범위한 BtoB(Business to Business, 사업체 간) 플랫폼 기술 개발에 있다. 예를 들어 인터넷에 기반을 두고 있는 빅테크 기업 구글이나 아마존은 방대한 데이터와 AI 투자로 개발한 범용 AI 솔루션을 타사에 제공한다. IBM이 만들어낸 왓슨(Watson)이나 아마존이 개발한 알렉사(Alexa)는 자사에서 특정 서비스로 제공할 뿐만 아니라 타 기업들이 추가적인 프로그래밍을 통해 다양한 적용이 가능하다.

둘째, 범용 플랫폼으로서의 AI는 소수 천재 개발자보다는 집단지성에 의해 발전한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전 세계의 AI 전문가는 2만24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셋째, AI 기술은 다른 첨단기술과 결합돼 구현되는 경우가 많다. 로봇 기술을 만나면 AI 로봇이 되고, 사물인터넷(IoT)과 만나면 자동으로 돌아가는 물류 공장이 된다. 가상현실이나 증강현실, 그리고 가상화폐와 만나면 메타버스가 된다. AI가 소프트웨어라면, 다양한 하드웨어에 '탑재'가 가능한 것이다.

정리하면, AI 기술은 압도적인 인재와 기술을 갖춘 빅테크 기업이 주도하며 이들은 플랫폼 형태로 솔루션을 제공한다. AI 기술은 거의 모든 분야에서 적용되며, 다른 4차 산업혁명 기술과 만나 놀랄 만큼 빠른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4차 산업혁명 기술

일반적인 소비자에게 AI는 바둑 기사 이세돌과의 경기로 뉴스를 장식한 '알파고', '이루다'와 같은 챗봇, 로봇에 탑재된 서비스봇으로 이해되기 쉽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 기술은 다양한 기술로 맞춰볼 수 있는 퍼즐로 생각하면 된다.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자율주행,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필요한 이유다.

제조, 공장이 스마트해진다

적은 종류의 물건을 많이 만들어 팔던 '생산자 중심'의 공장이, 데이터에 기반해 자재, 수요, 재고를 파악해 맞춤화된 상품을 자동으로 만드는 '소비자 중심'의 스마트 팩토리로 탈바꿈한다.

공장이 똑똑해지고 있다. 인공지능,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가 결합한 '스마트 팩토리'(Smart Factory)로의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스마트 팩토리'란 제품을 생산, 포장하고 설비를 점검하는 과정이 자동화된, 말하자면 '알아서 돌아가는 공장'을 말한다. 설비와 장비가 무선통신으로 연결돼 있어서 실시간으로 공정을 모니터링할 수 있고, 곳곳에 배치된 사물인터넷 장비 센서로 생산 현황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할 수 있다. 실시간으로 불량품이 발생하는 추이를 확인하고 바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사물 인식, 데이터 분석 등에 머신러닝 기술이 사용된다.

스마트 팩토리에선 생산의 모든 과정에 데이터가 사용된다. 여기엔 자재 상황, 공장 온도나 습도와 같은 생산 환경, 재고 상황이 포함된다. 효율적이고 유연성 있는 생산체계를 확보할 수 있고, 생산라인의 중단 기간을 줄일 수 있다. 생산라인을 더 자유롭게 변화시킬 수 있어 소비자의 수요에 따라 개인화된 상품을 생산하기 수월해진다. 전기차의 색상이나 옵션, 운동화의 미세한 사이즈, 색상, 소재와 같은 요소를 미세 조정하기 쉬워진다.

소비자가 물류나 서비스가 제공되는 방식을 결정하는 '온디맨드'(On-Demand) 추세에 제조업도 영향을 받고 있다. 적은 종류의 물건을 대량으로 만들던 기존의 생산라인에서, '다품종을 소량생산'하는 공장 체계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이 변화는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먼저 효율성, 재고 관리, 품질, 가격 경쟁력, 안전성, 지속가능성을 개선할 수 있다. 해외의 GE(General Electric)나 지멘스(Siemens), 국내의 삼성SDS와 포스코 등 대기업이 앞다퉈 스마트 팩토리에 투자하는 추세다. 지멘스의 암베르그 공장은 자동화 수준이 75%에 이르며 100만개당 불량 수는 약 11.5개에 불과하다.

똑똑한 공장은 사회도 바꾼다

거의 완전한 자동화가 가능해지면 생산비용에 인건비를 고려하지 않아도 될 수 있다. 개발도상국에 공장을 이전해 저렴한 임금의 장점을 노리는 쇼어링(Shoring)의 추세가 소비자가 위치한 대도시 주변에 최첨단 공장을 짓는 리쇼어링(Reshoring)으로 반전될 가능성이 있다. 자동화된 공장에는 극소수의 노동자만 필요하므로 중국이 아니라 소비자와 가까운 도심 주변에 공장을 짓는 것이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디다스도 2016년에 제3세계가 아닌 독일에 첨단기술로 자동화된 '스피드 팩토리'를 지어 운동화를 생산한 적이 있다.

공장 지능화 추세의 걸림돌로 보안이 있다. AI로 작동하는 부분이 늘어날수록 사이버 보안에 대한 투자와 오작동 예방책이 필요할 것이다. 또 산업 구조적으로 제조업과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한국의 경우 많은 중소기업이 기술 투자에 조심스러울 수 있다. 시설 확보에 막대한 비용을 할애할 수 있는 대기업과 달리 부품이나 하청사업 등을 담당하는 중소기업들은 설비 개선이 늦어질 수 있다는 평가다.

유통, 원하기도 전에 이미 도착해 있다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A씨는 요즘 쇼핑 시간이 줄었다. 몇 년 전까지는 이동 중에 휴대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쇼핑을 하거나 집 가까운 매장에 들러 식료품을 샀다. 이제 자주 마시는 우유, 맥주나 쌀, 김치, 휴지 등 생필품은 사용주기에 맞춰 플랫폼 'AI 마켓'에서 알아서 보내준다. 최근엔 '자동추천'이란 기능이 추가됐는데, A씨 마음에 들만한 상품을 보내주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무료로 반품할 수 있는 서비스다. 지금까지 한정판 레고 장난감, '최애' 캐릭터 굿즈, 최신식 헤드폰 등을 배송 받았는데, 한 번도 반품한 적이 없다. 가끔 방문하는 마트에선 물건에 QR 코드를 찍으면 다음 날 필요한 물건이 집 앞에 도착해 있다.

AI와 유통이 만나면 어떤 모습일까?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유통에 적용한 '유통 4.0'이 화두다. IT기술 시대의 유통은 판매자와 소비자가 플랫폼에서 만나 거래하는 방식이었다. 이를 '유통 3.0'이라 했다. AI, 빅데이터, 가상현실(VR)이 접목된 '유통 4.0'에선 단말기도 필요 없다. 에디터가 작성한 가상 시나리오에서처럼 물건이 필요해질 때쯤 알아서 배송되고 매장에서 상품을 들고나오면 자동으로 계산된다. 전 단계에선 온라인에서 소비자의 편의성이 강조됐다면 '유통 4.0'에선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구분도 불명확해지고 편의성을 뛰어넘어 사용자 경험이 강조된다. 이 변화엔 AI 기술이 핵심적이다.

고객 응대 자동화: AI 적용 사례엔 매장 직원을 키오스크로 대신하거나 온라인 텍스트나 음성 챗봇으로 소비자 상담을 대신하는 추세를 들 수 있다. 한국에선 영화관, 패스트푸드, 음식점 매장에서 점원을 대신하는 키오스크를 찾아볼 수 있다. 여기에 AI 기술이 적용되면 사용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메뉴나 상품을 추천하거나 터치 대신 음성으로 주문하는 기능도 구현할 수 있다.

맞춤형 구매 제안: 빅데이터와 AI가 힘을 합치면 '예측 판매'가 나온다. 고객정보, 소셜데이터, 구매패턴 등을 분석해 소모성 생필품의 소진 시기를 예측해 구매를 제안하거나, 맞춤형 상품 추천 엔진을 개발할 수 있다. 기존에 구매한 제품의 재구매를 지원하고 반품, 제품 이력을 추적해 다른 상품을 추천하는 기능도 멀지 않았다. 실제로 아마존은 이미 2014년에 고객이 사용하고 있는 제품이 소진됐을 때 자동으로 재구매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서비스 '아마존 대시'(Amazon Dash)를 출시했다. 가정용 인공비서 알렉사(Alexa)가 "화장지가 1주일 후면 떨어질 것 같은데, 구매할까요?"라고 사용자의 구매 의사를 묻는 식이다.

재고 관리와 마케팅 정교화: 실시간으로 재고를 관리하고 물류를 추적하며 가격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기능도 구현될 수 있다. 고객 피드백 빅데이터를 분석해 고객 경험을 개선하고 마케팅을 정교화할 수 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소비자 영상 데이터를 분석해 마케팅에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영상추적을 활용해 고객 성별, 연령대에서부터 멈춰서는 위치나 시간 등을 분석할 수 있다. 좀 더 나아가 광고나 제품을 주의 깊게 봤는지, 어떤 감정적 반응을 했는지, 그 반응의 긍정, 부정 여부를 분석해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다.

AI가 유통을 만났을 때 개선되는 것은 소비자 경험이다. 일일이 물건을 검색해 평점을 꼼꼼히 읽는 수고를 덜고 자동으로 추천받는 제품을 간편하게 결제한다. 줄 서서 오래 기다리거나 쇼핑한 짐을 집까지 들고 가는 고생을 덜 수 있다. 세계 최초의 무인매장 '아마존 고'(Amazon Go)에서는 소비자가 매장에 들어가 물건을 골라 나오면 매장의 센서가 이용객과 물건을 추적해 계산을 완료하고 스마트폰으로 영수증을 보내준다.

문제가 되는 것은 소비자의 사생활이다. 구매 이력이나 성향뿐만 아니라 SNS상의 개인정보, 표정이나 이동 패턴 등 고객의 일거수일투족은 유통과 플랫폼사의 명줄인 데이터가 된다. 소비자의 표정을 찍는 것은 사생활 침해인가? 온라인 쇼핑 앱 사용자의 SNS 계정을 분석한 구매패턴 예측은 어떻게 볼 것인가? 어떤 방식으로, 어디까지 소비자가 개인정보 활용에 동의할 수 있을 것인가? AI 기술 활용에 기술과 산업 관점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관점이 필요한 이유다.

모빌리티, 자율주행에서 MaaS까지

모빌리티(Mobility)는 운동수단 전체를 지칭하는 말로, '움직이는 모든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타다와 같은 택시 앱, 킥보드, 전기 자전거, 배송, 자율주행 기술이 모두 이 영역에 포함된다. AI 구현의 가장 두드러지는 예는 자율주행 기술이다.

자율주행은 목전에

운전자의 조작 없이 스스로 경로를 판단하고 환경을 인지해 안전히 운행하는 자동차라는 뜻의 자율주행차는 자동차 공학자협회(SAE)의 6단계 기준 중 3단계 '조건부 자동화'에 와있다. 자율주행 시스템이 모든 조작을 수행하고 필요에 따라 운전자의 조작을 요청하는 단계다. 운전자가 항상 도로를 주시할 필요는 없지만, 상황이 발생하면 운전을 요청받고 책임을 지게 된다.

인류가 오랫동안 상상해온 자율주행을 가능케 한 것은 AI 기술의 발전, 그중에서도 딥러닝이다. 도로에서 자율주행차가 인식해야 하는 사물의 수와 종류는 상상을 초월한다. 다양한 형태의 이동수단이나 보행자에서부터 도로의 틈, 동물, 지워진 차로나 불법주차 차량 등 대단히 복잡한 도로 주변 환경을 인간이 일일이 태그해야 하는 머신러닝보다 자체적으로 차이를 인식하고 이동 여부와 속도를 파악하는 딥러닝이 주행 안정성 확보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자율주행차를 도로에서 찾아볼 날이 머지 않았다. 자동차 업체 중 자율주행 기술력이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받는 미국의 GM은 이미 자율주행 택시와 자율주행 배송 서비스를 실제 도로에서 구현할 수 있을 정도의 기술력을 확보했다고 한다.

인간이 운전에서 해방되면

자율주행은 인간을 운전에서 해방해 탑승 중에 자유롭게 시간을 쓸 수 있는 미래를 열어주고 있다. 이동 중인 차 안에서 영화를 보거나 차에 사무실을 탑재해 업무를 처리하는 등 다양한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운전자 임금을 없애 대중교통 요금 인하를 가능하게 하고 교통사고를 줄여주거나 차량 소유 욕구를 줄여 환경에 기여한다는 장점도 있다.

반면 문제가 될 수 있는 요소는 책임소재와 안정성이 있다. 인간 운전자의 차량과 사고가 났을 때 책임이 차량 소유자, 차량 생산자, 자율주행 시스템 개발자에게 있는지도 사회적 논의와 제도 및 법규가 필요한 부분이다. 또 자율주행차의 기술이 훨씬 더 진전되더라도 법규 위반, 음주운전, 졸음운전 등 인간의 부주의로 교통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문제도 있다. 인간 오류라는 변수 탓에 자율주행차와 인간주행차 간의 사고를 기술로 완벽히 막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출발에서 도착까지 한방에 끝, MaaS

AI와 모빌리티의 만남은 그러나 자율주행에서 끝난다기보다는 시작된다고 봐야 한다.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해 교통 서비스 이용자들의 경험을 개선하기 위한 서비스 MaaS(Mobility-as-a-Service)가 고안되고 있기 때문이다. MaaS란 크게는 교통을 경험하는 사용자의 경로 검색, 예약, 탑승, 이동, 환승, 도착까지 이동 경험을 총체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서비스 기획이자 산업 트렌드다. '심리스'(Seamless, 끊김 없는)한 경험 제공이 핵심이다. 이 트렌드가 구현되기 위해서는 빅데이터와 AI 기술이 필요하다. 시시각각 변하는 교통 상황에 따라 최적의 경로를 파악하고 사용자 데이터에 기반해 선호하는 차량(vehicle) 제공 등이 가능하다.

국토교통부는 대중교통에 MaaS를 도입할 예정이다. A지점에서 B지점으로 이동 시 경로 검색, 환승, 대기, 추가 요금 등 복잡한 다수의 교통 시스템을 이용하는 사용자의 불편함과 불쾌감을 개선하는 것이 목표다. 정보 통합, 탐색, 예약, 결제 통합, 이동수단 일원화로 편리성을 제고한다. 예를 들어 서울에서 부산까지 여행할 때 지하철, 시외버스, 택시 등을 예약하기 위해 다수의 플랫폼을 이용하고 스케줄과 요금을 관리하며 대기시간도 견뎌야 하는 것이 아니라 단일 앱에서 대중교통의 모든 검색, 예약, 결제를 가능케 한다는 것이다.

AI와 모빌리티가 만났을 때 장점은 사용자 경험 개선이다. 기존 교통 경험에 있었던 다양한 앱을 검색해야 했던 불편함, 대기시간, 다음 환승시간을 확인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개선해 이동 중에도 사용자가 콘텐츠 시청 등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한다. 문제점으로 예상되는 것은 독과점이다. 자율주행과 MaaS 모두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방대한 양의 데이터와 AI와 같은 최첨단 소프트웨어 기술을 요구하기 때문에 사용자 경험을 개선할 수 있는 우월한 기술력과 플랫폼을 갖춘 회사가 시장을 독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똑똑! 이미 가까운 미래로 다가온 MaaS에 대한 정부 계획이 궁금하시다면 이 영상을 보세요.

금융, '오픈 뱅킹'에서 알아서 투자하는 AI까지

은행(bank)은 사라지고 뱅킹(banking)만 남는다. — 빌 게이츠

모바일 금융거래는 이제 생활이 됐고, 금융(Finance)과 기술(Technology)이 만나 만들어진 단어 '핀테크'(Fintech)도 여기저기서 들린다. 현금을 들고 다니지 않아도, 카드가 없어도 카카오페이와 같이 휴대폰 앱 플랫폼을 이용해 손쉽게 거래가 가능하다. 또 앱으로 해외 주식시장에 투자한다거나, 얼마 전 상장한 코인베이스(Coinbase)를 이용해 암호화폐를 사고파는 것도 가능해졌다. 빌 게이츠의 말처럼 은행에 가지 않아도 뱅킹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누구나 공산품을 사용하고(제조), 온·오프라인으로 물건을 구입하며(유통), 이동 서비스를 이용하지만(모빌리티), 금융 분야에 AI 도입은 사뭇 결이 다르다. 개별 상품을 경험하는 방식만 바뀌는 것이 아니라, 작게는 국가 경제, 크게는 세계 경제가 휘청일 수 있는 변화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휴대폰으로 해외의 주식을 사거나 공매도를 걸고 AI가 헤지펀드를 운용하는 미래엔 해외 기업과 국가 경제의 명운이 세계 소비자의 손끝과 AI 알고리즘에 의해 좌우될 수도 있다.

은행 벽이 허물어지고, 데이터는 소비자의 손으로

금융과 빅데이터가 만나면 소비자 편의가 극대화된 '오픈 뱅킹'과 '마이 데이터'가 된다. '오픈 뱅킹'이란 은행과 금융기관 간의 데이터 공유를 통해 소비자가 한 기관의 앱을 깔기만 하면 은행과 핀테크 벤처 등을 오가며 마음대로 거래할 수 있는 기술이다. '마이 데이터'는 개인정보 주체인 개인이 자신의 결제, 계좌 정보뿐 아니라 다른 금융 정보도 제삼자에게 보내라고 거래은행에 요구할 수 있는 서비스다. 단일 앱으로 내가 다수의 금융기관에 보유하고 있는 예금과 상품을 모두 볼 수 있고, 상호 간 거래도 가능한 시대가 열리고 있다.

AI가 적용된 주요 사례로 '챗봇'(chatbot)이 있다. 프로그래밍 언어뿐만 아니라 일상의 언어를 인식하는 기술을 자연어 처리라고 하는데, 이 기술 덕에 24시간 고객 상담이나, 금융상품 추천 등 고객 응대와 관리가 자동화되고 있다.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챗봇 '에리카'는 스마트폰 앱을 통해 문자나 음성으로 주택담보대출과 같은 상담을 해준다. 국내 은행도 모바일이나 웹 기반 챗봇을 개발해 상담 업무를 맡기는 추세다.

소비자에게 직접 영향을 미치는 변화로 투자자문 및 트레이딩이 가능한 로보 어드바이저(Robo Advisor) 기능이 눈에 띈다. 로봇(Robot)과 자산관리 전문가(Advisor)가 합쳐져 만들어진 이 말은 AI가 고객의 재무와 성향을 분석해 자산관리를 위해 정리된 데이터와 추천 상품 등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지칭한다. AI에게 투자를 자문받는 것을 넘어 아예 투자를 일임할 수 있는 서비스도 있다. 국내의 경우 주로 2030세대를 위주로 AI 자산관리 시장이 커지는 추세다. AI, 암호화폐,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헤지펀드를 운영하는 뉴메라이(Numerai)라는 회사도 있다. AI가 오르는 주식과 떨어질 주식 모두에 투자하는 롱쇼트(Longshort) 전략을 통해 공매도를 걸기도 한다는 것이다.

미래 금융의 명과 암

금융과 AI가 만나는 지점에서 발생하는 사회 편익에 사용자 편의와 사기 탐지가 있다. 반면 문제점과 우려도 크다. 빅데이터와 AI 기술력이 집중되는 '정보 집중'의 문제로 인해 사용자 사생활이 침해되거나 해킹으로 데이터가 유실될 가능성도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부 금융권에서는 아직 해킹이 어려운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또 다른 우려는 AI가 투자와 거래에 도입되면서 발생하는 책임의 문제다. 특히 헤지펀드와 같이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큼직한 거래를 AI가 일임하게 되면 AI 시스템에 의한 시세 조종, 허위정보 유포, 내부정보 수집, 불공정거래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잘못된 정보에 의해 AI가 해외의 특정 기업에 공매도를 걸어 수익을 챙겼다면 이 책임은 누가 져야 하는가?

일의 미래

AI는 제조, 유통, 모빌리티, 금융 외에 경제 전반에서 수많은 직업을 대체하며 큰 변화를 일으킬 것이다. '단순하고 반복적인 비숙련직은 사라질 것이다'라는 전망처럼 자동화로 인간은 단순 노동에서 해방돼도 다른 역량을 요구받게 될 것이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의 발전과 각 산업 분야 적용에 따라 기술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다'라는 전망도 있다. 경제 한편에서는 일부 직종이 위기를 맞아 사라진다면, 다른 한편에서는 특정 기술을 익힌 이들의 수요가 늘어난다. '단순직은 줄고, 기술직은 주목받을' 미래의 경제는 어떤 모습일까.

세계경제포럼(WEF)의 '2020년 직업의 미래' 보고서를 보면 반복적인 노동이 포함된 직종은 2020년 세계 노동인구의 15.4%였던 것에서 2025년에는 9%로 줄어들 것이다. AI, 빅데이터 등 부상하는 기술 분야의 노동인구는 2020년 7.8%에서 13.5%로 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 노동자의 수로 따지면 전 세계적으로 8500만개의 일자리가 대체될 것이고 9700만개의 직업이 새롭게 창출될 것이다.

앞으로 수요가 늘 직종에는 미래 기술 역량을 갖춘 전문 직무가 포함된다. 1위부터 5위 안에는 데이터 분석가와 과학자, 인공지능과 머신러닝 전문가, 빅데이터 전문가, 디지털 마케팅과 전략 전문가, 과정 자동화 전문가가 포함된다. 그러나 수요가 늘어날 직업이 모두 기술직인 것은 아니다. 20위군에는 비기술 전문직도 꽤 많이 포함됐다. 프로젝트 매니저(11위), 사업 서비스와 행정 매니저(12위), 전략 자문(15위), 경영과 조직 분석가(16위), 조직 발전 전문가(19위), 리스크 관리 전문가(20위)도 있다.

수요가 줄고 있는 직종 5위 내에는 데이터 입력, 행정 비서, 회계·부기·급여 담당, 회계사와 회계 감사관, 그리고 공장노동자가 있다. 제조업의 경우 공장 노동자가, 유통의 경우 매장 직원과 같은 서비스 직종이, 모빌리티의 경우 버스나 택시 운전사가, 금융의 경우 대리점 직원과 같은 서비스 직업이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거시적인 통계는 '내 일'을 찾아 계획하는 데 절대적인 가이드가 될 수는 없다. 개인은 자신의 역량을 키우고 성장하는데 집중하면 된다. '이 직종이 뜬다'고 해서 쫓아다닐 것이 아니라 자신의 핵심 역량과 성장 가능성을 객관적으로 파악해 '지금, 무엇을 배울 것인지'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래를 위해 어떤 역량을 준비할지 고민은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

💡다음은 AI가 현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그린 'AI는 인간의 신뢰 가는 도우미일까, 배신자일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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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역량, 얼마만큼 알고 준비하고 있나요?

경제 전반적으로 총 몇 자리의 일자리가 생기거나 없어지는 현상은 개인이 염두에 둔다고 해서 통제하거나 대응할 수 있는 변화가 아니다. 오히려 주목해야 할 지점은 거의 모든 산업 분야에서 AI를 비롯한 4차 산업혁명 기술이 적용됨에 따라 '어떤 역량에 집중해야 하는가'다. 지금, 무엇을, 어떻게, 얼마만큼 공부해야 할까? 놀랄만한 점은, 생각보다 기술 역량보다 비판적 사고나 소통과 같은 '인간 특유의 능력'이 강조된다는 점이다.

미래 인재에게 필요한 역량으로 4C가 자주 언급된다. 의사소통 능력(Communication), 협업능력(Collaboration), 비판적 사고능력(Critical Thinking), 창의력(Creativity)을 일컫는 말이다. 이에 인성(Character)을 더하면 5C를 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똑똑은 WEF의 보고서에서 제시된 2025년에 가장 중요해질 15개의 능력을 5C의 범주로 정리해봤다. 인성에는 같은 보고서의 '이미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게 가치가 있는 능력 10위' 항목도 포함했다.

미래역량에 대한 논의에서 주목할 점은, 인간이 AI에 대체될 것이라는 두려움과는 반대로 기술에 대한 지식이나 전문성뿐만 아니라 비판적 사고나 인성과 같은 '소프트 스킬'(Soft skill)이 강조되고 있다는 것이다. 단순노동을 로봇이나 알고리즘이 대체해주더라도 문제를 파악하고 원인을 분석해 해결책을 제시하는 인간의 능력은 오히려 더 중요해진다는 얘기다. 다만 갈수록 복잡한 사회에서 혼자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기 때문에 리더십, 협업, 의사소통이 매우 중요해졌다.

교육의 최전선에서 어떤 방식을 도입하고 있는지를 보면 미래 역량 준비 방법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캐나다의 한 초등학교에선 세계 지리를 교과서적으로 가르치는 대신 '세계 여행을 위한 가장 좋은 경로를 만들어 보라'는 과제를 낸다. 단순히 정보를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지식을 실질적인 행동계획으로 녹여내야 하는 어려운 숙제다. 일선 교육 현장에는 외국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아프리카 타악기를 직접 연주해보거나, 미래도시의 모습을 배우기 위해 장난감처럼 생긴 모델을 만드는 수업도 있다. 비판적으로 사고하며, 새로운 것을 배우는데 거리낌이 없으며, 다른 팀원과 함께 협업해 없던 것을 만들어 낸다는 점에서 WEF 보고서에서 강조된 역량 배양에 유의미한 교육 방법이다.

문제는, 소프트 스킬을 학교나 학원에서 '가르치는' 것은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효율적이고 빨리 배우는 법'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따라서 각자 관심 가는 주제에 직접 부딪쳐 실천하며 배워야 한다. 이 '실천을 통한 배움'(learning by doing)이라는 키워드는, 오늘날 많은 이들이 '자기 주도적인 삶'을 위해 유튜버, 인플루언서, 작가, 셀럽 등으로 사이드 프로젝트나 '부캐'를 만들어 활동하는 추세와도 깊게 연관돼 있다. 프로젝트를 기획해 이를 완수하기 위한 과제를 자신이 디자인하고 실제 실행까지 해내는 능력이 강조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기업들은 특정 과제를 완수하는 역량을 키워온 기존 인력을 재교육하기보다는 '알아서 배우며 실행하는' 인재를 끌어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내가 하고 싶은 일'에서 출발해 자신을 성장시키는 여정을 지금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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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AI 시대, 내 일의 내일>, 노성열 지음, 동아시아, 2020.

AI와 경제의 변화에 대한 콘텐츠는 때론 막연한 추측이나 기대를 담고 있는 경우도 있다. 이 책은 베테랑 저널리스트가 법률, 의료, 금융, 게임, 정치·군사, 예술·스포츠, 언론·마케팅·교육, 윤리의 현장을 직접 뛰며 취재한 핵심 기술과 AI 적용 트렌드 등을 쉽게 풀어 설명하는 좋은 작품이다. 각 분야의 흐름을 짧은 시간에 파악하고 싶다면 이 책을 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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