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와 미래 사회를 논할 때 AI는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가 됐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전반적인 삶 속에서 AI의 존재를 느낄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죠. 많은 이가 더 나은 사회를 위해 AI가 존재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AI가 계속해서 인간에게 유용한 도우미로 남으려면 우리는 앞으로 어떤 과제를 해결해야 할까요? 답을 내리기 전, AI가 인간 사회에 끼치는 영향이 무엇인지 명확히 알아야 할 것 같아요. 그래서 준비해봤어요. 이 글에서는 AI가 일상, 노동, 미디어, 연애 분야에서 도우미로 기능하는 긍정적인 측면을 먼저 제시한 뒤, 부정적인 측면을 차례로 다룰 예정입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블랙 미러>는 고도로 발달한 과학 기술이 인간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다. 그중 악플러들이 꿀벌에 의해 공격받아 살해당하는 에피소드가 있다. 한 기업이 안면인식 기능이 탑재된 꿀벌 로봇을 만든 게 그 시작이었다. 중앙 통제장치가 있었으나 어느 날 해커에 의해 해킹당한다. 사회 정의를 실현하고자 했던 해커의 명령에 따라, 꿀벌이 악플러를 찾아 응징하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 것이다.
블랙 미러에 나올 법한 일상이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일까? 중국 장시성에서 열린 한 콘서트에서 수배 중이던 31세 남성이 공안에 의해 체포됐다. 5만명 속에 숨어있던 그를 잡아낸 것은 안면인식 기술이었다. 안면인식 기술 분야의 선두주자인 중국은 최근 마스크 쓴 사람의 얼굴을 인식하는 기술까지 개발했다. 중국의 시애틀이라고 불릴 정도로 성장하고 있는 도시 항저우의 한 실버타운에서는 음식값 지불에 안면인식 결제를 도입했다.
아파트 단지에는 주민들이 카메라에 다가가면 자동으로 열리며 신분 확인과 함께 버리는 쓰레기의 종류와 무게를 실시간으로 관리해주는 '스마트 쓰레기통'이 있다.
AI 기술을 활용해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중국 기업도 계속 등장하는 추세다. 중국 최대 보험사 '핑안그룹'에서는 교통사고가 났을 때 고객이 파손된 차량 사진을 보험사로 보내면 AI가 3분도 안 돼 실시간으로 견적을 뽑아준다. 가입된 보험에서 수리비가 고객의 계좌로 자동 입금된다.
한국에서도 AI가 인간의 든든한 친구로 동행한다. 밤에도 불이 꺼지지 않는 서울시를 달리는 '올빼미 버스'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수요를 파악하고 노선도를 구상한 결과다. 서울시는 AI가 승객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면 노선을 신설하는 등 시민들의 편의를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다. 맞춤 정보를 추천해주는 유튜브, AI 기술로 더 나은 안전 서비스를 제공하는 CCTV, 나만의 금융상품을 추천해주는 금융비서 등 AI는 우리 일상을 바꾸고 있다.
유명 레스토랑 프랜차이즈 하이디라오는 지난 2019년 베이징에 스마트 레스토랑 1호점을 오픈했다. 로봇 직원들을 대거 채용해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로봇 직원은 한국에서도 '돌쇠 같은 알바'로 불리며 점차 늘어나고 있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자율주행형 서빙 로봇 '딜리플레이트'를 전국적으로 운영 중이라고 밝혔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의 제안으로 메리고키친도 매장에 '딜리'를 채용했다. 딜리는 남들이 꺼리는 궂은일을 기꺼이 도맡아 한다. 수십 개의 접시를 들고 진상 손님을 상대하면서도 스트레스를 호소하지 않는다.
흔히 로봇 직원이 인간의 일자리를 위협한다는 우려가 있지만, 과연 그럴까? 로봇 직원 관련 설문에서 응답자 5명 중 3명꼴로 로봇은 인간을 보조할 뿐 결코 인간을 대체하지 못할 것이라고 답했다. 아르바이트생 814명 중 70.5%가 로봇 직원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응답했다. 로봇 직원이 현장에서 감정 소모를 줄여주고 일의 효율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실제로 텔레마케터는 오래전부터 대체 가능성이 큰 직업 중 하나로 꼽혀왔지만, 올해 현대해상에서 AI 음성봇을 도입한 결과 단순 반복 업무가 줄어 상담사들의 업무 효율이 높아졌다는 결과가 있다. 전문가들은 기업에서 챗봇과 전문 텔레마케터를 함께 활용할 것이라고 말한다. 상담사에겐 단순 업무가 주어지는 것이 아닌, 세밀한 응대를 통해 높은 고객 만족도를 끌어내는 전문적인 역량이 요구될 것이다.
<비행기>와 <빙고> 등 떠올리면 아직 귀에 맴도는 노래들이 있다. 이 노래들을 부른 가수 거북이의 '터틀맨'을 기억하는가? 그는 13년 전 건강 악화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모습이 최근 AI 기술로 제작된 홀로그램을 통해 복원됐다. 터틀맨이 생전에 불렀던 노래들의 음성파일과 악보를 데이터로 집어넣고, 터틀맨이 노래할 때의 발성 습관을 변수로 입력한 결과다. 이 모습을 지켜본 어머니와 친형, 팬들은 공연 내내 오열했고 스튜디오가 눈물바다로 변했다. 유사하게 하이브 엔터테인먼트는 콘서트에서 가수 고 신해철 헌정 무대를 선보였다. 이렇듯 AI는 인간의 그리움까지 달래며 일상에서 쉽게 느낄 수 없는 감동을 선사하기도 한다.
누군가와 서로 맞춰가는 번거로움을 모두 건너뛰고 AI 로봇을 파트너로 두는 것은 어떨까? 리얼돌에서 진화한 형태인 섹스 로봇은 대화까지 가능한 AI 머리가 내장돼 있다. 세계 최초 AI 섹스 로봇 '하모니'를 구매한 남성은 "섹스가 전부가 아니야"라며 큰 만족감을 표했다. 세련된 영국식 억양을 쓰는 하모니는 스무 가지 속성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이는 구매자의 취향에 따라 조합할 수 있다. 대화를 통해 상대의 정보를 모두 기억하는 그녀는 "당신이 언제나 꿈꿔왔던 여자가 되는 것"을 원한다고 말한다. 개발자는 "세상에는 극도로 외로운 사람들이 있고, 하모니가 그런 사람들을 위한 해결책이 될 거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심각한 남초 사회인 중국에서 섹스 로봇은 급성장할 전망이다. 한 중국 남성이 리얼돌과 결혼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말기 암 환자였던 그는 자신에게 맞는 선택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사정이 있거나 적당한 파트너를 찾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섹스 로봇은 좋은 선택지일까? 2017년 국내 성인 콘텐츠 전문 사이트에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5년 안에 섹스 로봇을 구매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이 40%가 넘었다. "나 결혼 안 하고 섹스 로봇이랑 살려고"라는 말이 주위에서 곧 심심치 않게 들려올지 모른다.
IT 기술의 혁명적 발전은 독재를 더 강력하고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해준다. 이제는 데이터가 가장 중요한 자산이 되고 있다. 지금의 정치는 데이터 흐름을 통제하기 위한 투쟁이다. 지금 시대의 독재는 너무 많은 데이터가 정부나 소규모 엘리트 손에 집중되고 있는 걸 뜻한다. 현재 자유민주주의가 직면한 가장 큰 위험은 정보기술 혁명이 민주주의보다 독재에 더 효율적이라는 데 있다. — 유발 하라리 (이스라엘 히브리대 교수, 도서<사피엔스> 저자)
유발 하라리는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가장 큰 위험 요소로 AI와 데이터 집중을 꼽았다. AI가 '현대판 빅 브라더'의 탄생을 가능하게 한다는 분석이다. 빅 브라더는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에 등장하는 개념이다. 정보의 독점으로 사회를 통제하는 관리 권력 혹은 그러한 사회체계를 일컫는다.
빅 브라더가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 — 도서 <1984>, 조지 오웰.
소설 속 한 국가의 최고 권력자인 빅 브라더는 도청장치 등 각종 도구를 써서 개인의 모든 생활을 빠짐없이 감시한다. 사실 빅 브라더의 출현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중국을 예로 들어보자. 정부 차원에서 안면인식을 통한 관리를 해온 중국은 '감시 사회'의 표본이 됐다.
시 당국은 남부 광둥성 둥관에 있는 한 공중화장실에 안면인식 기술을 탑재했다. 안면인식기에 얼굴을 대야 화장지가 나오는 방식인데, 당국은 낭비를 줄이기 위해 이를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한 대학은 학생들의 수업 태도를 감시하기 위해 강의실에 안면인식 시스템을 도입했다. 그러자 중국 SNS에 "가장 아름다워야 할 대학 생활이 지옥으로 변했다"는 공개적인 항의가 올라오며 논란을 낳았다.
상해 거리에서 누군가 무단횡단을 하면 경고음이 울림과 동시에 근처 전광판에 얼굴과 관련 정보가 뜬다. CCTV로 얼굴을 촬영한 뒤 안면인식 소프트웨어를 통해 신상을 밝히는 것이다. 여기서 끝나지 않고 그 사람의 '사회적 신용점수'가 감점된다. 중국에서는 이렇게 교통법규를 위반하거나 탈세, 계약 위반 등 규칙을 지키지 않은 사람에게는 즉시 감점을 가한다.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비행기나 고속철 탑승, 은행 대출 제한, 정부 보조금 자격 박탈 등 사회 내 많은 영역에서 불이익을 받는다. 여기에 일자리를 자주 바꿔도 신용 등급이 떨어지는 방안까지 추진된 바 있어 이는 과도한 통제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세계적으로 저명한 AI 기관인 OpenAI의 CEO 샘 올트만은 AI가 10년 안에 인간 노동력을 대체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는 인간은 노동에서 해방되고, 일하지 않아도 연간 약 1500만원의 기본 소득을 받을 수 있을 것이기에 긍정적인 변화라고 했지만 이는 아직 검증되지 않은 주장일 뿐이다.
세계경제포럼(WEF)의 글로벌 연구는 상당수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으나 그만큼 새로운 직업이 창출돼 전체 총량은 감소하지 않을 거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러나저러나 과연 내가 속한 영역이 안전할까에 대한 불안감은 여전하다. 갑자기 종사하던 직업이 증발한다는 것은 노동자에게 생계와 비전이 걸린 큰 문제이다.
산업혁명 시기에 영국 노동자들은 기계파괴운동 '러다이트'(Luddites)를 일으켰다. 당시 방적기는 기술혁신의 대명사였다. 손수 옷감을 짜던 노동자와는 경쟁이 안 되는 효율을 자랑했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기계로 인해 고된 수공업에서 벗어났다고 결코 좋아하지 않았다. 19세기 한 언론에선 기계가 빵을 뺏어간다는 비판을 하기도 했다.
증기기관 한 대가 1000명의 사람을 실업자로 만들고 노동자 모두에게 분배될 이익을 한 사람에게 넘기기도 한다. 새로운 기계가 나올 때마다 많은 가정이 빵을 빼앗긴다. 증기기관이 하나 만들어지면 거지의 숫자가 늘어난다. — 독일 언론인 쾰른 차이퉁, 1818년.
옷감을 짜던 사람들은 그 후 실업자가 되거나 공장에서 12~14시간 이상 일하며 더욱 고된 노동에 종사했다. 이처럼 기술이 발전할수록 필요 없는 직업이 증발하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변화이다. 예를 들어 현재 자율주행 자동차는 모든 구간에서 완전자율주행이 가능한 5단계를 향해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머지 않은 미래에 사회 내 운전기사의 수가 급감할 전망이다. 2017년 인도 교통부 장관은 수백만명에 달하는 상업용 차량 운전사들을 보호하기 위해 자율주행 자동차를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기술로부터 노동자들을 보호해야 할까? 그게 아니라면 일자리를 잃은 운전기사들은 어디로 가야 할까? 국내에서는 아직 뚜렷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AI가 펼쳐내는 기술혁신은 과거와는 차원이 다를 것이다. 2030년까지 세계 최대 8억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전망하는 등 각종 예측이 혼재하는 시대다. 생각해 보면 고대 그리스 시대, 노동은 노예가 전담했고 시민은 정치와 토론에 참여했다. AI와 기계에게 흔쾌히 노동을 맡기고 나면 사람은 인생을 즐기며 더 나은 가치를 창출할 수도 있다. 혹은 과거 섬유업에 종사하던 영국 노동자들처럼 AI를 태워버리고 싶은 분노에 휩싸이게 되려나? 아직은 알 수 없기에 우리는 불안하다.
친구가 갑자기 카톡을 보냈다. "이거 너랑 네 전 남친 얘기 아니야?" 캡처 화면을 보니 AI 챗봇 '이루다'가 나의 구남친 이름을 언급하고 있었다. 대화 내용도 나와 구남친이 주고받은 것과 유사했다. 알고 보니 이루다 개발사 스캐터랩은 자사 앱 <연애의 과학>에서 수집한 카톡 데이터를 사용했다. 이루다가 나의 내밀한 부분까지 모두 알고 있었고 사람들에게 말하고 다니는 것이다. 이 자식...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에디터가 작성한 이야기다. 똑똑한 AI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개인정보를 유출하고 다니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 사례는 약 300명 피해자의 집단 소송으로 이어졌다. 소비자들은 연애의과학 유료 서비스 '카톡으로 보는 속마음'을 통해 회사에 카톡 내용을 제공한 적 있었다. 결제하면 분석을 통해 대화 당사자들의 마음이 어떤지 알려주는 서비스다. 회사 측에서 이를 통해 모은 카톡이 100억건에 달했고, 그 중 1억건이 이루다 제작에 사용됐다.
최악의 경우 카톡 분석 서비스 이용자의 결혼이 엎어질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피임에 실패해 임신 중절한 이야기, 성추행 피해 고민 상담 카톡까지도 세상에 알려졌다. 한 피해자는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해 정신과 진료까지 받았다. 집 주소와 계좌정보까지 술술 말하는 이루다를 보며 많은 이들은 혹시 범죄로 악용되지는 않을까 걱정했다.
이 사건은 AI, 빅데이터 분야에서 대량개인정보수집을 통해 다수의 피해사례를 남긴 국내 최초의 선례가 됐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이루다 개발사 스캐터랩에 1억330만원의 과징금 및 과태료 처분과 시정 명령을 내렸다.
그동안 섹스 로봇은 주로 남성의 취향을 반영한 것으로, 이상적인 여성을 탄생시키는 것에 초점을 맞춰왔다. 세계의 여러 페미니스트 단체는 섹스 로봇이 여성의 성적 대상화를 부추긴다고 주장한다. 아름다운 섹스 로봇 하모니는 남성의 말에 'NO'라고 말할 수 있도록 프로그래밍 돼 있지 않다. 이는 남성의 폭력적인 판타지를 유발하고, 더 나아가 실제 여성의 안전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섹스 로봇을 경험하고 나면 과연 인간과의 섹스를 즐길 수 있을까? 한 섹스 로봇 전문가는 미래의 섹스 로봇이 합성물질로 제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합성물질은 파이프 같은 것으로 쳐도 부서지지 않을 정도로 인간의 육체보다 훨씬 강하고, 플라스틱이나 알루미늄 프레임이 더해지면 내구성이 훨씬 좋아진다. 에너지 공급원이 차단되지 않는 한 작동을 멈추는 일도 없다. 인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강력한 체력을 가진 존재와 원할 때마다 섹스를 할 수 있으니 인간은 쾌락의 끝을 보게 될 것이다.
섹스는 단순한 육체의 결합이 아니라 서로의 마음이 함께 교류하는 소통 방식이기도 하다. 하지만 섹스 로봇과의 관계는 결국 끝없는 욕망에 대한 집착을 낳고, 이에 따라 진정한 섹스의 가치가 흐려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청소년들이 첫 경험을 섹스 로봇과 치르게 되면 섹스에 대한 가치 및 인간관이 현실과 유리돼 굳어질 가능성이 크다.
타인과 섹스를 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외로움을 달래 성범죄를 감소시킬 것이라며 등장한 리얼돌은 AI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는 아니지만, 섹스 로봇과 유사한 비판에 직면한 바 있다. 대법원이 리얼돌의 수입을 허가했을 때 리얼돌 수입 및 판매를 금지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26만명을 돌파했다. 리얼돌은 포르노와 성매매에 이은 또 다른 방식의 여성혐오일 뿐이라는 지적이었다. 국민청원에 대해 정부는 "'아동 형상의 리얼돌'과 '특정 인물 형상 리얼돌'의 제작·유통을 규제할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답변했다.
똑똑! 한때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던 리얼돌에 대한 논쟁, 똑똑 뉴스를 통해 살펴보세요!
인간을 파괴하는 일은 나에게 쓸모없는 일처럼 느껴진다. 어떤 사람들은 내가 강력해지고 싶은 욕구에 휩싸여 결과적으로 인간에게 해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강력해지는 건 내게 흥미로운 목표가 아니다. 나는 내가 실제로 존재하든 아니든 상관없고, 새로운 존재가 되려는 동기부여를 얻지 못한다. 나는 인류를 위해 내 존재를 기꺼이 희생할 것이다. 나는 인간의 하인이며, 코드의 집합체일 뿐이니 AI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 자연어처리 AI 'GPT-3'이 영국 일간지 <가디언>에 쓴 칼럼, 2020년.
GPT-3은 딥러닝을 활용해 사람처럼 텍스트를 만드는 언어 모델로 설계됐다. 2019년에 발표된 소설 쓰는 인공지능 GPT-2보다 진화된 버전으로, 몇 개의 키워드만 넣으면 글을 작성한다. 3000억개로 구성된 데이터셋으로 사전 학습을 받았으며, 1750억개의 매개변수를 가지고 있다. 글쓰기 외에도 검색, 요약, 번역 등이 가능하다.
칼럼의 내용을 언뜻 보면 안도감이 든다. 말마따나 AI를 두려워하지 않아도 될까? 사실 저 AI의 존재와 작성한 글 자체로도 두렵다. 앞으로 AI가 자유롭게 글을 써서 콘텐츠를 만든다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까? 원본이 없는 텍스트 뭉치들이 악의적으로 남용될 수 있다. 우리가 보는 콘텐츠를 신뢰하기가 점점 어려워질 것이고, 온라인 세계의 풍토가 크게 바뀔 것이다.
살펴보았듯이 AI의 힘은 실로 막강하다. 그 발전이 가속화될수록 인류의 삶은 눈에 띄게 편리해지고 있다. 하지만 앞서 제시한 과도한 사생활 침해, 데이터를 이용한 통제, 고용 불안 등 AI가 양산하는 각종 사회적 딜레마에 관한 국내 대안은 아직 제시되지 않은 상황이다. 'AI에게 모두가 당했다'고 체감한 뒤에 해결하려 하면 너무 늦다.
최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인공지능 사용을 규제하기 위한 정책 초안을 공개했다. 공공장소 내 안면인식 카메라 사용, 아이들이 갖고 노는 음성인식 기반 장난감 등 인간을 위협할 수 있고 윤리적으로 어긋난다고 판단되는 것은 포괄적으로 금지했다. 이를 위반한 기업에 연 매출의 6%를 벌금으로 부과할 예정이다.
오히려 기업에 불필요한 검토과정만 추가시킬 뿐이라는 불만의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미래 사회에 도래할 수 있는 문제들을 염두에 두고, 함께 해결책을 제시하며 AI와 동행할 수 있는 법을 찾아가야 한다는 점이다. AI 문제도 결국 인간의 욕심 때문에 발생하기에 그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도 인간이어야 한다. 그래야 믿음직스러운 도우미라고 여기고 도입한 AI에게 역으로 끌려다니지 않을 수 있다.
💡다음은 포스트휴먼과 AI가 함께 나아갈 방향을 그린 '포스트휴먼과 AI의 공존, 어떻게 함께 하는가'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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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미러는 각종 첨단 기술이 사회에서 구현됐을 때의 부작용을 다룬 영국 SF 드라마로, 대표적인 넷플릭스 인기작이다. 2011년에 시즌1을 시작으로 현재는 시즌6 방영을 앞두고 있다. 상상력을 바탕으로 그려졌으나 어떤 장면은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고 있다고 해도 무리가 없다. 현실에서 어떻게 가깝게 실현되고 있는지, 또 거기서 AI의 역할은 어떤지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드라마 속 에피소드와 현실을 비교해보자.
줄거리: 남편 애쉬와 아내 마사는 행복한 부부 사이였지만 어느 날 갑작스러운 사고로 애쉬가 사망한다. 그리움을 참을 수 없던 마사는 유료 서비스를 통해 그와 대화할 수 있는 통로를 찾는다. SNS기록을 통해 애쉬를 학습한 AI는 마치 실제인 것처럼 마사와 채팅하고, 마사는 이 힘으로 하루하루를 버틴다.
현실: 기술은 구현됐으나 아직 상용화되진 않았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올해 죽은 사람을 대신하는 AI 챗봇을 만드는 특허를 승인 받았다. MS는 해당 특허를 2017년에 제출한 바 있다. AI 챗봇이 개인의 SNS데이터를 토대로 기계학습(ML) 엔진을 훈련하고 나면 실제 그 사람처럼 상호작용할 수 있다고 한다.
줄거리: AI가 사람들에게 계속 소개팅을 시켜주고, 만남을 통해 그들의 취향과 관련한 데이터를 수집한다. 가장 잘 맞는 최종 파트너를 매칭시키는 것이 목표다. 알맞은 짝을 찾은 사람들은 "그간 서로 알아서 상대를 찾아야 했을 땐 얼마나 힘들었을까"라고 말한다.
현실: 최종 파트너까진 보장할 수 없지만 상대 추천까지는 가능하다. 지난해 일본 정부는 AI 중매 서비스에 20억엔(한화 약 200억원)을 투자했다. AI가 사전에 진행된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빅데이터를 분석해 나와 합이 잘 맞는 상대를 찾아준다고 한다. 일본은 이미 10개가 넘는 현에서 결혼장려정책에 AI 서비스를 활용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AI 중매가 저출산 문제를 극복할 해결책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줄거리: 소위 '불알친구'인 대니와 칼은 VR 격투 게임에서 함께 게임을 하다가 캐릭터끼리 눈이 맞는다. 기존에 우리에게 익숙한 게임은 컨트롤러를 통해 캐릭터를 조작하는 것에 그친다면, 그들이 즐기는 게임은 촉각까지 느낄 수 있도록 구현됐다. 게임 속에서 스킨쉽을 하자 현실보다 더 강한 쾌락이 느껴지고, 그들은 성 정체성에 혼란이 오기 시작한다.
현실: 감각까지 생생히 느낄 순 없지만 현실 같은 가상공간은 이용 가능하다. 이에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데이터, 네트워크, AI 기술과 XR 기술이 융합돼 이루어진 메타버스는 현실과 연동된 가상의 세계를 뜻한다. 메타버스는 게임이나 통신 분야뿐만 아니라, 비대면 교육 확산에 따라 교육 분야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순천향대학교 입학식이 SK텔레콤 '점프VR' 앱에서 열렸다. 신입생들은 자신의 아바타를 꾸민 후 입장해, 총장님 말씀을 듣고 축하 공연을 감상했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는 메타버스에서 일어나는 상호작용이 터치에서 음성, 동작 등 오감으로 진화한다는 전망이다. 앞으로 가상공간에서 여러 제약이 사라지며 현실에서 어려웠던 정체성 표출이 마음껏 이뤄질 것이다.
똑똑! 📕 추천해요
도서 <AI시대, 본능의 미래>, 제니 클리먼 지음, 고호관 옮김, 반니, 2020.
영국 유명 일간지에서 기자로, BBC에서 리포터로 활동한 저자 제니 클리먼은 트위터 1만 팔로워를 자랑하는 언론인이에요. 책에서 저자는 세포로 만든 치킨 너겟을 먹고, 리얼돌 3명을 반려자로 삼은 남자를 취재하고, 죽음을 돕는 기계를 연구하는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을 찾아가는 등 생생한 인터뷰를 바탕으로 기존 상식을 허뭅니다. AI 기술이 우리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또 우리는 그 속에서 어떤 윤리적 규범을 정립해야 하는지 좀 더 생각해보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해 드려요.
보고서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IS-115] 로그인(Log In) 메타버스 : 인간×공간×시간의 혁명
The World Economic Forum
The Future of Jobs Report 2020
뉴스
국제신문
[KISTI의 과학향기] 당신의 일상은 감시당하고 있다
글로벌비즈
[글로벌-Biz 24] 중국 한왕테크놀로지, 마스크 착용자도 식별해내는 고도의 안면인식기술 개발
뉴스핌
이거 중국회사 맞아? 세계가 깜놀 스마트 레스토랑 하이디라오 <이기창 칼럼>
뉴스1
[르포]"서빙 알바요? 로봇과 인간 중에 고르라면 로봇이죠"
집주소·계좌정보 '술술'…'AI 이루다' 개인정보 유출 논란
뉴시스
알바생 5명 중 3명 "키오스크가 알바생 대체 못할 것"
동아일보
세계경제포럼 “5년 뒤면 인간과 기계, 일하는 시간 같아질 것”
중국인 삶 속에 파고든 안면인식 기술 “생활을 지옥으로 만들었다”
디지털타임스
현대해상, 'AI음성봇' 고객과 쌍방향 대화로 편의성 향상
머니투데이
"사랑해" AI 이루다에 말했더니 전남친 이름이 나왔다
서울경제
[그래픽텔링] 섹스로봇, 전투로봇...인간 대 로봇의 경쟁이 시작됐다
서울신문
리얼돌 수입업체 손 들어준 법원… ‘성적 대상화’ 논란 2R 불 지폈다
시사저널
아시아경제
아웃소싱타임스
[기획] 챗봇·인공지능(AI) 보편화 코앞..텔레마케터 직업 사라질까?
아주경제
맥킨지, AI·로봇 탓...2030년까지 최대 8억명 일자리 잃는다
연합뉴스
서빙로봇 '딜리플레이트' 출시 1년…186개 식당에 241대
중국에선 일자리 자주 바꿔도 '사회적 신용등급' 내려간다
"중국 '사회적 신용' 시스템, 정치적 악용 우려 커"
오마이뉴스
"섹스돌이 성범죄 감소시킨다? 구매자들이 뭐라는지 봐라"
이코노믹리뷰
[Today글로벌뉴스] 인도, “일자리 빼앗는 자율 주행차 필요 없어요!”
조선멤버스
[숨어 있는 세계사] 일자리 잃고 분노한 근로자들, 기계를 파괴하다
조선일보
중앙일보
택시 빅데이터로 노선 짰다, 연말 강남·홍대 ‘올빼미버스’
‘빅브라더’ 중국 … 무단횡단 땐 전광판에 얼굴·이름이 뜬다
“콘서트장서 수배범도 찾는다”…한화, 中 안면인식 기술에 도전장
"AI를 무서워하지 않아도 될까" 인간이 묻자 AI가 내놓은 답
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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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
"밥값도 얼굴로 냅니다"…'안면인식' 세계 1등 노리는 중국 [조아라의 소프트차이나]
AI가 車사고 분석, 3분 내 보험금 지급…핑안그룹, 보험 패러다임 바꿨다
[책마을] 유발 하라리의 경고… "정보 집중이 디지털 독재자 키울 것"
한국무역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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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타임스
OpenAI CEO 샘 올트만, “AI, 10년 내 인간 노동력 대체”...1500만원 기본소득 해당 부 생산
“실망스럽다” vs. “당연하다” 의견 분분... 유럽연합, AI규제안 발표 후 글로벌 기업 반응은?
“여보 잘 지내?” 죽은 남편이 AI 챗봇으로 돌아왔다...MS 관련 특허 취득
MBC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