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화에서 이슬람은 단지 종교적 신념을 넘어 이를 따르는 국가와 사회의 행동 준거가 된다고 이야기한 바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슬람의 주요 교리를 이해하는 일은 이슬람 국가와 무슬림들의 사고 및 행동방식을 파악하는 일과 다르지 않은데요. 과연 그들은 어떤 가치관을 공유하고 행동하는지 그 의미와 체계를 살펴봅니다.
이슬람의 신자인 무슬림은 일생 동안 알라의 가르침을 실천하기 위해 스스로의 투쟁을 이어갑니다. 이를 '지하드'(Jihad)로 부르는데요. 흔히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의 입에 곧잘 오르내려 종교적 전쟁인 성전(聖戰)의 의미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지하드는 단지 이슬람 세력 확장을 위한 물리적 전쟁만을 뜻하는 표현은 아닙니다. 대다수 무슬림 학자들은 오히려 알라의 뜻을 실현하는 개인적 정진과 노력을 더 큰 지하드로 해석합니다. 지하드를 통해 생에 베푼 선행은 천사에 의해 기록되고, 이는 죽음 이후 천국에 가느냐 지옥에 떨어지느냐를 판가름하는 기준이 됩니다. 이것이 이슬람의 기본적 구원관입니다.
이러한 이슬람의 구원관은 철저히 자기 의무를 강조합니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절차나 과정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스스로의 수행이 중요하죠. 이슬람이 타 종교에 비해 상대적으로 실용주의적 면모를 띠는 이유기도 합니다. 지난 화에서 지적했듯 이슬람엔 사제도 교회 기관도 없습니다. 모두가 알라 앞에 평등하고 또 직접 소통하기 때문이죠. 또한 모든 일은 알라의 뜻대로 발생한다고 보지만 이성과 자유의지에 따라 일정 부분 스스로 책임지는 정명론(定命論)적 성격을 지닌 것도 이슬람에서 개인의 주체적 수행이 강조되는 이유입니다.
이슬람에서 첫째가는 권위를 지니는 것은 경전 쿠란입니다. 쿠란은 이슬람 사회의 정치·경제·사회·문화·생활 규범 등 삶과 인식 전반을 아우르는 광범위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슬람의 창시자 사도 무함마드는 천사 가브리엘로부터 하느님(알라)의 말씀을 전해 듣고 이를 외워 포교에 사용했다고 하죠. 무함마드는 문맹이었기 때문입니다. 아랍어로 '읽어야 할 것' '낭송해야 하는 것'을 뜻하는 쿠란은 즉 읽는 경전, 독경입니다.
무함마드는 죽을 때까지 수차례에 걸쳐 계시를 받았으며, 쿠란은 그의 제자와 추종자들이 이를 기록해 책으로 만든 것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무함마드의 입에서 낭송된 경전이기에 다소 거친 문장으로 이뤄졌음에도 오늘날까지 수정이나 편집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이는 신성한 신의 메시지이기 때문에 변질과 훼손을 우려했기 때문입니다. 같은 이유에서 쿠란은 심지어 다른 언어로의 번역도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습니다.
쿠란이 단 한 차례 계시를 바탕으로 쓰인 게 아니기 때문에 그 내용은 시기에 따라 조금씩 다릅니다. 무함마드가 메카에서 계시를 받은 초기에는 신의 유일성과 인간의 도덕적 의무, 미래에 다가올 심판을 정열적으로 노래하는데요. 이후 메디나로 이주해 이슬람 종교 공동체인 움마를 꾸리면서부터는 신학적 신조, 민·형법 규정을 포함한 법률, 입법적인 내용까지 포함합니다.
쿠란에서 적절한 지침을 찾기 힘든 경우 보조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로 사도 무함마드의 말과 행동을 기록한 하디스입니다. 쿠란을 해석하고 보완하는 역할을 하는 건데요. 쿠란이 법전의 역할을 한다면 하디스는 실질적인 적용 사례를 비추는 판례와 비슷하달까요. 물론 그 기준이 되는 사례는 무함마드 한 사람뿐이지만요.
하디스가 쿠란 다음으로 권위를 지닐 정도로 이슬람 사회에서 무함마드는 신성한 인물입니다. 무슬림들은 그를 알라의 뜻을 그대로 실천하는 완전무결한 인간으로 믿죠. 이슬람이 유대교, 기독교와 일신론적 종교관을 공유하듯 예언자로 인정하는 것이 무함마드 한 사람은 아닙니다. 그러나 무함마드가 신의 말씀을 마지막으로 받은 예언자로 보죠. 그렇기 때문에 종래 예언자가 전달하는 계시 내용은 낡고 뒤떨어졌으며, 무함마드를 통해 내려온 계시가 가장 어려운 시기에 내려온 가장 새로운 지표라고 해석합니다. 모세나 예수 등 이전의 선지자도 인정하지만 무함마드가 전하는 내용이 가장 완전한 최신 버전이라는 거죠. 이슬람이 인정하는 경전이 쿠란만은 아니지만 가장 완전한 경전은 쿠란으로 보는 이유와도 같습니다.
이슬람 사회에서 실질적으로 법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샤리아입니다. 샤리아 법체계는 쿠란과 하디스 그리고 순나(Sunnah)로부터 비롯하는데요. 여기서 순나는 '많은 사람이 가는 길'이라는 뜻에서 관행을 의미하며 이슬람 예언자의 언행과 관습을 기록한 것입니다. 하디스가 순나의 모태가 되는 기본 자료라고 할 수 있죠. 약간 케이스가 다양해진 '판례'랄까요.
샤리아는 '모든 사람이 따라야 할 밝은 길'이라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쿠란이나 하디스, 순나에서 답을 끌어낼 수 없는 경우 이슬람 종교학자들이 그 특정 주제나 질문에 대한 지침으로 판결을 내릴 수 있습니다. 이는 무슬림의 모든 일상생활에 관여할 수 있는데요. 예를 들어 어떤 파티에 초대받은 무슬림이 참석을 고민할 경우 샤리아 학자에게 조언을 구해 행동하면 이슬람의 법적 경계를 지켰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금융이나 사업, 가족에 대한 법률 역시 무슬림들이 일상생활에서 샤리아에 지침을 구하는 대표적인 분야입니다. 샤리아는 모든 무슬림이 지켜야 할 생활 규범으로서 무슬림의 삶 모든 부분을 신의 뜻에 따르도록 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샤리아는 두 가지 분류로 범죄를 구분합니다. 중범죄로 형량이 정해져 있는 '하드'와 판사의 재량에 따라 형량을 정하는 '타지르'인데요. 절도를 한 경우 손을 자르고 불륜을 저지르면 돌로 쳐 죽이는 등 가혹한 형벌을 허용하는 것이 하드입니다. 대부분 쿠란에서부터 규정된 형벌이 변치 않고 적용되는 경우죠. 일부 무슬림 국가에선 엄격히 적용하지만 무슬림 사이에서 하드에 대한 여론은 분분합니다.
타지르는 쿠란에 명문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은 경우입니다. 이를테면 몸을 가리는 보수적인 복식에 대한 지침은 쿠란이나 하디스, 순나에서 공통적으로 드러나지만, 히잡을 써야 하는지 부르카를 착용해야 하는지 등 해석과 적용은 국가와 학파마다 다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판결이 매우 복잡하며 집행 역시 이를 수행하는 전문가의 수준과 훈련에 의존하죠. 샤리아는 신앙생활은 물론 이슬람 사회의 모든 계율을 기본법, 대인법, 재산법, 형법, 절차법 등으로 나눠 포괄합니다.
이외에도 이슬람 교리에는 신앙의 근간이 되는 여섯 가지 믿음과 이를 실천하는 다섯 개의 '기둥'이 존재합니다. 여섯 가지 믿음, 육신(六信)은 '유일신 알라에 대한 믿음' '알라에 봉사하는 영매인 천사에 대한 믿음' '성전(聖典)에 대한 믿음' '예언자 또는 신의 사도에 대한 믿음' '최후 심판에 대한 믿음' '정명(定命)에 대한 믿음'으로 나뉘는데요. 이를 실천하는 다섯 가지 행동을 오행(五行)으로써 무슬림이 따라야 할 다섯 가지 종교적 의무로 규정합니다. 이슬람을 떠받치는 행위라는 의미에서 다섯 가지 기둥으로 부르기도 하죠.
라 일라하 일랄라, 무함마드 라수룰라. (알라 이외에 신은 없으며 무함마드는 알라의 사도이다.)
이슬람을 따르겠다는 선서입니다. 샤하다를 낭송함으로써 비로소 이슬람에 입교해 무슬림이 될 수 있습니다. 샤하다의 낭송은 위의 여섯 가지 믿음 또한 받아들이는 의미가 있습니다. 핵심이 되는 첫 번째 기둥인 만큼 수행하는 데 있어 여섯 가지 원칙 또한 존재하는데요. 소리 내서 외워야 하며, 뜻을 완전히 이해해야 하며, 진심으로 믿어야 하며, 죽을 때까지 고백해야 하며, 틀리지 않아야 하며, 항상 주저 없이 외워 고백해야 합니다.
무슬림은 오늘날 사우디아라비아에 위치한 메카의 카바 신전을 향해 하루 5번 기도해야 합니다. 꼭 이슬람의 예배당인 모스크는 아니더라도 번잡하지 않고 깨끗한 곳에서 해야 합니다. 엎드려 기도하는 살라트 행위는 알라 앞에서 스스로 하찮은 존재라는 걸 인식하고 자만심과 이기심을 버리게 하는 가르침의 의미를 담고 있죠.
지난 화에서 언급하기도 한 기독교의 십일조와 유사한 자카트입니다. 수입의 2.5%를 고아나 불우이웃에게 내어놓는 일인데요. 일부를 자카트를 통해 베풀면 나머지 재산은 정화받는다는 믿음이 있습니다. 오늘날에는 과도한 재산 축적을 경계하고 빈민을 구제하는 구빈세 성격의 세금의 의미에 가깝습니다.
'라마단'으로 익히 알려진 한 달 동안의 금식입니다. 굶주림의 고통과 가난한 이의 마음을 느끼기 위한 행위로써 자비에 대한 가르침입니다. 이 기간의 금식을 통해 그 해 저지른 모든 죄를 보상받는다고 하죠. 이슬람력 9월 한 달 동안 해가 뜰 때부터 질 때까지 금식합니다. 이슬람력 9월이 아랍어로 라마단입니다.
무슬림은 건강과 재정이 허락하는 한 태어나 한 번은 이슬람의 성지 메카에 순례해야 합니다. 무슬림의 일체성과 유대를 증진하기 위한 행위로써 631년에 무함마드가 메카를 순례한 것이 유래입니다. 날짜가 정해져 있는데, 이슬람력 12월 8일에서 10일이 핫즈 기간입니다. 이 때가 되면 메카의 카바 신전은 무슬림으로 인산인해를 이루죠.
💡 다음은 오늘날 극단주의 무장단체를 중심으로 이슬람이 어떻게 오용되는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 살펴본 '이슬람의 왜곡'이 이어집니다.
도서
<세 종교 이야기>, 홍익희 지음, 행성B잎새, 2014.
<이슬람>, 카렌 암스트롱 지음, 장병옥 옮김, 을유문화사, 2012.
뉴스
BBC NEWS 코리아
아프간에 부활하는 '샤리아법'...여성인권 우려되는 이유
웹
대순회보 종교산책 제117호
삼성 뉴스룸
[전문가 칼럼] 이슬람 문화의 이해: 편견과 오해를 넘어
주 이집트 대한민국 대사관
NANCEN 난민인권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