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의 노트
살다 보면 누구나 겪는 전월세 계약. 과정은 고난의 연속이죠. 허위매물 가려 집 알아보고 돈이 모자라면 대출까지 받느라 갖가지 서류도 준비하죠. 계약할 집주인이 빚이 많아 혹 보증금을 떼일 가능성이 있는지 등기부등본도 떼보고요.
계약날도 바쁩니다. 전입신고며 확정일자까지 한 큐에 끝내고자 공인중개소에서 주민센터로 날듯이 달려가곤 하는데요. 이 과정이 앞으론 '라떼는 말이야'로 포문을 열어야 하는 추억이 될 듯합니다.
왜 중요한가? 🔥
살면서 전월세 계약은 누구나 하기 마련이다. 제대로 알아두면 임차인은 계약에 도움받고 임대인은 혹여 신고를 하지 않아 물 수 있는 과태료를 피할 수 있다.
쫀쫀해진 보증금 보호: 기존 세입자가 보증금을 보호받기 위해서는 전입신고에 더해 확정일자 받는 과정이 필요했다. 집주인의 채무 상태에 따라 보장 순위가 밀리는 걸 방지하기 위함인데, 자발적 신고여서 깜빡하는 세입자도 있었다.
계약 정보 OPEN: 신고된 전월세 계약정보는 이후 데이터 전산망으로 구축돼 공개열람할 수 있다. 다양한 매물 정보를 바로바로 비교할 수 있어 부동산 거래의 편의와 투명성이 오른다.
임대차3법의 마지막 퍼즐: 전월세신고제는 주거 안정과 세입자 편의를 위한 임대차3법의 마지막 법안이다. 지난해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가 시행된 이후 전세매물이 줄고 전셋값이 오른 터라 이번 전월세신고제 시행이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큰 그림
청사진
전월세신고제 시행 배경 및 내용
전월세신고제 = 전월세 현황 제대로 파악하겠다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가 없었어: 그간 매매계약과 달리 임대차계약은 신고 의무가 없었다. 따라서 정확한 임대 현황 파악이 어려웠고 집주인 부르는 대로 시세가 되는 경우도 적잖았다. 2020년 기준 파악된 임대차 정보는 전세 48%, 월세 23%에 불과했다.
뭘 갖고 파악하라고: 그동안 정부는 임차인의 확정일자 및 세액공제, 등록된 임대 사업자의 신고 자료에 의지해 제한적으로 임대 현황을 파악할 수밖에 없었다.
핵심 정리👉: 요점은 가능한 모든 임대차 계약을 파악해 투명한 시장을 만들겠다는 것. 향후 정책 추진의 자료 및 근거로 삼고, 대중에도 공개해 전월세 거래 투명성도 제고하겠다는 취지다.
- 계약 자체를 신고하니 계약 날짜를 확인하기 위함이었던 확정일자가 필요 없어지는 건 덤.
- 임대차3법 중 가장 늦게 시행되지만 시장을 투명화하는 성격상 다른 2법보다 선행됐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OK, 그래서 어떻게 하는 건데
Q n A, 질문 있어요!
- 집주인이랑 세입자, 누가 가야 해?: 계약서에 둘 모두의 서명이 있다면 아무나 한 명이 제출해도 된다. 공인중개사에게 위임도 가능.
- 주민센터 꼭 가야 해?: 부동산거래관리시스템에 접속해 온라인 신고도 가능.
- 날짜만 바뀌는 갱신계약도 신고해?: 금액 변동 없는 갱신계약은 안 해도 된다.
- 나 쫌 예리한 독잔데... 6000만원? 근거가 뭐야?: 확정일자 없이도 최우선변제 받을 수 있는 보증금의 최소금액이 6000만원. (서울 1억5000만원, 경기 및 세종 1억3000만원, 광역시 7000만원, 그외 지역 6000만원)
미신고 시 과태료 얼마?
금액 규모 및 미신고 기간에 따라 4만원에서 100만원이 부과된다. 내용을 속여 신고할 경우 과태료는 100만원이다.
- 당장은 봐드려요: 앞으로 1년(2022년 5월31일까지)은 계도 기간으로 삼아 과태료를 부과하지 않는다.
전월세 계약정보 활용 계획
신고된 전월세 계약정보를 실시간으로 열람할 수 있는 전산 시스템을 구축해 오는 11월 시범 공개할 예정이다. 은행 및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연계해 전세대출 과정에 활용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 전세자금대출 간편해져: 기존에는 전세대출을 위해 계약서 및 증빙자료를 은행에 제출해야 했는데, 신고로 등록된 계약정보를 활용하면 이 과정을 생략하거나 간소화할 수 있다.
똑똑! 전월세신고제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국토교통부 보도자료
이슈와 임팩트
전월세신고제 예상 효과 및 우려
임차인 보호받고 편해져
내용만 놓고 보면 세입자 편의는 확실히 오른다.
보증금 보호: 국토부 답변에 따르면 임차가구 중 확정일자를 받는 비율은 3분의 1 정도였다. 그간 확정일자를 잘 받지 않았던 소액·단기·갱신계약에도 확정일자가 부여된다.
시간 보호: 확정일자를 받기 위해 일과 중 주민센터 방문해야 할 번거로움이 사라졌다. 온라인으로도 가능하고 공인중개사가 처리해준다. 소정의 수수료도 없어졌다.
전월세 거래 현황 데이터베이스 확보
신고된 계약정보가 데이터로 구축돼 전월세 거래 현황을 투명하게 파악할 수 있다. 시장 거래의 편의를 높이며, 향후 부동산 정책 수립 및 검증에도 요긴하게 활용된다.
Before: 확정일자 받은 일부 계약 건을 집계해 계약일, 계약금, 면적 같은 정보만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After: 계약기간, 신규·갱신 계약 여부, 기존 계약대비 임대료 증감액 등의 정보를 확보할 수 있다. 국교부는 이를 통해 지역·시점별 예상 물량, 계약 갱신율, 임대료 증감률 등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정확한 시세 파악
대다수 전월세 계약이 집계돼 정보 전산망에 오르기 때문에 시세 파악이 용이해진다.
- 임차인은 적정 거래가를 확인할 수 있어 집 구하는 데 도움된다.
- 임대인도 임대료 책정에 도움받아 공실 위험을 줄일 수 있다.
- 집계 정보가 부족해 들쭉날쭉했던 전세가의 기준이 잡히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정확한 과세
임대차 계약 신고 의무화 이전 정부 눈길을 피했던 납세도 잡아낼 수 있다.
- 신고, 등록하지 않아 집계 밖에 있던 임대 소득 과세가 가능해진다.
- 자식에게 전셋집 구해주는 방식으로 세금을 물지 않고 재산을 양도한 편법 증여도 막을 수 있다.
투명해지면 돈 더 내야 하나요?
임대인으로서는 썩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그동안 임대 소득세를 내지 않았던 집주인도 꼼짝없이 전월세 계약이 공개되기 때문이다.
- 임대 소득 노출을 꺼려 아예 매물을 내놓지 않는 매물잠금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미신고 과태료 액수가 그리 크지 않아 신고를 안 할 가능성도 있다.
- 전월세신고제로 확보한 정보를 또 다른 과세 지표로 활용하리라는 우려도 있다.
- 국토부는 전월세신고제가 임대 소득 과세나 추후 과세 자료 활용과 무관하다며 선 그었다. 국세청에 과세정보로 넘기지 않겠다는 표현이다.
결국엔 세입자 피해?: 임대인의 세금 부담이 월세나 전세 보증금으로 세입자에게 전가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나온다.
스탯
작년 한 해 떼인 전세금 4000억, 원인은 '갭투자'
지난해 10월 HUG 집계 기준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떼인 사고 금액은 4000억원에 달한다. 집값이 상승하자 전세금과 매매가 차액이 적은 집을 전세를 끼고 매입해 이후 차익을 노리는 '갭투자'가 성행한 탓이다. 실상 대출과 전세보증금으로 마련하는 집이다. 이후 자금상황이 악화되거나 은행 이자를 감당하지 못한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세입자에게 돌아간다. 집이 경매로 넘어가면 은행에 변제순위가 밀려 보증금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걱정거리
이해관계자 분석
하나같이 걱정 한가득
정부: 임대차3법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이자 지난 총선 공약이기도 했다. 도입에 대한 의지는 여러 차례 내비쳤다. 지난 4월에는 한 달간 시범운영도 마쳤다. 먼저 시행된 임대차 2법 성과에 대한 국민 불만도 여전한 상태에서 이번 전월세신고제까지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하면 현 정권의 부동산 정책 평가는 완전히 돌이킬 수 없어 잘 시행하고 싶다.
세입자: 취지는 좋다. 계약도 간편해지고 잘못 계약했다 보증금 날리는 '깡통전세' 사례도 많은 차에 든든하기도 하다. 이후 공개될 전월세 계약정보도 기대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역시 매물과 가격이다. 집주인들이 어떻게 나올까 두렵다.
집주인: 우리만 죽어 나가고 있다. 종합부동산세 인상, 공시지가 상승, 2000만원 이하 임대 소득에 대한 과세 등으로 이미 보유세 부담이 크다.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로 보증금도 못 올려, 매물도 못 돌려 불만이 이만저만 아니다. 이제 계약도 신고하라는데 또 과세인지 두렵다. 단기계약이나 다가구계약의 경우 신고를 자주 해야 하는 불편도 있다.
중개업자: 매매와 달리 계약 변동이 잦은 전월세를 일일이 신고하라니 피곤해지게 생겼다. 가뜩이나 전세 매물이 없는데 세금을 우려한 집주인들이 전셋값을 높이리라고 본다.
진실의 방: 팩트 체크
등록되지 않은 임대사업자 얼마나 될까?
2017년 정부가 추정한 잠재적 주택 임대사업자는 400만명인 데 반해 현재 등록된 임대사업자는 약 170만명이다. 이외에는 미등록 상태로 임대 소득을 거두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자체 임대사업자 등록은 선택사항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말 기준 신고된 임대 주택의 비율도 전체의 30%에 못 미친다. 71.7%에 달하는 24만2740가구의 임대 소득에 대한 자료가 없다. 임차권 등기나 확정일자를 신고하지 않으면 임대차 계약에 대해 파악할 수 없던 탓이다.
말말말
일기예보
타임머신: 과거 사례
먼저 시행된 임대차 '2법', 매물 줄고 가격 올라
임대차3법: 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상한제·전월세신고제를 골자로 한 주택임대차보호법 및 부동산거래신고법 개정안이다. 이 중 '2법'은 지난해 여름 먼저 시행됐다. 계약갱신 시 상한금액을 5% 이내로 제한한 전월세상한제와 세입자가 원할 경우 2년 더 계약을 연장할 수 있는 계약갱신청구권제다.
현재 성적표는?: 전세매물이 줄고 전셋값이 올랐다.
이유: 가격이 안정적으로 잡히려면 매물이 많아야 한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로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다 보니 큰돈을 묶어두기보다 다달이 월세를 받기 선호하게 됐다. 올릴 수 있는 보증금 액수가 제한된 점도 월세로 전환하는 선택을 부추겼다.
계약갱신청구권으로 연장된 계약 기간은 매물의 순환율을 낮췄다. 기존 세입자가 거주를 이어간 만큼 시장 매물은 줄었다. 한번 계약하면 4년 동안 인상이 어려운 만큼 임대료를 미리 올려 내놓는 현상도 발생했다.
먼나라 이웃나라: 해외 사례
해외 주요 선진국 임대차 제도 어떨까
전세는 우리나라 외에는 찾아보기 힘든 임대차 제도다. 선진국에는 대신 월세로 빌려 사는 주거문화가 성행했다. 계약과 주거에 있어 세입자의 권리를 보장하려 노력한다.
- 독일: 계약해지사유가 발생하지 않는 한 세입자는 기간 제한 없이 거주할 수 있다. 임대료는 3년 동안 20% 넘게 올릴 수 없다. 주거난이 심한 곳에서는 신규 계약 임대료도 지역 평균에서 10%를 초과할 수 없다.
- 프랑스: 최소 3년의 임대차 기간이 보장되지만 이후에도 정당한 사유가 없다면 계약해지되지 않는다. 분기마다 소비자물가지수를 고려해 기준임대료지수를 발표해 임대료 인상도 이 안에서만 가능하다.
- 미국: 마찬가지로 계약갱신청구권을 인정한다. 임대료의 경우 건물 설립 시기에 따라 상이하다. 뉴욕은 주거난이 심각한 만큼 월세도 높은데, 비교적 오래전에 지어진 건물에는 임대료 상한선을 뒀다. 1974년 이전 지은 건물에 대해 임대료 상한선을 지정한 '렌트 스테블라이즈' 법으로 보호되는 뉴욕의 아파트는 절반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