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명실상부한 빅 키워드로 자리매김한 메타버스. 연일 다양한 뉴스에 오르내리고 책이나 영상 등 관련 분석도 쏟아지지만, 정작 명확한 이해는 쉽지 않습니다. 10월의 똑똑 리포트 주제는 메타버스입니다. 앞으로 한 달 동안 메타버스와 메타버스 시대의 의미, 메타버스가 활용되는 영역과 그 변화들을 짚어볼 텐데요. 그 첫 시간인 이번 화에서는 메타버스란 정확히 무엇이고 왜 떠올랐는지에 대해 살펴봅니다.
혜성처럼 출현한 메타버스의 화제성은 시간이 지나도 수그러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관련 이슈들과 함께 그 관심을 더해가고 있는데요. 로블록스, 포트나이트, 제페토와 같은 대표적인 메타버스 플랫폼이 계속해서 성장을 이어가는가 하면 SNS계의 공룡 페이스북은 수년 내에 메타버스 기업으로 전환하리라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애플, 엔비디아 등 세계 주요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도 관련 기술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죠.
우리나라 정부 역시 지난 7월 발표한 '디지털 뉴딜 2.0' 사업에 메타버스를 포함하고 내년부터 관련 산업을 집중 육성할 계획을 밝혔습니다. 현재로선 시장 전망도 밝습니다. 영국의 다국적 컨설팅기업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가 추산한 메타버스의 시장 규모는 2030년에 1조5429억달러(한화 약 1764조원)에 이릅니다.
'메타버스'(Metaverse)란 말이 처음 등장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30년 전입니다. 미국의 공상과학 소설가인 닐 스티븐슨이 1992년 출간한 소설 <스노우 크래쉬>를 통해서죠. 소설 속 주인공인 히로가 '아바타'를 통해 접속해 사회·경제적 활동을 영위하고 적들을 물리치는 가상세계의 이름이 바로 메타버스입니다.
지난 20년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면 미래 20년은 SF영화에서나 보던 일이 벌어질 것이다. 메타버스가 오고 있다. — 엔비디아 CEO 젠슨 황
오늘날 메타버스의 이름을 다시 꺼내 든 것은 엔비디아의 CEO 젠슨 황입니다. 엔비디아는 그래픽 카드로 시작해 인공지능, 반도체 업계의 패권을 다투고 있는 회사인데요. 그는 2020년 10월6일 열린 GTC(GPU Technology Conference) 기조연설에서 위와 같이 발언하며 메타버스의 시대를 선언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엔비디아는 당시 가상세계를 넘나들며 협업하고 실제 물리법칙에 근거한 실시간 시뮬레이션이 가능한 '옴니버스' 플랫폼을 선보인 바 있죠. 이를테면 자신들의 기술이 메타버스를 구현할 것이라는 야심을 드러낸 겁니다.
그렇다면 메타버스란 무엇일까요? 메타버스가 가상 또는 초월을 뜻하는 'meta'에 세계를 의미하는 'universe'가 붙어 만들어진 말이란 건 들어보셨을 겁니다. 그리고 이 안에서 현실과 상호작용하거나 사회·경제·문화 등 현실의 활동이나 기능을 영위할 수 있다는 것도요. 정리하면 메타버스란 현실과 상호작용하거나 현실의 기능을 영위할 수 있는 가상 또는 초월세계입니다.
여기서 meta의 해석을 두고 가상세계냐 초월세계냐 꼭 양분해서 따질 필요는 없습니다. 현실이 아닌 가상의 세계든 현실을 초월한 세계든 현재 우리가 또 다른 세계로서 구현하고 작동하는 것은 디지털 세계입니다. 먼 훗날 디지털 기술이 아닌 무엇으로 가상세계를 만들거나 현실을 초월하면 모르겠지만, 당분간 메타버스의 '세계'란 디지털 플랫폼입니다.
핵심은 물리적 제약을 벗어난 이 가상세계에서 인간과 사회에 필요한 기능을 확장하는 데 있습니다. 그러므로 가상과 현실이 융복합됐다거나 현실세계가 연장된 가상세계라는 표현 등은 그간 현실에서만 가능했던 일이 가상세계에서도 가능해졌다는 것을 가리킬 뿐입니다. 이러한 장(場)이나 속성 모두 메타버스로 뭉뚱그려 표현되는 측면은 있죠. 디지털 환경이 현실 기능을 수행하는 또 다른 세계로서 작동한다면 메타버스입니다. 이를 수행하도록 하는 기술도 메타버스죠.
메타버스는 사전적으로 정의되거나 합의된 용어는 아닙니다. 앞으로도 기술의 수준과 적용 영역이 발전함에 따라 현재 못 박아 정의하기 모호한 '회색 영역'이기도 하죠. 하나로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앞서 짚었듯 메타버스는 현상, 대상, 속성 등 다양한 프레임에서 지칭할 수 있으며 개인 관점에 따라 그 논의를 매우 이상적으로 확대해 늘어놓는 것도 가능하죠. 애초에 소설 속 세계관으로 등장한 용어기도 하고요. 지칭하는 것이 현상인지 속성인지 어떤 대상인지는 맥락에 따라 파악해야 하지만, 핵심은 현실이 아닌 가상세계에서 구현하는 현실적 기능입니다.
메타버스라는 말이 왜 힘을 얻고 쓰이게 됐는지 그 필요를 생각해보는 일도 개념 이해에 도움을 줍니다. 메타버스는 기존의 가상세계 개념보다 발전한 형태라는 말을 들어보셨을 겁니다. 여기서 '발전'했다는 것은 현실과의 경계를 허물기 시작했음을 가리킵니다. 과거 가상세계는 현실과의 경계가 분명했습니다. 가상세계에서 할 수 있는 일과 현실세계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엄밀히 구별됐죠. 그러나 기술의 발전으로 그 경계가 흐려지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는 수준에까지 다다르자 이들을 포섭하고 개념을 재정립할 필요에서 주목된 것이 메타버스입니다.
메타버스의 핵심은 디지털 세계의 확장입니다. 온라인이나 디지털 환경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진다는 소리죠. 점점 더 발전할 기술 인프라를 바탕으로 굳이 현실에서 할 필요 없이 디지털 환경으로 대체 가능해지는 것이 메타버스가 가져올 미래죠. 그것이 과거 가상세계에선 할 수 없었던 활동과 기능의 프레임이 넓어진 메타버스의 장입니다. 현재 메타버스가 주목받고 있는 것 역시 현실의 고유 영역으로 여겨졌던 경제활동이나 공연, 사회적 모임 등이 가상세계에서도 제법 훌륭히 수행할 수 있게 됐기 때문입니다.
메타버스를 연구하는 기술 연구 단체인 ASF(Acceleration Studies Foundation)은 메타버스를 구현 공간과 취급 정보에 따라 크게 4가지 유형으로 구분합니다. 구체적으로는 구현되는 공간이 현실 중심인지 가상 중심인지, 구현하는 기술의 정보가 외부 환경과 관련 있는지 이용자와 사적으로 관계있는지로 볼 수 있습니다.
메타버스는 이 4개 유형을 기반으로 형성됩니다. 각 유형은 독자적으로 발달했으나, 상호 배타적인 게 아니라 서로 연계되면서 이용자 경험을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융복합되고 공진화하며 구현하는 것이 바로 현재와 미래의 메타버스입니다.
현실에 CG나 시청각적 장치를 덧씌워 가상세계를 덧붙입니다. 현실에서 받기 어려운 감각을 증강시키는 게 목표로, 실제 공간 위에 가상의 정보를 겹쳐 현실세계를 확장한 것이죠. 포켓몬 고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개인이 현실에서 활동하는 정보가 가상에 연결돼 통합되는 형태를 가리킵니다. SNS나 브이로그처럼 일상적 경험과 정보를 기록하거나 저장한 세계도 포함하죠. 그밖에 웨어러블 디바이스로 신체 데이터를 연동하는 일도 라이프로깅에 속합니다.
가상공간에 외부의 환경정보가 통합된 구조입니다. 현실세계를 가상으로 재현한 것인데요. 구글맵이나 배달의민족, 줌과 같은 원격회의가 거울세계의 예입니다.
현실과 별개로 작동하는 완결된 구조를 갖춘 가상의 세계를 가리킵니다. 개인은 완전히 가상으로 구현된 가상세계에서 생활할 수 있죠. 로블록스, 제페토, 포트나이트 등 온라인 게임과 영화 <레디플레이어원> 등이 우리에게 친숙한 가상세계입니다.
메타버스는 어떤 새로운 기술이 아닙니다. 위에서 소개한 요소들 역시 첨단의 것이지만 최근에 생긴 건 아니죠. 이러한 개개의 개념과 기술이 합쳐져 발휘하는 시너지가 바로 메타버스인데요.
메타버스가 떠오르는 이유는 3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먼저 코로나19로 인한 언택트 기조 때문에 가상세계에서 현실적 기능을 해소해야 하는 사회문화적 필요입니다. 두 번째로는 산업적으로 요구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흐름에 맞춰 비즈니스 모델로서 디지털 세계를 기반으로 한 메타버스가 주목받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모바일 및 인터넷의 발전과 같은 기술적 뒷받침이 메타버스를 떠오르게 한 힘이죠. 큰 흐름에서 보면 팬데믹이 촉발한 언택트 전환 흐름에 기술적 제반 여건이 갖춰진 것이 메타버스 부상의 배경입니다.
도서
<메타버스 비긴즈>, 이승환 지음, 굿모닝미디어, 2021.
<메타버스의 시대>, 이시한 지음, 다산북스,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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