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시대의 의미

디지털 전환과 기술 발전이 여는 새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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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4.2021
박중현
에디터
에디터의 노트

메타버스를 주제로 한 첫 번째 이야기였던 지난 화에선 메타버스가 정확히 뭘 의미하는지 살펴봤습니다. 아직 성장 단계임에도 막대한 관심을 받는 메타버스는 현실의 기능을 확장하거나 대체할 수 있는 가상세계라는 점에서 주목받는데요. 똑똑 리포트 <메타버스 바로 보기> 2화에서는 메타버스가 떠오르는 이유와 그 중요성에 대해 조명합니다.

배경

디지털 전환의 흐름

지난 리포트 마지막에서 언급했던 메타버스 부상의 이유를 기억하시나요? 디지털 세계를 근간으로 한 메타버스는 코로나19,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제반 기술 충족이라는 3박자가 맞아떨어져 떠오르는데요. 팬데믹으로 인한 언택트 기조 속 새로운 연결 창구의 모색과 디지털 전환이 요구되는 사회·경제적 필요를 만족하는 것이 바로 메타버스인 셈입니다. 오늘날이라는 시점은 이를 가능케 하는 기술 발전이 잡아줬고요.

혁신과 경쟁력을 위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여기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대해서는 좀 더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코로나19를 극복하든 함께하든 언택트 기조엔 어쨌든 한시적 특수성이 있다고 본다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시대적 흐름입니다. 쉽게 말해 '디지털 전환'입니다. 디지털 기술을 사회 전반에 적용해 전통적 구조를 혁신하는 것을 가리키죠.

현재 주요 화두로 떠오른 쪽은 기업 경영입니다. 신기술을 통해 그간 물리적으로 운영했던 비즈니스 모델이나 서비스를 디지털로 전환하거나 디지털과 결합하는 게 주요 방법론입니다. 이 과정에서 과거 공정을 개선하거나 새로운 분야를 선점할 수 있죠.

엄밀히 말해 컴퓨터와 인터넷이 상용화되며 서서히 일어나던 현상입니다. 그러나 '전환'으로 일컬을 만큼 산업 전반에 적용하거나 핵심 데이터를 모두 디지털화하긴 쉽지 않았죠. 그러다 사물 인터넷(IoT), 빅데이터 관리 기술, 인공지능(AI) 등의 정보통신기술(ICT) 발전을 토대로 대대적인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아마존의 AI 디바이스 알렉사라든지 모바일앱으로 매장 주문 및 결제가 가능하도록 한 스타벅스의 사이렌 오더 서비스 등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가장 '통 큰'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사례는 비디오 대여점으로 시작해 세계적인 OTT가 된 넷플릭스겠고요.

의미

첨단 기술 산업이 집약된 무대, 메타버스

디지털 세계에 현실적 영역을 확대하는 메타버스 역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아이디어와 파편적 기술은 있었으나 이제야 붐이 이는 모습도 유사하죠. 물론 수준은 훨씬 더 못 미칩니다. 구현이 제한적이거나 AR이나 VR처럼 이를 구현하는 기술들도 갈 길이 멀죠. 최소한 지난 화에서 언급한 메타버스의 4가지 요소, 증강현실·라이프로깅·거울세계·가상세계(VR 포함)가 매끄럽게 융합되는 시점이 와야 보다 선명한 메타버스의 윤곽이 그려질 겁니다.

기술 체인으로 형성하는 메타버스 시장

선결 과제는 기술 발전인 셈입니다. 게다가 이 4가지 요소를 상용화하고 나아가 융·복합해 구현하려면 수준도 수준이지만 굉장히 많은 분야의 기술이 필요합니다. 이는 메타버스의 세계가 특정 소수 산업에 의해서가 아니라 ICT 밸류 체인이 유기적으로 구축될 때 구현됨을 의미합니다. 바꿔 말해 메타버스는 이들 기술이 집약되는 '시장'이기도 하죠.

앞서 '3박자'로 언급하기도 한 이 기술들을 풀어 말하면 AI,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 모바일 및 웨어러블 하드웨어 플랫폼, 초고속 통신(5G·6G) 플랫폼, 시스템 반도체(non-memory semiconductor) 등입니다.

메타버스 구현의 관점에서 들여다볼까요? 일단 유저 중심의 메타버스 세계를 구축하려면 이용자의 데이터를 고도로 활용할 빅데이터 관리 기술이 필요합니다. 디지털 세계의 감각을 메타버스 영역으로 확장하려면 VR과 AR, 나아가 MR 및 XR을 실현할 하드웨어 플랫폼이 필요하고요. 현재 페이스북의 오큘러스나 마이크로소프트(MS)의 홀로렌즈가 이에 속하죠.

  • 혼합현실(Mixed Reality, MR): VR과 AR을 합한 개념. 영화 <아이언맨> 시리즈에서 인공지능 비서 자비스가 띄워주는 화면이 예. 현실세계에서 증강현실을 보이게 하는 진보된 형태.
  • 확장현실(eXtended Reality, XR): VR, AR, MR을 총칭. 새로 나올 모든 기술을 아우르는 상위 카테고리 격.

메타버스 수준의 가상세계를 구현하려면 3D 모델링 소프트웨어 및 커뮤니티 플랫폼 기술도 요구됩니다. 이를 아우르는 인프라로는 클라우드 컴퓨팅이나 빅데이터 관리, 시스템 반도체, 초고속 인터넷 및 첨단 통신 장비를 들 수 있죠.

메타버스는 이 모든 ICT 산업을 포함하는 미래의 먹거리인 셈입니다. 게다가 앞으로 가능성이 더 주목받기에 성공적으로 안착만 한다면 시장 선점 효과는 무시무시하겠죠. 페이스북이 악재 속에서 '뜬금없이' 메타버스 기업으로의 포부를 밝히거나 그밖에 구글, MS, 아마존, 애플 등이 눈독을 들이는 이유입니다. 우리나라에선 SK텔레콤이 메타버스 역량을 키우겠다고 밝힌 바 있죠.

내용

메타버스의 심장 NFT

메타버스에 호재로 작용하리라 보이는 요소는 더 있습니다. 먼저 얘기할 것은 일명 '대체불가토큰' NFT(Non-fungible Token)입니다. NFT에 대해선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디지털 데이터에 고유성을 부여함으로써 천문학적인 가격에 거래되는 뉴스도 접해보셨을 테고요.

NFT의 중요성은 각기 고윳값을 지니고 있어 복제가 불가능하며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하기에 거래가 간편하고 안전하다는 데 있습니다. 여전히 투자자들을 천당과 지옥을 오르내리게 하는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은 '대체가능'토큰(fungible token)입니다. 둘 다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하나 NFT는 데이터 정보, 소유주, 날짜 등이 기록되는 민팅(Minting) 과정을 통해 고유성을 부과하죠. 유일무이함을 증명하는 서명인 셈입니다. 이 차이 때문에 하나는 디지털 '화폐'로, 하나는 디지털 '자산'의 가능성을 인정받는 겁니다.

메타버스 속 경제활동에 최적화

중요한 점은 데이터의 고유성을 보장하면서 시중 금융을 거치지 않는 스마트 거래가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그렇기에 디지털 시장경제를 수행하기에 최적이며 메타버스에 딱이죠. NFT를 이용하면 메타버스 내의 데이터를 자산으로 소유할 수 있고, 이를 다른 메타버스로 옮기거나 거래하는 데도 용이합니다.

메타버스의 핵심 요소는 내부적으로 작동하는 경제시스템입니다. 그러므로 NFT가 필요합니다. 자체적으로 통용되는 가상화폐를 통해 디지털 세계에서 취득한 자산을 교환하거나 사고팔 수 있어야 하죠. 현실을 거치지 않는 진정한 가상경제입니다.

가상경제의 구축은 참여자에게 동기와 인센티브를 부여합니다. 이는 가상세계의 지속가능성 및 순환구조를 보장하는 강력한 동인이 되죠. 마치 유튜브가 크리에이터 수익 구조를 만들어 자체 선순환을 유도하고 빅히트를 친 것처럼요. 이와 유사하게 로블록스에서는 자체 화폐 '로벅스'를 실제 돈으로 바꿈으로써 수익을 올릴 수 있습니다.

NFT는 모든 데이터를 대상으로 하기에 각기 다른 메타버스 플랫폼에 두루 사용할 수 있습니다. 메타버스가 궁극적으로 활용되려면 플랫폼 간 연동을 이뤄야 합니다. 상호작용의 폭이 넓고 범용성이 커야 유저 경험에 어필할 수 있죠. 지난 화에서 언급하기도 한 엔비디아의 '옴니버스'(omniverse, 다중우주) 플랫폼 역시 개별 애플리케이션이나 가상세계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이 연동돼 상호작용하도록 하는 게 핵심입니다.

왜 가상화폐?

플랫폼 내부, 즉 메타버스 안에서 경제활동을 마칠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NFT가 기술 기반으로 삼고 있는 블록체인 기술은 시중은행을 거치지 않은 '탈중앙화 금융'을 가능케 합니다. '스마트 계약' 또는 '스마트 거래'로 불리는 이유도 그 과정이 자동화돼 있기 때문이죠. 이미 가상자산을 이용한 탈중앙화 금융은 실험 중에 있습니다. 바로 디파이(DeFi)인데요. NFT는 데이터 자산화를 바탕으로 이를 메타버스 안에서 구현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 플랫폼 서비스 산업을 돌아보죠. 서비스는 플랫폼 내에서 일어날지언정 거래는 플랫폼 밖에서 일어납니다. 결제는 다시 신용카드든 계좌이체든 시중금융을 거쳐야 하죠. 그러므로 결국 현실 제도권 금융 시스템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메타버스가 궁극적으로 구현되려면 현실의 기능을 완전히 대체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플랫폼 안에서 거래와 결제가 완료돼야 하죠. 그래야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통한 이용 활성화가 일어납니다.

물론 아이템 거래 같은 식의 '유사' 가상경제는 지금도 있습니다. 그러나 거래 안전성이라든지 수수료 중개라든지 사업자 등록이라든지 해결해야 하는 이슈가 산적하죠. 또한 메타버스가 지향하는 것은 현실을 '초월'(meta)하는 가상세계인 만큼 국가나 지역을 초월하는 통화매개체가 필요합니다. 여기에 적합한 게 가상화폐이며 NFT인 거죠. 오늘날 빅테크 기업들이 가상화폐를 만들겠다거나 거래에 도입하겠다는 속내 중 일부도 이런 유동성을 흡수하겠다는 셈법입니다.

전망

인터넷 다음의 세계

메타버스는 인터넷의 다음 버전이다.

게임 포트나이트의 개발사 에픽게임즈의 CEO 팀 스위니는 위와 같이 발언한 적 있습니다. 사실이라면 인간 생활의 근간을 흔들어 놓을 대혁명이 아닐 수 없는데요. 이 말엔 물론 현재 메타버스계에서 핫하디핫한 포트나이트의 CEO이기에 내뱉는 야심의 표현도 담겨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메타버스가 '다음 인터넷'을 실현할 매개라는 분석이 존재합니다.

Web3.0

바로 월드와이드웹(World-Wide-Web, WWW)의 차세대 버전인 Web3.0이 메타버스 기반의 인터넷이 될 거라는 겁니다. 현재 우리의 웹은 2.0 버전에 속합니다. 스마트폰을 통해 언제든 접속하고 연결되는 심리스(seamless)적 특성 때문에 2.5로 불리기도 하는데요.

Web2.0은 이전 Web1.0과 달리 단순열람이 아닌 참여와 공유, 소통이 가능한 인터넷 환경을 구축했습니다. 그러나 중앙집중식 서버를 이용하기 때문에 특정 집단이 데이터를 관리하죠. 이에 따라 정보가 손실되거나 사용자 프라이버시가 침해될 우려가 존재합니다. 디지털 파일 복제도 가능했을뿐더러 데이터 소유자보다 서버 운영자에게 수익이 돌아가죠.

Web3.0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탈중앙화 웹입니다. Web2.0의 데이터가 사용자 중심이라면, Web3.0의 데이터는 컴퓨터 중심입니다. 컴퓨터가 사용자에게 필요 없는 정보는 알아서 솎아내 제공하는 맞춤형 웹이기 때문입니다. 지능화, 개인화된 웹이라고 볼 수 있죠.

정보는 블록체인을 통해 분산화(decentralized)돼 저장됩니다. 블록체인은 네트워크의 유지 기능만 담당합니다. 디파이의 웹 버전인 셈입니다. 현재 이미 3000개가 넘는 디앱(Decentralized Applicaton)이 구현돼 있기도 하죠. 해킹 및 데이터 유출 등의 위험을 방지하고, 특정 집단에 집중된 데이터 권력을 개인에게 돌려주자는 것이 Web 3.0의 핵심입니다.

애플리케이션 개발에 호환성을 위한 추가 비용을 소모하지 않아도 될뿐더러 이에 구애받지 않는 이용환경이 조성됩니다. 블록체인, 사물인터넷(IoT)과 같이 제3자의 개입 없는 P2P(peer-to-peer) 방식인 셈이죠. 그러나 이를 브라우저에 적용하거나 모바일 앱, VR, AR 등 다른 기술에 적용하기엔 현재 한계가 있습니다. 이를 획기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으로 거론되는 것이 바로 Web3.0을 위한 자체적인 새 인프라, 바로 메타버스입니다.

분산화되는 정보는 분명 개인에게 데이터 주권을 가져다 줍니다. 그러나 이를 만족할 고도의 인프라 역시 필요합니다.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 불편하지 않아야 쓴다는 거죠. 우리가 지하철 한 번 탈 때마다 계좌이체를 할 순 없는 것처럼요. 만약 AR, VR 등 XR이 가상세계 속 상호작용을 현실 수준으로 이룩하고, 이를 인공지능 및 블록체인 기반의 분산 데이터 환경이 뒷받침해준다면, 메타버스는 Web3.0의 완벽한 무대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예측입니다.

💡 다음은 메타버스가 일으키는 변화를 살펴보는 '메타버스의 활용-①'이 이어집니다.

참고한 자료

도서

<메타버스 새로운 기회>, 김상균·신병호 지음, 베가북스, 2021.

<메타버스의 시대>, 이시한 지음, 다산북스, 2021.

<NFT 레볼루션>, 성소라·롤프 회퍼·스콧 맥러플린 지음, 더퀘스트,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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